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입법 손놓고 ‘미프진’은 막아…‘안전한 임신중지’는 언제쯤

박고은 기자 2024. 9.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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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일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다.

1990년 중남미 국가 여성들이 임신중지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낸 날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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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의 집회가 열렸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9월28일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다. 1990년 중남미 국가 여성들이 임신중지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낸 날을 기념했다. 그 뒤 많은 나라에서 임신중지 처벌이 중단됐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정부와 국회가 대체입법을 미루면서,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맞닥뜨린 여성들은 각자도생의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

‘36주 임신중지 유튜버 사건’은 입법공백 상황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36주 임신 여성의 임신중지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자 보건복지부는 즉각 경찰에 여성과 의료진을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여성과, 수술을 진행한 병원 원장·집도의를 살인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정상적으로 출산한 뒤 아이를 사망시켰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낙태죄는 사라졌지만, 임신중지에 살인죄라는 더 큰 죄목이 붙게 된 셈이다.

‘36주 임신중지 유튜버 사건’으로 임신중지 수술이 위축되면서 유산유도제(임신중지약)인 ‘미프진’은 음지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미프진’을 검색하자 “미프진 싸게 양도받을 사람 구한다”, “수술 받다 걸리면 처벌받으니, 기록 남지 않는 약물로 안전한 임신중지 하라”는 홍보글 수십개가 떴다. 가격대는 임신 1∼7주차는 30만원대, 7주차가 넘어가면 50만원 안팎이었다. 이 약이 정품인지는 알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이유로 미프진 도입을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약의 주요 구성 성분인 미페프리스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해, 전 세계 97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쓰이고 있다.

2019년 헌재는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낙태죄의 효력을 2020년 12월31일까지로 못박았다. 2020년 5월 출범한 21대 국회에선 이를 반영한 6개의 형법 개정안과 7개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다. 종교계의 강력한 임신중지 반대가 주요 이유였다. 올해 5월에 개원한 22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아예 발의되지도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6일 정부에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관련 의약품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여성계는 임신중지를 공식적인 의료 영역으로 들어오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지금 한국에서 임신중지를 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문제는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었는데도 국가가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공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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