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타가 전 세계 오프로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신형 ‘랜드크루저 FJ’를 공개했다. 강렬한 각진 외형과 클래식한 오프로더 감성이 결합된 디자인에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공개 직후 토요타가 내놓은 한 마디에 전 세계 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과 유럽에는 출시 계획이 없습니다.” 토요타는 단호했다. 전통적인 오프로더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와 유럽은 제외하고, 이번 신형 FJ 크루저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미국 현지 커뮤니티는 즉각 ‘왜 우리만 제외되느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새롭게 돌아온 FJ 크루저는 단순히 과거 모델의 재현이 아니다. 토요타는 2026년형 ‘랜드크루저 FJ’를 통해 오프로더 라인업을 보다 다양화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오프로드 차량을 원하는 시장을 노렸다. 그러나 북미 시장이 빠진 결정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신형 FJ 크루저, 태국서 생산… “타깃은 아시아·남미”

신형 FJ 크루저는 토요타의 IMV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생산지는 태국으로 확정됐다. 토요타는 이 모델을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북미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를 검토했지만, 태국 생산 모델을 수입할 경우 19%의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급등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형 FJ는 2.7리터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61마력, 최대토크 24.6kg·m(181lb-ft)를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와 파트타임 4WD 시스템이 맞물려 험로 주행에도 대응하도록 세팅됐다. 전통적인 기계식 4륜 구동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최신 전자식 주행 보조 기술이 일부 적용돼 실용성과 감성을 모두 챙겼다는 평가다.
디자인은 FJ 크루저의 전통적인 각진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원형 헤드램프, 짧은 오버행, 두꺼운 펜더 라인이 결합돼 묵직한 인상을 준다. 팬들 사이에서는 “컴팩트 크루저 EV 콘셉트카의 현실판”이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토요타가 기존 디자인 언어를 절묘하게 계승했다는 평가가 많다.
무게는 약 1,900kg으로, 상위 모델인 랜드크루저 250보다 300kg가량 가볍다. 토요타는 이 차량을 ‘랜드크루저의 입문형 오프로더’로 정의하며, 접근성을 강조했다. 특히 토요타는 이번 모델을 통해 ‘실용적 오프로더’의 정체성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가 플래그십 SUV가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친 도로를 즐길 수 있는 차량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북미는 제외됐지만, 글로벌 오프로더 시장엔 ‘새 변수’

미국과 유럽 팬들의 실망은 크지만, 토요타의 전략은 명확하다. 이번 FJ 크루저는 ‘글로벌 사우스’, 즉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재편의 일환이다. 토요타는 이미 랜드크루저 70·300·250 시리즈로 고가 시장을 커버하고 있으며, FJ는 그 아래 단계를 채우는 모델이다. 다시 말해, 판매 중심 축을 ‘수요가 커지는 신흥시장’으로 옮긴 것이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북미 팬들의 불만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요타 SUV 라인업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은 토요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단단한 내구성과 합리적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북미 시장 진출 계획이 없지만, 팬들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토요타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클래식 모델을 부활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랜드크루저 70 시리즈 역시 한때 단종 후 재출시된 바 있다.
토요타의 FJ 크루저가 미국 땅을 밟는 날은 당장은 요원하지만, ‘복고풍 오프로더’ 트렌드가 이어진다면 재도입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때까지는 아시아와 남미 팬들의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