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지는 ‘김건희 특검’ 여론에 더 깊어지는 검찰 고민
“1억 넘는 손실 본 사람은 기소, 23억원 수익 거둔 김건희 모녀에겐 관대한 검찰”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53·사법연수원 26기)이 등판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추석 연휴에 임기를 시작한 심 총장 앞에는 영부인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엄혹한 '밥상 민심'이 놓였다. 명품가방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최종 처분을 앞두고 과감해진 김건희 여사의 대외 행보는 검찰의 외줄타기를 한층 더 출렁이게 만들었다. 검찰은 두 가지 사건 모두 국민적 의혹 없이 처리해야 하는 고차방정식 앞에 섰다. 이런 와중에 야권 주도의 '김건희 특검법'이 또 통과됐고, 김 여사 리스크를 '수비'하던 여당 내 균열까지 감지되면서 검찰 수사가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尹 정부 검찰 '시즌2'…1호 처분은 김 여사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 9월19일 대검찰청 취임식에서 나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일성이다. 2026년까지 2년간 검찰을 이끌게 된 심 총장에게는 반갑지 않은 '최초' 수식이 따라붙는다. 그는 역대 총장 가운데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연이어 처리해야 한다.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건희 여사가 중심에 있는 만큼 어떤 결론이 나든 여론과 정치권, 검찰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고 심 총장이 공언한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구현할 의지를 판단할 가늠자라는 것이다. 심 총장이 취임사에서 짚은 '부패'와 '경제' 관련 범죄 의혹이 드리운 사건이기도 하다.
'심우정호'의 1호 처분으론 명품가방 사건이 유력하다. 당초 검찰은 이원석 전임 총장의 퇴임 전에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돌발변수를 맞닥뜨리며 불발됐다. 앞서 이 전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대검 수심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분류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게 보고했던 것과 동일한 결론이다. 때문에 9월초 사건 종결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재영 목사가 별도로 수심위 소집을 요청하면서 사건은 9월24일 다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곧장 심의 대상(1차는 김 여사, 2차는 최 목사)과 내용에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행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처벌할 수 없고, 뇌물이나 알선수재 혐의로 나아가기엔 대통령과의 직무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방침' 자체가 틀어지진 않을 것이란 예고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도 동일한 전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심 총장이 역대 정부에서 요직을 거쳐 총장까지 오른 것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명품가방 사건은 법리적으로 처벌 근거가 빈약한 만큼 심 총장이 '뜻밖의 결과'를 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문제는 무혐의 그 이후"라며 "특검을 벼르고 있는 야당의 '총장 흔들기'가 어느 때보다 셀 텐데 정치권과 용산의 외풍 속에서 안정적 검찰 조직 관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 총장이 진통 속에 명품가방 사건을 매듭짓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라는 더 큰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전주(全主)' 의혹으로 고발당한 김 여사를 4년 넘게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하지 않았다. 그간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2심 선고를 확인한 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 판단을 본 뒤 동일 사건 피의자의 처분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이례적인 '인내'다.
특검 앞두고 변죽만?…검찰, 주가조작 의혹 '선제 방어막'
결과적으로 검찰 수뇌부의 장고(長考) 전략은 악수(惡數)가 됐다. 9월12일 항소심 재판부는 전주 역할을 한 100억원대 투자자 손아무개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의혹이 디올백 사건과 함께 굴러가게 되면서 검찰 스스로 더 큰 불쏘시개를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 9월19일 야권 주도의 '김건희 패키지'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여권 내에서도 김 여사 방어에 대한 '무용론'이 흘러나오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일단 검찰은 2심 선고 직후 '김 여사와 손씨는 다르다'는 방어막을 들고나왔다. 손씨는 불법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뚜렷하고, 자금을 직접 운용한 반면 김 여사는 계좌를 일임해 시세조종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내놓은 "계좌를 활용당한 것"이라는 해명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동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가 연속으로 나오고, 심 총장이 들끓는 여론을 설득해 내지 못한다면 검찰을 향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윤석열 정권의 남은 임기 대부분을 함께할 총장을 향한 비토도 거세질 수 있다.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심 총장의 의지는 수사지휘권 회복 시도로 확인될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은 2020년 박탈됐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가 총장이 바뀐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원석 전 총장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거부했다. 김 여사에 대한 출장 조사가 이뤄졌을 때 이창수 지검장의 '총장 패싱' 및 '사후 보고'의 근거가 되며 내부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범행을 인지한 정황은 판결문 곳곳에 드러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 11월 공범들이 "12시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대화 직후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동일한 수량과 액수의 주식이 매도됐다며 이를 '통정매매'로 적시했다. 김 여사 명의로 된 3개의 계좌가 총 48회에 걸쳐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판단도 내렸다.
또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그분(1차 작전 선수)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되묻는 통화내역 등도 확보된 상태다. 1·2차 시기로 나뉜 범행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된 계좌도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 명의가 유일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최근 최씨를 포함해 전주 91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처분을 검토 중이다.
검찰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주가조작으로 1억원 넘는 손실을 본 손씨는 기소하고, 23억원의 수익을 거둔 김건희·최은순 모녀에겐 관대한 검찰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가조작 차트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이 서려 있다. 윤 대통령이 부르짖던 반국가세력에 죗값을 묻기 위해서라도 김건희 특검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취임과 동시에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심 총장은 "범죄로부터 1원의 수익도 못 얻게 해야 한다"며 "수사는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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