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의료대란 없었다는 정부도, 블랙리스트 유포 의사 두둔한 의료계도 '뭇매'

문세영 기자 2024. 9.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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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씨를 면담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진료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비판을 받고 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유포 의사를 영웅화하는 의료계 역시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맡고 있다. 

● 추석 기간 ‘인력 부족’, 의료계 간호사 채용 나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23일 추석 연휴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진료제한은 응급실 처치 후 후속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119구급대원은 진료제한 메시지를 참고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는다. 

김 의원실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진료제한 메시지 표출 현황을 살펴 추석 연휴인 14~18일 전국 응급실 센터로 전송된 진료제한 메시지가 1879건이었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23.4%(356건) 증가한 수치다. 

진료제한 메시지가 증가한 주요 원인은 인력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제한 메시지는 연휴 기간 총 645건으로 전체 메시지의 34.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262건보다 68.4% 증가한 규모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응급실 환자가 작년보다 30% 이상 감소해 큰 혼란이 없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실제로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의 혼란은 지난해 추석 연휴 때보다 더 많았음을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복지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사들이 병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빠르게 제시하라”고 말했다.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들은 간호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50명 규모의 간호직 채용 공고를 냈다. 내달 4일까지 원서접수를 받고 서류전형, 필기시험, 실무면접 등을 거쳐 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삼성서울병원도 다음달 2일까지 간호사 원서접수를 받고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도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병원 외에도 서울 주요 병원들이 간호사 채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수도권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문의 규모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국회 복지위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문의 수 격차가 2019년 대비 2024년 2배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수도권 전문의 수는 2019년 4만5633명에서 올해 7월 5만4256명으로 8623명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 전문의 수는 4만489명에서 4만3247명으로 2938명 증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문의 수 차이는 2019년 5144명이었으나 올해는 1만829명으로 2배 정도 격차가 커진 것이다. 

● 국민 공감·뭇매 동시에 받는 의료계 

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의료인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국민들도 ‘점진적 증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68.9%가 점진적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의료계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니다. 국민 공감을 사기 어려운 의료계의 행동은 반감을 사고 있다.  

병원에 근무 중이거나 복귀한 의사 명단을 블랙리스트화해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씨에 대해 일부 의사들이 ‘영웅화’하며 모금 활동에 나서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정 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수십개의 입금 인증샷이 올라오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정 씨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사는 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를 ‘일제강점기 매국노’, 정 씨를 ‘독립투사’로 비유하는 글까지 올려 국민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로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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