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오랜 침묵을 깨고 소형 오프로더 ‘랜드크루저 FJ’를 세상에 내놨다. 2026년 중반 출시 예정인 이 차는 한눈에 봐도 랜드크루저 혈통이 역력하다.

신형 FJ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 가능한 두 가지 전면 디자인이다. 하나는 둥근 헤드램프로 1960~70년대 랜드크루저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C자형 주간등을 품은 사각 램프의 모던 버전이다. ‘TOYOTA’ 레터링이 새겨진 심플한 그릴과 플라스틱 범퍼는 실용성을 우선한 설계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과장된 펜더 플레어와 두툼한 블랙 클래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창문 형태는 대형 랜드크루저를 그대로 축소한 듯하다. 후면 디자인은 더욱 대담하다. 테일게이트에 장착된 스페어타이어가 리어 윈도우를 거의 가린다. 실용성을 위해 시야를 포기한 셈이다.

토요타가 제시한 설계 철학은 명확하다. 전후 코너 범퍼를 쉽게 탈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오프로드에서 범퍼가 부서지면 고가의 수리비가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FJ는 부품만 바꾸면 된다. 록 레일, 고상식 에어 인테이크, 루프 플랫폼 등 각종 오프로드 액세서리도 준비했다. 테일게이트 안쪽에는 MOLLE 패널까지 달아 장비 적재 능력을 극대화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75mm, 전폭 1855mm, 전고 1960mm, 휠베이스 2580mm다. 정통 랜드크루저와 비교하면 348mm 짧고 축거는 269mm 작다. 이 정도 크기면 도심 주행도 무리 없고, 좁은 오프로드에서도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내는 플라스틱 위주의 실용적 설계다. 디지털 계기판과 와이드 인포테인먼트 화면, 물리 버튼식 공조장치가 기본이다. 큼직한 변속 레버와 오프로드 스위치가 운전석 주변을 차지한다. 2열은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보이지만, 전후 슬라이딩 기능이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파워트레인은 2.7리터 자연흡기 4기통 엔진(2TR-FE) 단일 라인업이다. 최고출력 161마력, 최대토크 24.6kg·m에 불과하다. 6단 자동변속기와 파트타임 4WD가 조합된다. 1900kg에 육박하는 차체를 160마력으로 끌어야 하니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플랫폼은 힐럭스, 포츄너와 공유하는 IMV 시리즈 개량형이다. 토요타는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브레이스를 추가했고, 진입각과 최저지상고, 휠 아티큘레이션을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실전 오프로드 테스트를 거쳐 ‘진짜 랜드크루저’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토요타는 FJ를 태국에서 생산해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에 공급할 계획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은 아예 배제했다. 마사야 우치야마 수석 엔지니어는 “이 차량의 출발점은 글로벌 사우스”라고 못박았다. 미국에 수출하려면 19% 관세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유럽은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2.7리터 구형 자연흡기 엔진을 판매하기 어렵다. 결국 FJ는 신흥국 전용 전략 모델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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