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기업] 'HBM 슈퍼사이클' 탄 한미반도체, 곽동신 체제의 '두 얼굴'

고예인 기자 2026. 5.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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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영업이익률, ‘슈퍼 을’…시장은 '오너리스크' 주목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지배력 강화 수단 논란도
ESG ‘C등급’ 평가…'이사회 독립성·승계 체계' 취약
한미반도체 곽동신 부회장과 회사 전경 모습./ChatGPT생성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한미반도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이 호실적을 넘어 '오너 중심 체제'로 향하고 있다.

회사는 HBM 핵심 장비인 TC 본더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며 제조업에서는 보기 드문 초고수익 구조를 구축했지만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이 미래 투자보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 주주환원에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오너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곽동신 부회장 중심의 높은 특수관계인 지분율과 이사회 독립성 논란 그리고 반복적인 자사주 소각 구조까지 맞물리며 업계에서는 "오너 프리미엄과 오너리스크가 동시에 극대화된 기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HBM 독점이 만든 '초과이익'…장비업계의 '에르메스'

한미반도체의 실적은 최근 몇 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수천억원 수준이던 매출 구조는 HBM 시장 급성장과 함께 성장했다. 핵심 배경은 HBM 생산 공정 핵심 장비인 TC 본더 덕분이다.

TC 본더는 HBM 적층 공정 핵심 장비다.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정밀하게 쌓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HBM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비의 중요성 역시 급격히 높아졌다.

한미반도체는 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회사 매출은 5766억원 영업이익은 25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3.6%다. 이는 일반 제조업에서는 사실상 보기 힘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장비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수준의 수익 구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31.0% ROA(총자산이익률)는 26.31% 수준이다. 자본총계 약 6900억원 대비 순이익만 2140억원 이상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에서는 장비 공급 자체가 병목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미반도체는 단순 장비 업체가 아니라 공급망 지배력을 확보한 기업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은 이제 '얼마를 버느냐'보다 '그 돈이 어디로 흐르느냐'를 보기 시작했다.

▲ 자사주 소각의 두 얼굴…'주주환원'인가 '지배력 강화'인가

최근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한미반도체의 자금 흐름이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반복적으로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진행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환원 정책이다. 실제로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오너기업에서는 다른 효과도 동시에 발생한다. 발행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는 구조다. 현재 곽동신 부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0%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익 창출→자사주 소각→유통 물량 감소→최대주주 지배력 강화'라는 흐름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지만 오너기업에서는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도 연결된다"며 "특히 유통 주식 수가 적은 기업일수록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배당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한미반도체는 통상 10~20% 수준 배당 성향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기순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현금이 오너 일가로 직접 유입되는 구조다.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상속·증여 이슈까지 고려한 장기적 전략 가능성도 거론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문제는 환원 자체가 아니라 균형"이라며 "지금 시장은 HBM 슈퍼사이클 현금을 미래 성장에 쓰는지 아니면 주가 관리와 지배력 강화에 더 집중하는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곽동신 중심 '1인 체제'…견제 없는 구조 우려

한미반도체의 지배구조 논란에서 핵심은 결국 '1인 중심 체제'다. 시장에서는 곽동신 부회장 중심 경영 구조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안정적인 지분 구조는 외부 경영권 위협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견제 기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의 역할과 이사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주요 안건이 사실상 오너 의중 중심으로 결정될 경우 보수 체계, 배당 정책, 투자 방향 모두 특정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곽동신 부회장 보수 역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기준 약 38억원 수준이었으며 최근 실적 확대를 고려하면 추가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강한 오너십은 빠른 투자 판단과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며 "하지만 내부 견제 장치가 약할 경우 회사가 사실상 개인회사처럼 운영될 위험도 함께 커진다"고 지적했다.

▲ ESG 'C등급'…지배구조 취약성 드러난 평가

ESG 측면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높은 수익성과 별개로 ESG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평가자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종합 ESG 점수는 66.26점으로 종합등급 'C'를 기록했다. 환경(E) 62.30점 사회(S) 66.35점 지배구조(G) 71.35점 수준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지배구조(G) 부문 세부 항목에 주목하고 있다.

평가표에 따르면 △이사회 독립성 및 전문성 △사외이사 비율 △여성 임원 비율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주주환원 정책 적정성등 주요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사회 독립성 및 전문성' 항목은 5점 만점 기준 3.0점 수준에 머물렀고 사외이사 비율과 여성 임원 비율 역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항목도 미흡 평가가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오너 중심 의사결정 구조에 비해 견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최근 ESG 시장에서는 단순 친환경보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훨씬 중요하게 본다"며 "반도체 장비기업처럼 현금 창출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이사회 독립성과 자본 배분 구조를 더 엄격하게 평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환경(E) 부문 역시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전략 및 공시 체계와 친환경 제품·서비스 개발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았지만 에너지 사용량과 폐기물 재활용 등 운영 효율성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회(S) 부문에서는 고용 안정성과 교육훈련 부문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공급망 관리와 다양성 그리고 지역사회 연계 측면에서는 개선 필요성이 지적됐다.

시장에서는 결국 ESG 평가 역시 한미반도체의 구조적 특징과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강한 오너십이 빠른 투자와 시장 선점에는 유리하게 작동했지만 동시에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견제 기능 그리고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는 약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 HBM 이후가 진짜 승부…"지금은 투자 골든타임"

시장은 현재 한미반도체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본다. HBM 슈퍼사이클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미래 기술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현재 회사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역시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네덜란드 베시(Besi), 싱가포르 ASMPT, 한화세미텍 등 경쟁사들도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과도한 주주환원 확대가 오히려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은 매출 구조 역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고객사 투자 사이클 변화가 실적 변동성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HBM 특수로 모든 게 좋아 보이지만 장비 시장은 결국 고객사 투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금 확보한 현금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R&D와 차세대 장비 투자에 쓰느냐가 향후 10년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분명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대표 성공 사례다. 곽동신 부회장의 강한 드라이브와 빠른 의사결정은 HBM 시장 선점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현재 회사 재무구조는 사실상 무차입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17.8%에 불과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 실적보다 '현금의 방향'을 보기 시작했다. 막대한 현금이 미래 기술 투자로 이어질지 아니면 오너 지배력 강화 구조 속에 머물지 그 선택에 따라 한미반도체에 대한 시장 평가 역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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