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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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에 있어 '국가 기관의 책임'을 묻는 첫 판결에서 1심 재판부는 경찰과 구청 쪽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선고 뒤 입장문을 내어 "(용산구청이) 경찰 혼잡 경비 요청을 하였거나 최소한 구청 공무원들이 골목 내 교차 통행 등 인파 통제에 나섰다면,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용산구청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법원 판단은 형식적인 법 논리에 매몰돼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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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근처 집회 대응 따른 용산경찰서 인력 부족 거론
10·29 이태원 참사에 있어 ‘국가 기관의 책임’을 묻는 첫 판결에서 1심 재판부는 경찰과 구청 쪽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참사의 ‘예견 가능성’과 그에 따른 기관의 ‘직접적·구체적 주의 의무’가 경찰에는 명백히 존재하지만, 구청 쪽엔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참사 당일 대통령실 근처 집회 대응 등 ‘외부 환경’을 용산경찰서 경력이 부족했던 이유로 들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이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에 미친 영향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30일 이 전 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이태원 일대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되어 보행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거나 넘어지며 서로 압박해 생명·신체 등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음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경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정보 기능을 핼러윈 현장에서 배제했으며 △범죄 단속에만 치중한 치안 대책을 수립했다고 짚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른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경찰이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참사가 임박한 시점에도 이 전 서장이 “무전기를 제대로 청취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대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정보·경비 기능이 부재했던 배경으로 “사고 당일 관할 내 대규모 집회·시위가 예정돼 있어 용산구의 치안을 책임지는 용산경찰서로서는 집회·시위 대비와 핼러윈데이의 질서 유지를 모두 담당하게 됨으로써 경력을 실효적으로 운용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용산서가 집회·시위 대응에 집중하는 연쇄 효과로 핼러윈데이 안전 유지에 구멍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에 대해 재판부는 재난안전법령상 자치단체에 주최자 없는 다중운집 행사에서 사고를 예방해야 할 의무가 부여돼 있지 않았다며 면죄부를 줬다. 용산구청에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을 부여한 수권 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안전 대책 마련이나 경찰 협조 요청 등 위험에 대비해야 할 구청의 의무 또한 없다고 본 것이다.
유가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선고 뒤 입장문을 내어 “(용산구청이) 경찰 혼잡 경비 요청을 하였거나 최소한 구청 공무원들이 골목 내 교차 통행 등 인파 통제에 나섰다면,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용산구청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법원 판단은 형식적인 법 논리에 매몰돼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한달 앞두고 ‘기억과 애도의 달’을 선포한 뒤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법원 곳곳에서 오열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선고 직후 “무죄가 말이 되는가. 이 나라 사법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며 울음을 삼켰다. 몸을 채 가누지 못하고 오열하는 유가족을 부축하며 또 다른 유가족은 “아직 끝난 건 아니야”라고 힘겹게 읊조렸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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