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놀이터 된 마라톤 대회… 재미·건강·친목 ‘1석3조’

배준용 기자 2024. 4.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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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프마라톤 2030 비율 66%
‘서울의 봄’ 함께 즐긴 2만여명… 서울하프마라톤 역대 최다 참가 - 서울의 봄날을 만끽하는 달리기 축제 ‘2024 서울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28일 서울 마포대교 위를 달리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마포대교를 지난 뒤 10㎞ 부문은 여의도공원까지, 하프마라톤은 상암 월드컵공원까지 이어진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2만여 명이 참가 신청했다. /오종찬 기자

마라톤이 2030세대에게 힙(hip)한 축제이자 도전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그 경향은 점점 두드러진다. 올해 2024 서울하프마라톤(조선일보사·서울특별시·서울특별시체육회 공동 주최)에선 전체 참가 신청자 2만4명 중 66%(1만3294명)가 2030세대였다. 하프(21.0975km) 부문은 64%, 10km 부문은 68%에 달했다. 참가 신청자 자체도 지난해 1만3000여 명에서 크게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젊은 러너(Runner)들 열기가 뜨거운 셈이다.

28일 오전 7시쯤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는 2030세대가 주축인 달리기 모임 ‘러닝 크루(Running Crew)’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몸을 풀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경기도 광명에서 5년째 ‘목감천 러닝크루’를 운영하는 직장인 오유미(36)씨는 동료 11명과 함께 하프 부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씨는 “절반 정도는 저처럼 자녀가 있는 젊은 엄마·아빠”라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2019년 달리기에 입문했다. 출산과 육아에 허덕이다 보니 50kg대였던 체중이 80kg까지 불고, 체력이 떨어져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허덕이자 인근 목감천변으로 무작정 나갔다. 서서히 달리기에 재미가 붙자 그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지인들을 끌어들였다. ‘목감천 러닝 크루’ 시작이었다. 그는 “함께 달리니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제 체중은 52kg. “체중 얘기 하는데 거리낌 없다. 달리기로 이룬 성취이자 자부심”이라며 웃었다. 이어 “요즘은 아이가 ‘너무 힘들어서 더 못 놀겠다’고 할 정도로 체력에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씨는 2시간 23분에 하프 완주를 마쳤다.

2만여 청춘이 서울 누볐다 - 2024 서울하프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 출발선에서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체 참가자 중 66%가 2030 세대로 젊은 동호인들은 ‘크루(Crew)’를 만들어 함께 뛰는 유대감을 공유하면서 봄날 마라톤 축제를 즐겼다. /오종찬 기자

김포구래신도시 ‘김포 TR 크루’ 모임장 장현석(29)씨는 “원래 잡념이 많았는데 함께 달리면서 생각이 줄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그에게 달리기, 마라톤이란 기분 전환이자 명상이면서 외부 세계와 교류하는 통로다.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 소속 김명성(33)씨는 달리면서 사랑을 키웠다. 같은 크루 동료 강지호(29)씨와 연인 관계다. 이날도 함께 10km를 완주했다. 김씨는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 완주를 위해 쭉 같이 훈련했고, 오늘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달렸다”며 “지호가 중간에 힘들어했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이겨내 1시간 이내로 마칠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따사로운 봄 햇살 속에서 도심 건물 숲 사이사이 펼쳐지는 버스킹(busking) 길거리 공연은 참가자들 흥취를 끌어올렸다. 크루 멤버들은 휴대전화로 서로 달리는 모습을 찍어주거나 직접 셀카를 찍기도 했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겐 이 축제를 즐기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순식간에 신청이 마감된 탓에 미처 참가 자격을 얻지 못한 크루 다른 구성원들은 코스 곳곳에 나와 크루 깃발을 흔들며 쉴새없이 ‘동지(同志)’들에게 “파이팅” “힘내세요”를 외쳤다.

서울하프마라톤을 수놓은 러닝 크루들. 28일 오전 8시 출발 전 광화문 광장에 모인 경기도 광명 ‘목감천 러닝크루’(위)와 서울 ‘보라매트랙러닝크루(BTRC·가운데)’, ‘서울숲러닝크루(SFRC·아래). /고운호 기자

서울 광화문과 서소문을 지나 마포대로, 마포대교와 양화대교를 누빈 참가자들은 대부분 최종 기착지인 여의도공원(10km)과 월드컵공원(하프)에 무사히 도달했다. 기록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열심히 달렸다. 러닝 크루들은 “함께한 덕분에 힘은 덜 들고 성취감은 2배가 된다”고 했다.

결승점에 도착해서도 이들은 완주 기념 메달을 목에 걸고 제각각 모여 ‘파이팅’을 외치며 즐거워 했다. 목표했던 시간보다 늦었다 해도 끝까지 달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는 기분이었다. 서울숲러닝크루(SFRC) 소속으로 생애 첫 하프 부문에 도전한 나선아(28)씨는 1시간 57분을 기록했다. “힘든 고비마다 크루 멤버들끼리 격려하고, 코스 곳곳에서 응원 공연과 노랫소리가 들려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목표한 시간보다 10분 이상 기록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계속 훈련해 세계 6대 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완주하고 나서도 이들은 도착지 인근에서 제각각 소소한 뒷풀이를 규합하면서 여흥을 나눴다. 김포 TR 크루 장현석씨는 “작년 대회보다 진행도 수월했고 서울 도심을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했다”고 했다. 오유미씨는 “서로 응원하고 고비를 이겨내며 다시 힘을 내 달리는 멤버들을 보며 뭉클했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협찬: 프로스펙스, KB금융그룹, IBK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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