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자가 주말에 놀러 왔다가 돌아간 날 저녁이었습니다. 지갑을 꺼내다 보니 안에 무언가 두툼한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그러고 보니 낮에 손자가 제 지갑을 몰래 만지작거리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갑 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지갑을 만지작거리던 손자
손자는 낮에 거실에서 놀다가 제 외투 주머니를 뒤적였습니다.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른 손을 뺐습니다. 장난이려니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손자는 돌아가는 길에 할아버지 지갑 꼭 열어 보라고 귓속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습니다.

지갑 속에서 나온 것
지갑 안에는 네 번 접힌 그림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그림 사이에는 구겨진 천 원짜리 한 장도 끼워져 있었습니다. 뒷면에는 할아버지 맛있는 거 사 드세요라고 삐뚤빼뚤 적혀 있었습니다. 제 용돈을 모아 둔 돼지저금통에서 꺼내 온 돈이라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쓰지 못하는 천 원
저는 그 천 원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과 함께 지갑 안쪽 칸에 조심스럽게 넣어 두었습니다. 다음 날 손자에게 전화해 할아버지가 제일 맛있는 걸 샀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손자는 뭘 샀느냐고 물었고 저는 행복을 샀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도 지갑을 열 때마다 그 그림이 먼저 보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작은 선물 하나에도 온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손주가 건넨 작은 것이 있다면 소중히 간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마음이 오래도록 큰 위로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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