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 위해 성범죄 저지른 BJ…'사이버 룸살롱' 비판 확산
영향력 커지는 인터넷방송…자율 규제·윤리 의식 '한계'
(서울=뉴스1) 박혜연 유수연 기자 = 바야흐로 인플루언서의 시대다. 유튜브나 숲(SOOP·옛 아프리카TV)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은 창작자들이 공중파 방송에도 진출하고 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나 트랜스젠더 유튜버 풍자, 스포츠·게임 BJ(인터넷방송인) 감스트가 대표적이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BJ와 정통 방송인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그간 선정성으로 승부해 온 인터넷방송계에도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방송이 성을 상품화하고 심지어 범죄 행위에도 이용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막대한 별풍선 수익 이면에는 성 상품화 논란…마약 유통도
최근 '숲'에서 유행하고 있는 엑셀 방송은 막대한 별풍선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사이버 룸살롱'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성 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 신인 여성 BJ들이 '큰손'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으로 성적 매력을 부각하는 춤을 추는 모습이 유흥업소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엑셀 방송이나 여타 선정적인 방송의 시청자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BJ들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해당 영상을 재편집해 임의로 인터넷에 게시하는 경우도 있어 미성년 시청자들의 접근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막기 어렵다.
개인 방송 위주였던 인터넷방송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점차 조직화, 기업화되면서 내부 갈등 문제도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떠오른다. 출연자나 스태프들의 일탈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여러 BJ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방송하다가 BJ 간 갈등이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괴롭힘)으로 번지면서 한 여성 BJ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술자리에 참여했던 BJ들의 행동은 온라인에서 계속 회자됐고 숨진 BJ에 대한 2차 가해도 지속되는 등 인터넷방송계를 뒤흔들었다.
친목을 명분 삼아 BJ들 사이에서 마약이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조직폭력배 유튜버 '김강패'(본명 김재왕·33)는 지인들과 케타민 등 마약을 투약하고 수천만 원 상당 마약을 판매 ·알선한 혐의로 현재 구속 기소된 상태다. 김강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BJ 세야(본명 박대세·35)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별풍선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는 BJ들…"윤리·법규 신경 쓸 의지 있나"
일각에서는 인터넷방송 고유의 '별풍선 후원 문화'가 더 자극적인 방송을 만들어내 범죄 행위까지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BJ가 방송을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방송에서 도박 사이트, 사기 리딩방을 홍보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30대 남성 BJ가 술에 취한 채 수면제까지 먹어 저항하지 못하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했다가 검찰에 넘겨졌다. 당시 시청자가 200명이 넘었지만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별풍선을 자금 세탁에 이용하는 '별풍선 깡' 역시 유명한 범죄 유형 중 하나다. 소액 결제로 별풍선을 구매하도록 한 후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59억 원 상당 자금을 융통한 조직과 BJ가 2019년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다.
별풍선 '큰손' 명성을 얻기 위해 횡령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고액 자산가이자 사업가로 유명했던 BJ 수트는 코인 사기와 함께 법인계좌 체크카드로 별풍선을 구매하는 등 업무상 횡령 혐의도 확인돼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회삿돈을 횡령해 별풍선 구매에 9억 원가량을 쓴 30대 남성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오로지 목적은 별풍선과 돈이고, 표현의 자유 등으로 사회 시스템이 미필적으로 눈감아주는 상황에서 콘텐츠 창작자들은 윤리나 법규를 신경 쓸 여유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법과 규정, 사회적 제한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콘텐츠, 플랫폼 책임 어디까지…자율 규제 가능할까
'숲' 측은 "24시간 모니터링을 비롯해 AI(인공지능) 차단 기술을 도입해 플랫폼 내 불법적 행위 및 운영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견될 시 즉각 조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숲'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BJ에 대해 최소 3일부터 최대 영구 정지까지 조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별풍선 매출이 많은 인기 BJ에게는 규제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현행법상 유튜브와 주요 OTT, 인터넷방송 플랫폼은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명백히 불법에 해당하는 콘텐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원에서 삭제나 차단 등이 가능하지만 방송을 한 BJ뿐 아니라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영향력이 큰 플랫폼들이 많으니까 자정 작용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플랫폼의 자율 규제가 되지 않으면 법규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들어 자율 규제를 시스템화하면 좋지만 영리 목적을 가진 기업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삭제·차단하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해외에서도 콘텐츠 게시자에게 보통 책임을 묻다가 문제가 많이 생기자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조사관은 "다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방심위 기능을 강화할 것인지, 방심위가 하던 규제를 플랫폼이 하도록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뿐 아니라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청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불법 또는 유해 콘텐츠를 탐닉하는 이용자와 별풍선을 받아 고수익을 창출하려는 BJ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며 "플랫폼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불법이면 신고하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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