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지표로 보면 지금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좋지 않습니다. 더구나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의 ‘영끌 아파트’(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받아 산 아파트)들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경매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커 당분간 기다리는 투자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인 지지옥션의 이주현 전문위원은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는 아파트들이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지옥션은 전국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를 은행, 감정평가법인, 공인중개사 등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 위원은 2012년 이후 13년째 동향 분석과 전망을 담당하고 있다.
- 부동산 경매 시장 동향은?
“경매 물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부동산 경매 건수는 작년 12월 한 달간 2만584건을 기록했는데, 2012년 11월의 2만597건 이후 가장 많다. 경기가 좋지 않고 대출 금리가 높아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결과다.
상가와 사무실 등 업무상업시설은 상황이 특히 나쁘다. 작년 12월 한 달간 경매 건수가 4902건으로 14년 만의 최고치였다. 낙찰 진행 건 중에서 낙찰된 건의 비율인 낙찰률은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1년에는 40%까지 갔는데, 작년 12월에는 17.5%였다. 10건 중 2건만 낙찰되고 8건은 매물로 계속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공실률이 증가하고 고금리로 임대 수익률이 하락한 결과이다. 토지 낙찰률은 작년 12월에 18.3%였는데,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이다.”
- 아파트 경매 시장은?
“작년 12월에 모두 3510건의 경매가 있었다.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법원등기정보광장 사이트를 보면 집합 건물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아파트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이 경매 신청을 하면 6개월 뒤에 경매 시장에 물건이 나오게 되므로, 올해 하반기까지는 경매 물건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매 지표가 어떤 의미를 갖나?
“경매 시장은 전체 부동산 경기의 선행 지표이다. 경매 시장에는 실수요자보다 투자자가 더 많아서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투자자는 일반 매매 시장의 호가를 참고해 응찰가를 정한다. 예컨대 2021년 호황기에는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매매 시장 실거래가보다 높은 신고가가 나온 적이 있다. 상승장에서 매물이 줄어드니 투자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려와 공격적인 입찰을 한 것이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으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낙찰가율이 낮아지는 것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향후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전국 아파트의 경매 건수는 월평균 1000건, 낙찰률은 53%, 낙찰가율은 103%였다. 반면 2024년은 경매 건수 3500건, 낙찰률 38%, 낙찰가율 85%였다.”
- 지금 상황은 과거 어느 때와 비슷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월별 경매 건수는 당시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으나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유사한 수준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와 비교해 보면 주택 부문은 가격 거품이 좀 빠졌다. 업무상업시설은 금리 요인보다는 내수 부진 때문에 코로나 사태 때보다 경매 건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요약
✓ 경매 지표로 보면 지금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좋지 않다고 함. '영끌 아파트'들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경매 시 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큼
✓ 경매 시장에는 실수요자보다 투자자가 더 많아 서 가격 변화에 민감. 현재 낙찰가율이 낮아지는 것 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향후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 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