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세'만 150억원...2조8천억 규모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소송 당한 KT&G

원고, 펀딩업체로부터 인지세 조달 받아
개인·단일 청구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해외특허 출원 안한 불이익도 포함
KT&G "이미 적정 보상금 지급"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직무발명 권리를 승계한 후 특허 출원을 하지 않거나 출원을 포기하더라도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직무 관련 보상을 받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전자담배 기술을 개발해 매년 K&G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줬음에도 불구,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전 K&G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금액은 무려 2조8000억원에 달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전자담배 기술을 발명한 KT&G 전직 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제기했다. 첫 재판은 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 주재로 오는 17일 열린다.

곽씨 측이 청구한 보상금은 2조8000억원으로 개인·단일 사건 규모로는 국내 사법 역사상 최고액이다.

보상금 청구 액수가 커지면서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전체 인지세도 엄청난 상황이다. 무려 150억원에 달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인지세가 지나치게 많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지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곽씨는 펀딩업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인지세를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청구액은 KT&G의 전자담배 판매 매출, 곽씨의 기술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해외 A 담배업체의 글로벌 전자담배 매출, A업체의 국내 전자담배 매출 등을 합산한 80여조원에서 산출했다.

소장에 따르면 곽씨는 1991년 KT&G의 전신인 한국인삼연초연구소에 입사했다. 그는 전기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에 착수해 2005년 7월 담배를 직접 가열하는 발열체를 탑재한 전자담배 디바이스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어 전자담배 발열체와 디바이스, 스틱을 포함한 전자담배 일체를 개발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곽씨는 "당시 회사로부터 적절한 직무발명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24년 4월 24일 기자회견하는 KT&G 전 연구원 곽대근씨. / 연합뉴스

곽씨의 직무발명을 승계한 회사는 기술 중 일부만 국내에 특허 출원했다. 하지만 직무발명을 권리화하지 않았다. 특히 해외에는 특허조차 출원하지 않았다.

곽씨 측의 주장에 따르면 해외 A 담배회사가 KT&G와 같은 방식의 발열체가 탑재된 내부 가열식 전자담배를 개발해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KT&G가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던 탓이다.

곽씨의 변호인은 "해외 A 담배회사는 자사가 만든 전자담배 기술의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특허를 문제 삼지 않은 사실이 KT&G 기술을 차용한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직무발명 권리를 승계한 후 특허 출원을 하지 않거나 출원을 포기하더라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KT&G 측은 곽씨의 대한 보상이 이미 이뤄져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해당 퇴직자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직무발명과 관련해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했다"며 "이 과정에서 해당 퇴직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부제소 합의도 했다"고 반박했다.

(곽씨가) 뒤늦게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시 스스로 수용한 합의에 배치되는 행동...회사는 이번 소송 절차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할 예정"
- KT&G 관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