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나태해지는 집, 양평 주택 ‘딩가딩가’

‘딩가딩가’는 베짱이가 기타를 치는 소리를 표현한 단어이다. 양평읍 백안리에 자리잡은 ‘딩가딩가’는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이라는 가족의 삶의 가치를 담아 건축주가 직접 지은 집의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건축주의 일상은 전혀 베짱이스럽지 않았다. 서울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아내와 매일 이른 출근을 하는 남편 그리고 하루 종일 혼자 집을 지키는 강아지까지 바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전문직의 세 가족이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소수건축사사무소 | 사진 노경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양평군 양평읍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462㎡(139.75평)
건축면적 176.40㎡(53.36평)
연면적 191.33㎡(57.88평)
1층 167.72㎡(50.74평)
2층 23.61㎡(7.42평)
건폐율 38.18%
용적률 41.41%
설계기간 2021년 11월 ~ 2022년 4월
시공기간 2022년 5월 ~ 2023년 5월

설계 소수건축사사무소
02-461-2357 www.sosu2357.com
시공 건축주 직영 공사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지정 금속패널
외벽 - 치장 벽돌, 유리 블록
데크 - 무근 콘크리트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페인트, 지정 합판
내벽 - 친환경 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폼보드
외벽 - 경질우레탄폼보드
창호 AW 시스템 창호
도어 우드 제작 도어
현관문 단열 제작 도어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기름 보일러
세 가족이 서울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한 이유는 도시에서 시골로의 물리적 이동을 통해 환기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시골의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좀 더 나태한 삶을 결심한 것이다.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여정 속에서 다양한 풍경들을 마주하며 매일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설렘과 기대감을 느낄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여행 목적지로서의 집은 온전한 휴식을 위한 일상의 편안함과 집이 아닌 낯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다소 낯선 비일상의 공간을 함께 담아내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딩가딩가’에는 이와 같은 비일상의 공간을 위한 여러 가지의 장치가 있다.
현관에서 바라본 거실과 마당
거실과 2층 브리지. 화이트 톤과 우드 톤의 인테리어가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깊은 처마와 툇마루
마당으로 길게 뻗은 지붕은 집의 모든 곳을 이어주는 툇마루에 깊은 처마를 만든다. 2m가 넘는 처마는 마당에 내부 공간만큼이나 큰 머무름의 공간을 만든다. 자연과 가장 가깝게 맞닿은 처마 아래는 계절을 담는 시간의 공간이다. 햇살이 화창한 날에는 빛을 반사하는 금속 복합패널 마감의 처마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을 산란시켜 콘크리트 툇마루에 너울거리는 그림자를 만든다.
비가 내리는 날엔 처마 끝을 따라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든 물줄기들이 에워싸 툇마루에 새로운 경험의 공간을 만든다. 깊은 처마 밑 반외부 공간은 맨발로 나와 편안하게 앉기도, 때론 눕기도 하는 벽이 없는 자연 속 또 하나의 방이다.
넓은 처마는 마당에 실내만큼이나 큰 머무름의 공간을 만든다. 자연과 가장 가깝게 맞닿은 처마 아래는 가족들의 아늑한 쉼터이자 계절을 담는 시간의 공간이다. 넓은 툇마루가 다양한 활동의 공간이라면 마당은 새롭게 만들어진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다.
금속 복합패널 마감의 처마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을 산란시켜 툇마루에 너울거리는 그림자를 만들기도 한다.
집에서 집으로 가는 길, 숲 복도
60여 평 규모의 ‘딩가딩가’에는 사면이 벽으로 막힌 방이 하나밖에 없다. 공식처럼 여겨지는 평형대별 방의 개수에서 벗어나 집에서 하고 싶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온전한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계획했다.
거실은 집의 일부이지만, 집 밖의 카페와 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계획하고자 생활공간과 명확하게 분리했다.
천창이 눈에 띄는 주방 겸 다이닝 공간은 손님 방문 시 응접실이 된다. 천창을 통해 반사돼 들어오는 자연광은 조명을 대신한다.
안방으로 가는 복도에는 유리 블록을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은은한 빛이 스미도록 계획했다.
오롯이 부부만의 휴식 공간으로 군더더기 없이 완성한 안방
집의 배경이 되는 산과 집으로 둘러싸인 마당을 연결하는 복도는 거실과 생활공간을 이어준다. 복도에는 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지는 커튼월의 큰 창을 계획하고, 숲 속을 거니는 것처럼 양 옆에 큰 나무를 심었다. 복도를 지나면서 먼 산과 마당의 가까운 정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이지만 외부와 같은 개방감으로 계절의 변화를 자연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했다.
내부이지만 외부와 같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복도는 거실과 생활공간을 이어준다. 커튼월의 큰 창을 통해 숲 속을 거니는 기분으로 양 옆의 사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2층 게스트룸으로 가는 브리지
빛의 잠망경
숲 복도를 지나 처음으로 만나는 생활공간은 주방과 식당이다. 단층집의 외부에서 보면 굴뚝처럼 보이는 솟아 있는 구조물은 빛의 잠망경이다. 천창을 통해 반사돼 들어오는 자연광은 응접실의 조명을 대신한다. 충분한 깊이를 가진 프레임에 담긴 하늘은 집 안에서 흡사 공간과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하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거실과 주방 공간의 저녁 풍경과 마당 전경. 마치 여행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다소 낯선 비일상의 공간에서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난다. 굴뚝처럼 보이는 솟아 있는 구조물은 천창이 있는 빛의 잠망경이다.
마당의 오솔길
건축주에게 넓은 마당은 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반려견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마당은 가족에게 일상 속 산책의 공간이다. 넓은 툇마루가 다양한 활동의 공간이라면, 마당은 새롭게 만들어진 자연 그대로의 공간으로 계획했다. 마당 전체에 걸쳐 영역성 없이 자연스럽게 흩뿌려진 식재는 시골 오솔길에서 흔히 만나는 야생의 자연과 닮았다. 마당 이곳저곳을 거닐며 예상치 않은 다양한 꽃과 나무와의 자연스러운 스침은 집 속에서 숲 속의 경험을 제공한다.
치장 벽돌로 마감한 외벽에서 흙의 질감과 색감 그리고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