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31] 과음과 숙취, 그리고 인사불성

됨됨이가 아주 크고 멋져서 다른 이와 잘 어울리는 사람의 마음을 흔히 아량(雅量)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의외의 새김도 있다. ‘술 잘 마시는 이’의 뜻이다. 본래는 이 단어가 큰 술 그릇을 가리켰던 데서 비롯했다는 설명이 있다.
7되들이 술 그릇은 백아(伯雅), 6되짜리는 중아(仲雅), 5되 정도는 계아(季雅)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아(雅)’는 술 그릇의 고정 명칭으로 자리를 잡았고, 주량(酒量)이 대단한 사람에게는 ‘아량’이라는 별칭이 따랐다고 한다.
집의 문(門)을 가리키는 호(戶)도 마찬가지다. 대호(大戶)는 살림이 넉넉한 집이라는 뜻과 함께 술 잘 마시는 사람이라는 새김도 있다. 그 반대는 소호(小戶)다. 역시 가난한 집이라는 의미 외에 주량이 적은 이를 지칭한다.
옛 동양의 술은 대개 증류주가 아닌 탁주 위주였으니 한 말들이 술인 두주(斗酒), 그것을 사양치 않는 두주불사(斗酒不辭) 등의 표현이 가능했을 듯하다. 그런 기세로 술을 많이 마셔 크게 취하는 경우를 일컫는 단어가 명정(酩酊)이다.
특히 우리는 술을 마신 뒤 횡설수설하거나,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를 가리켜 “주정(酒酊)을 부린다”고 한다. 의외의 표현이지만, 취향(醉鄕)도 술을 마시고 몸조차 잘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지칭하는 단어다.
미훈(微醺)은 약간의 취기가 있는 경우, 숙정(宿酲)은 지난밤 술이 아직 깨지 않은 숙취(宿醉)와 같은 말이다. 술에 만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곤드레만드레는 ‘흠뻑 취하다’는 뜻의 난취(爛醉)라는 단어가 곧장 어울릴 듯하다.
전날 들이켠 술에 미처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작취미성(昨醉未醒)이다. 그로써 인사불성(人事不省)에 이르면 개인사도 나랏일도 다 엉클어진다. 중국도 고량주를 과음했는지 큰 몸집이 퍽 흔들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명정, 숙취, 난취가 다 겹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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