'곰팡이 천지' 미 구금시설서 5일째…"중장년 흔한 병, 약 챙겼어도 위험"

정심교 기자 2025. 9.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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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서울=뉴스1)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한국인 300여명이 미국 내 열악한 구금시설에 머무른 지 5일째에 접어들면서 수감자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을 앓아왔다면 이번 구금 기간, 병이 더 악화할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린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8일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박효진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 현재 수감자 가운데 중장년층 남성이 상당수로 보인다"며 "이들에게 가장 흔한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은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실시하면서 체포된 한국인들은 현재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ICE 구금시설에 수용됐다. 대처할 시간도 없이 체포된 이들이 구금시설 내에 약을 가져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약을 가져갔어도, 가져가지 않았어도 문제 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우려다. 이 구금시설이 위치한 조지아주는 최고 기온이 지난 7일 기준, 32도에 육박했고 습도가 92%에 달했다. 오는 16일까지 최고 기온 30도 안팎의 더위가 예고됐다. 박 교수는 "흔히 정제·캡슐 형태의 약은 30도를 넘지 않는 상온이면서 그늘지고 서늘한 습도 40~70%의 장소에서 보관하는 게 권장된다"며 "수감자들이 약을 챙겨갔다 해도 30도를 넘고, 습도가 90%를 넘길 정도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약이 변질할 위험이 크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2025.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특히 액상 형태의 인슐린 주사제는 냉장 보관했다가 개봉 후엔 상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안약, 액상 항생제 등은 계속 냉장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구금 시설엔 냉장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약이 권장 보관 온도에서 벗어나면 단백질 성분과 보존제가 변성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변성된 약물을 투여했을 때 인체 어떤 위해성이 나타나는지 연구된 바 없다. 그래서 변성된 약물을 투여한 이후 어떤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금 시설에 약을 가져가지 못했어도 문제다. 박 교수는 "혈당약을 매일 챙겨 먹어 혈당을 조절해온 당뇨병 환자가 지금처럼 5일 넘게 혈당약을 먹지 못해 혈당 조절력이 불량해지면 당뇨병성 케톤산증, 고혈당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매일 챙겨 먹지 못하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고혈압에 협심증이 동반된 환자에겐 심혈관이 좁아져 심근경색까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갑상선 기능 저하 환자 또는 갑상선암으로 갑상선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내지 못해, 갑상성 호르몬약을 매일 아침 공복에 복용해 보충해야 한다. 이런 환자가 갑상선 호르몬약을 놓쳤다간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지며, 이는 피부장벽을 무너뜨려 곰팡이 같은 외부 병원성 세균에 감염될 위험을 높인다.

만성질환자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될 때 가장 무서운 게 '탈수'다. 특히 당뇨병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구금 중 몸이 탈수될 때 수분·체액을 제때 보충하지 못하면 탈수로 인한 급성 신(콩팥)손상, 콩팥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최대한 빨리 입원 치료 해야 하는 응급상황이다. 박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고혈당 상태에서 탈수까지 생기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악화할 수 있고, 당뇨병성 케톤산증 자체가 급성 신장손상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2025.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고혈당 △대사산증 △케톤체 증가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물을 계속 마시고(다음) 소변을 많이 보면서(다뇨) 쇠약감 등의 증상과 함께 구역·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대사산증이 심해지면서 의식 저하로 진행한다. 인슐린 결핍이 원인으로, 인슐린이 필요한 환자가 인슐린 투여를 중단했거나 투여량이 부족한 경우, 세균에 감염된 경우, 과다한 음주 등이 원인이다. 이를 막으려면 인슐린 주사를 잘 맞고, 주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이곳 구금 시설은 에어컨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변기에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 있을 정도로 위생 상태가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박 교수는 "만성질환자는 비위생 환경에서 기회감염에 더 취약하다"며 "만성질환이 있으면서 각종 세균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면역력 정상인보다 회복이 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곳에서 배급하는 식량은 한 끼에 삶은 계란 2알과 빵 한 조각 정도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만성질환자가 영양까지 불균형하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콩팥 손상 정도가 악화하거나 혈당 조절력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탈수를 막기 위해 배급된 물은 최대한 많이 마시면서 충분히 자야 한다"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저질환의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들은 이르면 10일(미 동부시간) 한국행 전세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최소 이틀은 더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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