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타이레놀 자폐 위험’ 경고에…전문가들 “태아에 안전, 과도한 걱정 말라”

이석수 기자 2025. 9.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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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정. 연합뉴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20주차 임신부는 최근 큰 일교차에 감기증상이 나타났다. 약간의 열감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집에 있던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그러다 지난 2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을 먹으면 자폐아 출산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자, 며칠째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놓고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뜨겁다. 국내 임신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연구에서 연관성이 있는 걸로 나왔지만 직접적 인과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며 과도한 걱정과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트럼프 "타이레놀 자폐 위험" vs WHO·EU "연관 없다" 반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명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 위험과 연관돼 있다며 임신부의 복용을 자제하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런 사실을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2000년 대비 자폐증 유병률이 약 400% 늘었다는 미 보건 당국 통계를 제시하며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열이 아니면 절대 먹지 말라. 아기에게도 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은 70여년간 널리 애용돼 온 일반 의약품으로 주요 의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중에도 사용하기에 비교적 안전한 진통제로 간주한다. 국내에서는 누구나 약국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가정 상비약'으로 통한다.

이러한 트럼프의 주장에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박이 만만찮다.

FDA도 신중한 입장이다.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공지문에서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 연구에서 기술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미 산부인과학회(ACOG)도 타이레놀이 임신부에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ACOG는 성명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통증 완화에 여전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도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먹으면 자폐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냐는 질문에 "관련 증거에 일관성이 없다"고 답했다.

◆ 정치적 목적으로 이슈화? 전문가들 "적정량 복용 위험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타이레놀과 자폐증의 직접적 인과관계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반론이 많다. 일부 연구에서 연관성이 제시됐으나 대규모 연구에서는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 이사장인 한정열 인제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북유럽 등의 연구에서 일반 임신부의 자폐아 발생률이 1.3%인데, 타이레놀 복용군에서 1.5%로 조금 높게 나왔다. 이는 1천 명 중 1~2명 증가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며 "또 '형제 비교연구(sibling comparison)'에선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 여부가 자녀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상훈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의 발열은 현실적으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을 적정량만 복용하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면서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타이레놀도 과다 복용은 피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 용량을 복용하고 장기간 복용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 여부를 떠나 타이레놀은 하루 4천㎎(500㎎ 8알) 이상 먹으면 고용량에 해당돼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여준규 여성메디파크병원 원장은 "자폐증이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임신부들이 두려워하는 태아 질환이다 보니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백신 무용론'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이슈화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하면서 "태반과 태아 사이에 뇌와 척수를 외부물질로부터 보호하는 혈뇌장벽(BBB)이 있는데, 타이레놀은 이 막을 통과하지 않는 A등급이라 태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초·중기 38.5도 이상의 고열은 무뇌아(선천성결손증),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트럼프 말대로 고열을 참을 게 아니라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얻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석수 기자 s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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