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 입에 황산 붓고 도주...“범인은” 태완이가 남긴 마지막 목소리 [오늘의 그날]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2026. 5.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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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이끈 ‘대구 황산 테러’ 사건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KBS 추적60분 화면

1999년 5월 20일 오전 11시경, 대구광역시 동구 효목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당시 6살 김태완 군이 정체불명의 남성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골목길을 걸어가던 태완 군의 머리카락을 뒤에서 잡아당겨 입을 벌리게 한 뒤, 얼굴과 몸에 황산을 쏟아붓고 즉시 도주했다. 이 사고로 태완 군은 전신의 40%에 달하는 3도 화상을 입고 실명했으며, 황산이 입과 코로 들어가 식도와 기도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태완 군은 전신이 타들어 가는 상태로 필사적으로 집을 향해 기어갔고, 이를 발견한 모친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병상에서 치료를 이어갔으나 사건 발생 49일 만인 그해 7월 8일 패혈증으로 끝내 사망했다.

대낮 주택가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였음에도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유일한 목격자가 청각장애를 가진 아동이었던 탓에 진술 확보가 어려웠고, 현장 주변의 추가 목격자나 물증도 확보되지 않았다.

이후 의식을 회복한 태완 군과 청각장애인 친구가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 주민 A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유족들은 태완 군이 사망하기 전 남긴 300분 분량의 진술 녹음테이프를 경찰에 제출했으나, 수사당국은 피해자가 아동이고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나온 진술이라는 이유로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초동수사 과정에서 용의 선상에 올랐던 인물의 가죽 신발 등 주요 증거품을 오염된 다른 옷가지와 함께 보관해 감정 불능 상태로 만드는 등 경찰의 부실한 증거 관리와 수사 기피 행태가 겹치며 진범을 특정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당초 이 사건은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가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에 불과했다. 유족과 여론의 반발이 이어지자 경찰은 사건 발생 14년 만인 2013년 재수사에 착수하며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 공소시효를 15년으로 연장했다. 이로써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4년 7월 7일까지로 늘어났다.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2014년 7월 4일, 유족들은 대구지방검찰청의 ‘혐의없음’ 처분에 불복해 용의자 A씨에 대한 재정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재정신청이 접수되면서 공소시효는 극적으로 정지되었고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그러나 2015년 2월 대구고등법원이 유족의 재정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10일 대법원 역시 유족의 재항고를 최종 기각하면서 사건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물증 부족으로 결국 법적인 ‘영구 미제’로 남게 되었다.

태완이 사건은 진범을 단죄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인륜적 흉악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대법원의 최종 기각 판결이 내려진 지 2주 뒤인 2015년 7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살인 범죄의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로 통과됐다.

다만 이 법은 법 통과 이전에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정작 법 제정의 배경이 된 태완이 사건 자체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비록 진범 처벌이라는 유족의 염원은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태완이법을 통해 이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춘재 사건) 등 수많은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범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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