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로 위에선 가끔 특이한 차종이 목격된다. 한정판 차종, 매우 고가의 차종 등 보기 힘든 갖가지 차종이 돌아다니는데, 국산 브랜드임에도 도로 위에서 보기 힘든 차도 있다. 대개는 가격이 비싸서 또는 못생겨서 보단, 대중적이지 않은 차종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중적이란, 한국 시장에 맞게 유지비 적고 승차감 부드럽고 실내 넓고 적당히 고급스럽고 튀지 않는 차종이다. 오늘 소개할 이 차는 상술한 한국 시장과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지만 종종 목격담이 올라오곤 한다.
이 차가 자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무시할 차종은 아니다. 우선 대한민국 브랜드로 출시된 몇 안 되는 로드스터이기 때문이다. 소위 '오픈카'라고 부르는 그 종류다. 이 차는 단순히 '뚜껑이 열리는' 것 외에도 로드스터로서 확보할 수 있는 차대 강성을 한껏 끌어 올렸다는 소문과 함께 한눈에 봐도 짧은 휠베이스를 통해 시각적으로도 이미 엄청난 거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엄밀히 따지면 수입차다. GM 산하 브랜드인 새턴의 '스카이'를 들여온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덩치에 얹은 터보
제로백 5.5초 기록했다
G2X가 한국 땅을 밟던 시대만 해도 다운사이징은 크게 대두되지 않던 영역이었다. 당시는 2007년이었는데, 그땐 현대차 기준으로 무려 쏘나타의 6기통 3,300cc 사양과 그랜저의 6기통 3,800cc 사양이 판매되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터보는 대중차의 영역이 아닌 애프터마켓 또는 고성능 자동차의 영역으로 여겨졌는데, 한눈에 봐도 작고 가벼워 보이는 이 로드스터에는 무려 4기통 2,000cc 터보 엔진이 얹혀 발군의 성능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한 차종의 순발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제로백이 무려 5.5초에 달한다. 전기차를 제외한 내연기관만 놓고 보면 국산 브랜드로 시판된 차종 중 순위권에 꼽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이 기록을 깰만한 차종이 나온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6기통 3,300cc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출시한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이었다. 대형 세단에 무려 8기통 5,000cc급 엔진을 얹어 소위 '날아다닌다'라는 제네시스 프라다가 이 차와 제로백이 비슷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차는 4기통 2,000cc 터보 엔진을 얹었다.
말리부와 부품 호환 알려져
스포츠카가 갖춰야 하는 자질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은 시간이 더 지난 후 알려졌다. 바로 구형 말리부와 하체 일부 부품이 호환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실제로 대중 브랜드가 많은 판매량을 보장할 수 없는 종류인 스포츠카를 설계하고 생산할 땐, 자사의 대중적 차종과 부품이 호환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안 그래도 적은 판매량을 상정하고 만드는 차종에 생산 단가를 낮추려는 방법의 하나다.
그런데 이 지점은 스포츠카가 갖춰야 하는 자질이기도 하다. 스포츠카는 태생부터 규정 속도 미만으로 천천히 다니기 위해 만들어지는 차종이 아니다. 매 순간 극한으로 주행하진 않겠지만, 출력을 끝까지 쥐어짜면서 횡 가속도와 싸워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을 상정한다.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된다면 필연적으로 하체 부품의 노화가 가속되는데, 아무리 출고가가 저렴하게 설정되었어도 자주 교환해야 할 하체 부품류가 비싸다면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단한 승차감이지만
푹신한 시트도 갖췄다
이런 스포츠 성을 상정한 차종인 만큼, 당연히 이 차의 승차감이 물침대처럼 부드러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도리어 이런 차종의 승차감이 부드럽다면 그게 더 큰 사고를 유발하는 길이다. G2X는 짧은 휠베이스, 터보 엔진과 함께 얼라이먼트를 조정하면 더 재밌게 탈 수 있다고 알려진 만큼 순정 상태에서도 승차감이 딱딱하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양산차가 소위 '카트' 같다면 그 차는 고르지 못한 노면을 자주 만나는 공도에선 운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차는 미국에서 생산한 차답게 단단한 승차감을 가졌지만, 푹신한 시트도 갖췄다고 전해진다. 의외로 스포츠카가 갖춰야 할 소양을 모두 갖췄는데, 당시로선 비싼 가격 탓에 200대도 판매하지 못하고 조기 단종을 맞았다고 전해져 아쉬움을 더한다. 자동차는 휠베이스가 짧아야 코너를 재밌게 즐길 수 있고 펀치력이 있어야 직선 구간에서 그 재미가 극대화된다. 여러모로 스포츠카의 자질을 훌륭히 갖춘 이 차, 가끔 도로에서 마주친다면 그 번호판을 유심히 보자.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곧 차주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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