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대신 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 판매 급증…빌트인 확산·맞벌이 증가 속 ‘편의형 가전’ 혼수 시장 주도

신혼부부들의 혼수 마련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백색가전이 혼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실생활 편의를 극대화한 스마트 가전과 기능 중심 제품들이 ‘필수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기본적인 빌트인 가전이 제공되는 사례가 늘면서 신혼부부들이 혼수를 구성하는 기준 또한 실용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그간 신혼부부들은 신혼집 입주를 앞두고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새로 구매해왔다. 사용 기간이 길게는 10년 이상 되는 만큼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투자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과거 혼수의 기본으로 여겨졌던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 이른바 백색가전 대신 요즘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은 세탁·건조기 세트,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의류건조기, 스마트 오븐, 무선 청소기 등 생활 효율을 높여주는 ‘편의형 가전’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서 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비중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의류건조기로 불리는 이른바 ‘3대 이모님’ 제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로봇청소기 브랜드 드리미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사 스마트스토어에서 로봇청소기를 구매한 고객 중 30대 비중이 50%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30대 구매 비중은 30%에 그쳤지만 1년 만에 20%p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TV 보유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TV 보유 가구는 94.3%였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엔데믹 전환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주 5일 이상 TV 이용 비율은 69.1%로, 2023년(71.4%) 대비 2.3%p 감소했다. OTT 이용 증가와 모바일 시청 패턴이 TV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전 판매 현장에서도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압구정의 한 대형 가전 매장에는 TV 전시관보다 건조·세탁기, 로봇청소기, 프리미엄 커피머신 앞에 더 많은 손님들이 몰려 있었으며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해당 매장 직원은 “요즘 신혼부부들은 TV보다 로봇청소기나 프리미엄 커피머신을 먼저 찾는 경우가 더 많다”며 “TV는 ‘살아본 뒤 필요할 때 사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대형 사이즈 TV는 신혼부부보다는 40·50대 소비층에서 인기가 높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소비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지난 15일 결혼한 박수진 씨(28·여)는 “먼저 결혼한 주변 친구들이 TV는 당장 없어도 살 수 있는 만큼 살아보고 필요할 때 알아 보는게 좋다고 해서 TV 대신 로봇청소기를 구매했는데 잘한 선택인 것 같다”며 “아침에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출근하면 청소를 해줘 퇴근한 이후 깨끗한 집에서 바로 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표현주 씨(34·여)는 “3년 전 결혼할 때 TV를 비롯해 다양한 가전을 혼수로 구매했다”며 “당시 주변에서 TV는 거거익선이라고 해서 100인치 티비를 300만원 정도 주고 구매했는데 야구 시즌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표 씨는 “다시 혼수를 준비한다면 TV는 꼭 비싼 제품이 아니어도 될 것 같고, 오히려 안 사는 선택도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혼수 트렌드 변화에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를 원인 중 하나로 봤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2030 신혼부부는 시간 절약과 생활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경향이 강하다”며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편의형 가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소비 구조 자체가 ‘필수 가전’에서 ‘효율 가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OTT와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소비 확산으로 TV의 필수성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혼수 시장은 자동화·스마트화 가전의 비중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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