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호황 끝났나...주요 기업 경영진 자사주 처분 늘고 매입은 드물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증시가 패닉에 빠지기 직전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이 보유 자사주를 잇따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과 아내 프리실라 챈이 세운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 등을 통해 올해 1분기 중 메타 주식 110만 주를 팔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메타

매각 시점은 올해 1∼2월이었으며 매각 지분의 가치는 총 7억3300만 달러(약 1조400억원)에 달했다. 1∼2월은 메타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시점으로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반전,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2월 고점 대비 32% 급락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CEO 사프라 카츠는 1분기 중 7억500만 달러(약 1조40억원)에 달하는 회사 주식 380만주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클 주가는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이달 17일까지 12% 떨어졌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 역시 1분기 중 회사 주식 2억3400만 달러(약 3300억원) 어치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방산 기술기업 팔란티어 테크널러지스의 스티븐 코언 대표는 3억3700만 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1분기 중 회사 지분을 매각한 미 상장기업 내부자는 총 3867명, 매각지분 가치는 총 155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진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매도할 경우 시장에서는 이를 주가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최근 뉴욕증시 하락장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경영진은 드물었다.

FT는 시장정보업체 베리티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시가총액 50억달러(약 7조1000억원) 이상인 미국 기업 CEO 중 이번 하락장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경우는 2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증시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시기에 기업 내부 관계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급락 장세는 주식 매매 금지 기간에 발생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적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리티데이터의 벤 실러만 리서치 담당 부사장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에서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사주 매매가 금지된 기간이었던 탓에 이번에는 내부자들에겐 최악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