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 중형급 차량에 1리터 중반 배기량의 엔진이 들어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다운사이징이 대세임을 고려해도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시장에 따라선 실제로 이같이 별난 조합을 갖춘 차량도 판매되고 있다. 국가별 자동차 규정이 다른 만큼 이에 따른 현지화를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가볍게는 배기량 제한부터 아예 크기와 엔진 출력, 최고 속도 등 스펙에도 제한을 두는 곳도 존재한다. 그 결과 위의 예는 물론, 아예 해당 국가의 법규에 맞춘 현지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가별 특이한 자동차 규제와 이에 따른 결과물들을 가볍게 살펴봤다.


준대형급 배기량이 1.5L?
중국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유
중국에서는 벤츠 E 클래스, CLS 클래스 등 국내로 치면 중형~준대형급 모델에 1.5L 엔진이 탑재된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CLS의 경우 타 국가에는 없는 CLS260 트림이 존재한다. 해당 모델은 변속기와 엔진 사이에 위치한 전기 모터의 도움으로 낮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28.0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 8.7초, 최고 속도 250km/h로 실주행 성능도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이처럼 작은 엔진이 탑재된 배경에는 세금 혜택이 있다. 중국의 자동차 소비세는 1.0L부터 0.5L 단위로 세율이 달라지는데, 1.5L를 기점으로 변화 폭이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1.5L 미만은 1~3%의 소비세가 붙지만, 2.0L 이상부터는 9%, 3.0L 이상은 25%, 4.0L 이상은 40% 등 상당한 폭으로 치솟는다. 주차세도 별도로 부과되는데, 배기량 1.0~1.6L는 연간 5만 원 수준이나 2.0L 초과는 12만 원, 4.0L 초과는 93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부과된다.


전장 4m 넘기면 세제 혜택 X
대신 '이것'만큼은 제한 없어
인도는 작은 차가 잘 팔리는 국가다. 빈부격차가 크고 도로가 혼잡하다는 특성도 한몫하지만, 마치 일본의 경차처럼 소형차 중심의 혜택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에서 소형차는 세제 혜택 지급 대상으로, 소형차로 인증받기 위해선 전장이 4m를 넘겨선 안 된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소형차들의 전장이 3m 극후반대로 형성돼 있는 이유다. 특히 국내에서 판매되는 KGM 티볼리의 경우 전장이 4,225mm지만, 플랫폼을 공유하는 마힌드라 XUV300은 3,995mm로 단축돼 있다. 배기량 역시 규정이 있는데, 가솔린은 1.2L 미만, 디젤은 1.5L 미만으로 제한된다. 다만, 차량 전폭이나 전고는 제한이 없어서 인도 전략형 소형차들은 짧지만 넓고 높은 특유의 비율이 특징이다.


자발적인 출력, 속도 제한
스포츠카도 예외는 없었다
일본은 독특하게도 자국 브랜드들의 내수형 차량에 한해 최고 속도 및 출력 규제가 적용된 바 있다. 정부의 규제 도입이 아닌 완성차 업계의 자율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명 '마력규제'로 불리던 최고 출력 제한의 경우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1989년 도입됐다. 최고 출력 280마력을 넘겨선 안 됐는데, 제조사들은 고성능 스포츠카들도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출력 제한 설계들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간단한 흡배기 튜닝, ECU 맵핑만으로도 400마력을 쉽게 넘기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마력규제는 2003년 1월 1일부로 폐지됐으나, 경차 시장의 경우 아직 최고 출력 64마력이 암묵적인 상한선이다. 최고 속도 역시 일반 차량은 180km/h, 경차는 140km/h로 리밋이 걸려 있다. 특이하게도 닛산 GT-R의 경우 일반도로에서는 해당 제한이 적용되나 레이싱 트랙에서 주행할 경우 GPS 위치 정보와 연동해 최고 속도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설계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