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고 약 마구 먹었다간 간 손상"…발병기전 첫 규명

강승지 기자 2023. 3.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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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발생하는 독성 간염(약인성 간 손상)의 발병 기전을 연구진이 국내 처음으로 밝혀냈다.

양현 교수는 "약물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성 간염 환자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며 "이번 연구는 발병 기전을 파악해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독성 간염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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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교수팀, 독성간염 일으킬 면역 세포 밝혀내
독성간염, 스테로이드로 치료 가능…"환자 치료 도움되길"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약물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발생하는 독성 간염(약인성 간 손상)의 발병 기전을 연구진이 국내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로써 환자 치료는 물론 유병률 파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양현·배시현 소화기내과 교수와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약물 복용에 따른 간 수치 상승이나 간 기능 저하를 이유로 조직 검사를 받은 53명의 환자로부터 얻은 간 조직 분석으로 독성 간염이 단순 독성 물질로 인해 발병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독성 물질 또는 그 대사 물질에 대해 △CD8 양성 T세포 △단핵 식세포와 같은 특정한 면역세포들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자들의 간에는 정상인의 간과 달리 이 세포의 침입이 명확히 관찰됐고, 침윤 정도가 간 손상 정도와 관련이 있었다.

CD8 양성 T세포는 세포독성 T세포로도 불리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단핵 식세포는 대식세포로 분화하기 전단계의 세포로, 분화되면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병원체 및 독성 물질을 포식작용으로 제거하거나 포식작용을 통해 T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독성 간염 환자의 간에서 관찰되는 T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다양한 침윤 모습. 1~4단계로 나뉘며 4단계로 갈수록 침윤의 정도가 심해진다/은평성모병원 제공

이들은 세포의 계통 및 분화·성숙·활성화 단계 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최신 유세포 분석 기법을 이용해 활성화 단계에 있는 CD8 양성 T세포와 단핵 식세포들이 간 손상 정도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두 세포에서 분비되는 작은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의 양도 손상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밝혀낸 면역기전을 바탕으로 면역억제제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치료방향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독성 간염의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12명의 환자가 독성 간염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총 53명의 연구 대상 환자 중 50명(94.3%)이 독성 간염 완치까지 추적 관찰됐는데, 전체 환자 중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7명(69.8%)이었다. 이들은 최소 7일에서 최장 107일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고 투여 중단 후 재발은 없었다. 환자들의 스테로이드 투여 기간은 중앙값 기준 30일이었다.

독성 간염은 약물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이 섭취한 약물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해 간 수치가 급격이 상승하거나 간 기능에 손상이 나타난다.

독성 간염은 급성 간염과 마찬가지로 식욕부진, 오심과 구토, 피로감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관절 통증, 피부 발진 등이 관찰되며 병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복수, 간성뇌증으로 이어진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의 양현 교수·배시현 교수, 서울성모병원의 성필수 교수/은평성모병원 제공

양현 교수는 "약물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성 간염 환자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며 "이번 연구는 발병 기전을 파악해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독성 간염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성필수 교수는 "독성 간염 환자의 유병률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고 배시현 교수는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향후 독성 간염 환자의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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