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스타일’에서 ‘힙한 패션’으로…샤넬 뒤집어 놓은 ‘블라지 신드롬‘

최수진 2026. 6.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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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지 디자인한 액세서리·신발 제품, 리셀서도 구할 수 없어
리스트(Lyst), 올해 1분기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샤넬 선정
BoF 샤넬 두고 ‘2026년 패션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평가

“너무 클래식해서 재미없다”, “나이들어 보인다”, “과하게 여성스럽다”,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 “재미없고 답답하다”….

설립 116년을 맞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에 대한 대중 이미지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며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로망 브랜드’로도 꼽히지만 젊은층에서는 보수적이며 올드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과하게 높아진 가격대와 사라진 희소성은 샤넬을 ‘패션’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샤넬이 다시 ‘힙’해졌다. 패션으로 인정하지 않던 일부 소비자들까지 샤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24년 12월 선임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마티유 블라지가 만든 변화다. 트렌드 중심에 올라서며 ‘블라지 마니아(Blazy mania)’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패션업계에서는 샤넬 부흥기를 이끈 칼 라거펠트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블라지 마니아’가 뭐길래

샤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샤넬의 FW 컬렉션 제품을 사고 싶은데 구할 방법이 없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중 반응이 달라진 것은 3월부터다. 3월은 샤넬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봄·여름(SS)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기다. SS 컬렉션은 신임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작품으로 VIP 대상 프리오더(선주문) 기간을 거친 뒤 일반 매장 판매를 시작했다. 

1984년생 마티유 블라지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라캄브르 종합예술대학을 졸업했다. 라프 시몬스에서 패션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메종 마르지엘라, 셀린느, 캘빈 클라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4년부터 셀린느 수석디자이너로 일했으며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캘빈 클라인에서 라프 시몬스와 다시 일했다. 2020년부터 보테가 베네타 RTW(레디투웨어)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됐고 2021년 브랜드 전체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선임돼 샤넬에 오기 전까지 보테가 베네타를 이끌었다.

모델,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블라지가 디자인한 샤넬 가방과 액세서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으면서 빠르게 품절됐다. 특히 인기를 얻은 제품은 블라지 특유의 투톤 여성 신발이다. 100만원대와 200만원대에 출시된 제품들은 리셀 플랫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이처럼 인기를 얻는 모습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전했다. 

샤넬 매장에 고객이 몰리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광기’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례 없는 론칭으로 신규 구매자를 쓸어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샤넬 부티크 안에서는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이 나왔다”며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전통적인 부유층 사모님을 넘어 대중에게도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가 높아지자 업계에서는 ‘블라지 마니아’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디자이너 이름인 마티유 블라지와 마니아(한가지에 깊게 빠지는 사람)의 합성어다. 블라지가 디자인한 샤넬 제품에 대한 폭발적인 소비가 발생하자 만들어진 단어다. 

올해 1월 공개된 2026년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컬렉션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오트쿠튀르 패션쇼는 브랜드의 예술성·역사·기술력 등을 증명하는 자리로 샤넬 측에서도 오트쿠튀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샤넬 패션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프스키는 패션 전문지 BoF와의 인터뷰에서 오트쿠튀르는 샤넬의 정수”라며 가브리엘 샤넬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정신이 깃든 수공예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신임 디자이너인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오트쿠튀르 데뷔 작품이 공개되자 패션계에서는 극찬이 나왔다. 디자인이 단조롭지만 샤넬의 완벽한 장인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3월 선보인 가을·겨울(FW) 레디투웨어 컬렉션도 같은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FW 컬렉션의 대중 판매는 오는 9월 시작된다. 

 ◆ 샤넬, 2026년 가장 힙한 명품으로

세계적인 패션플랫폼 리스트(Lyst)는 올해 1분기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샤넬을 선정했다. 리스트는 “샤넬 신발과 가방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돼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리스트는 검색량, 구매 수요, 시간이 지남에 따른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매 분기 순위를 선정하고 있다. 

BoF 역시 샤넬을 두고 ‘2026년 패션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너무 열풍적이라 인기가 급격히 식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았다.

인기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샤넬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2% 증가한 193억달러(약 29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5.2% 늘어난 47억달러(약 7조원)다. 블라지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북미 지역에서는 매출이 7.2%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2.5% 매출이 늘었다. 

블라지 체제에서 신규 고객층을 확보한 게 주된 요인이다. 세계 최대 명품 회사인 LVMH의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1% 매출이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샤넬의 이번 실적은 긍정적이다. 다만 순이익은 14.3% 감소한 29억달러에 그쳤다. 

샤넬 실적은 블라지 선임에 따라 1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2024년 샤넬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0% 급감했다. 

과도한 가격 인상을 시행한 후 수요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외형 확장에 성공한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업계에서는 블라지가 디자인한 제품의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는 올해 성장률이 더 클 것이라 내다봤다. 

샤넬은 블라지 신드롬에 발 맞춰 오프라인 매장 오픈 속도를 높인다. 올해 30여 개의 신규 매장을 열 예정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블라지 신드롬은 가격 인상 비판을 희석시킬 가능성도 있다. 샤넬은 2025년 전체 제품 가격을 3%, 패션 제품은 2% 인상했으며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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