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24]이래서 우승할까?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보여준 불안함

사진출처=데일리메일

답답했다. 고구마가 목에 탁 걸린 것 같은 경기력이었다. 서로 약속이나한 듯 애매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들이 우승할 수 있을까.
유로 2024가 시작되기 전. 각 도박 회사들이 예측한 우승후보 1순위는 잉글랜드, 2순위는 프랑스였다. 이들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조별리그부터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뚜껑이 열렸다. 첫 경기는 실망 그 자체였다.

잉글랜드는 세르비아를 1대0으로 눌렀다.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에 1대0으로 승리했다. 두 팀 모두 1대0 신승이었다. 상대 수비가 잘해서 1골밖에 못 넣은 것이 아니었다. 양 팀 모두 그냥 못했다.

첫 경기여서 그럴까. 보통 국가대표팀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팀들은 컨디션을 조별리그 3차전과 토너먼트 첫 경기에 최고조로 올릴 수 있게 맞춘다. 그 때문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잉글랜드의 최대 강점은 공격이다. 해리 케인은 현재 세계 최고 9번 스트라이커다. 이견이 없다. 공격 2선도 탄탄하다.

올 시즌 잉글랜드 언론들이 뽑은, 최대한 팔을 안으로 굽혀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 선수 필 포든. 여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쥬드 벨링엄. 그리고 아스널의 에이스 부카요 사카가 버티고 있다. 벤치 자원도 탄탄하다. 아이반 토니, 콜 팔머, 올리 왓킨스 등 프리미어리그 각 팀의 최고 공격수들로만 모았다.

그러나 세르비아전 잉글랜드의 공격은 초라했다. 90분 동안 딘 5개의 슈팅을 하는데 그쳤다. 그 가운데 유효 슈팅은 3개였다. 예상골(xG)은 0.52에 불과했다. 기회 역시 2개밖에 못 만들었다. 케인은 전반 45분동안 단 2번의 볼터치에 그치기도 했다. 공격이 최대 강점이라는 잉글랜드가 왜 이렇게 무기력해졌을까.

수비 불안 때문이다. 공격이 화려한 데 비해 수비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떨어진다. 수비 라인 중 잉글랜드 톱클럽에서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맨시티의 주전 카일 워커뿐이다. 맨시티 동료인 존 스톤스는 팀 내 확고한 '센터백'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머지 수비 선수들은 중위권 클럽에서 뛰고 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고, 항상 불안 요소임을 인지하고 있다. 결국 전술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때문에 세르비아전에서는 '묘수'를 들고나왔다. 바로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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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풀백'인 알렉산더 아놀드를 중원에 배치하라는 의견이 있었다. 중원에서 볼을 잡아 측면으로 뿌리는 패스를 기대했다. 공격의 퀄러티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게 알렉산더 아놀드 중원론의 골자였다. 여기에 풀백 출신으로 수비 가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커가 오버래핑하면 그 자리를 메워주면서 수비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알렉산더 아놀드를 막상 써보니 문제가 드러났다. 알렉산더 아놀드는 어정쩡했다. 제대로 포지셔닝도 힘들었고, 패스도 끊기곤 했다. 허리에서 패스가 끊어지다보니 공격의 리듬도 좋지 않았다. 여기에 알렉산더 아놀드와 라이스의 간격 유지와 수비 가담도 아쉬웠다. 세르비아가 역습을 펼칠 때 알렉산더 아놀드는 1차 저지선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라인 전체가 뒤로 물러났고, 잉글랜드는 답답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답이 복잡하다. 알렉산더 아놀드를 쓰지 않는 걸로 결론내기 힘들다. 라이스와 함께 그 자리를 설 선수가 마땅치 않다. 토너먼트에 접어들게 된다면 수비 안정성이 중요하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에서 전문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는 코비 마이누와 아담 워튼이다. 문제는 이 둘 모두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큰 무대에서 믿고 맡길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과연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베짱은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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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음바페'이다. 음바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오스트리아전. 음바페는 4개의 슈팅을 때렸다. 대부분이 날카로웠다.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리거나 살짝 빗나갔다. 음바페의 예상골(xG)는 0.81에 달했다.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줬다는 의미이다.
반면 음바페를 빼면 프랑스 공격진들은 저조했다. 튀랑은 5개의 슈팅을 했지만 실속이 없었다. xG는 0.24에 불과했다. 뎀벨레는 슈팅 하나 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즈만도 폼이 떨어졌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캉테와 라비옷이 중원에서 질좋은 패스와 폭넓은 활동력으로 뒤를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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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음바페의 부상이다. 오스트리아전 막판 수비수 단소와 부딪혔다. 공식적으로 나온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많은 보도들에 따르면 음바페의 코뼈 골절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수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회에서 아웃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음바페의 부상은 프랑스에 큰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실질적인 그리고 상징적인 에이스가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설령 음바페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보호대를 쓰게 된다면 경기력은 저조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보호대'를 착용한 손흥민의 경기력 저하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생각하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음바페의 경기력 저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 프랑스는 음바페 외 다른 선수들이 해주어야 한다. 특히 그리즈만과 튀랑, 뎀벨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즈만은 떨어지고 있는 폼을 상승곡선에 올려놓아야 한다. 튀랑 역시 음바페가 맡았던 공격력과 골결정력을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뎀벨레의 경우, 이번 대회를 통해 더 이상 프랑스 국내용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과연 음바페 없는, 혹은 음바페가 약해진 프랑스가 유로 2024에서 순항할 수 있을까.

디디에 데샹 감독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