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의 경제터치] 주 52시간제 도입이 자영업자에게 미친 파장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2024. 9. 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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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종사자수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제공하는 계절조정 취업자수를 활용해 자영업자수 변화를 살펴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는 주 52시간제 시행 직전인 2018년 6월 166만명에서 2023년 12월 143만명으로 13.5%(23만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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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종사자수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분업이 생겨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결국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분야 국내 탑저널인 경제학연구에 게재된 2023년도 논문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는 전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사례의 경우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분야 세계 탑저널인 정치경제저널(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게재된 2002년도 논문에선,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단축한 프랑스의 경우 주당 당줃1시간 단축 시 고용이 2~4%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주 52시간제는 의도와는 다르게 고용효과가 없을뿐더러 업종 특성상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할 수밖에 없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어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올 2분기에 중소기업 66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22대 국회에서 처리되길 희망하는 입법과제 중 1순위는 주 52시간제의 유연화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부작용을 논할 때 자영업자가 입는 피해는 간과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돼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라고 해서 제도의 영향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제공하는 계절조정 취업자수를 활용해 자영업자수 변화를 살펴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는 주 52시간제 시행 직전인 2018년 6월 166만명에서 2023년 12월 143만명으로 13.5%(23만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는 397만명에서 424만명으로 6.6%(27만명) 늘었다.

물론 주 52시간제 시행 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가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가 줄었다는 게 모두 주 52시간제 도입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당시 최저임금도 크게 올라 자영업자들에 큰 타격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 등 다양한 요원인들을 제외하고 주 52시간제가 자영업자수에 영향을 미친 순효과만을 도출해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거시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동태일반균형모형을 활용해 주 52시간제가 자영업자수에 미친 순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가 5만 1000명 줄어든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는 1만 6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주 52시간제로 전체 자영업자 매출액이 20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 52시간제로 임금소득이 줄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직원을 내보내고 1인 자영업자가 되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한다는 건 자영업이 영세화된다는 의미다. 원래 의도했던 고용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자영업의 영세화를 초래하는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는 유연한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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