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디자인세미나]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고민하라”
건축가 12인의 하우스 디자인 세미나_⑨
BDB PLANNER 전인호
현대인, 특히 현대 한국인에게 주거의 본질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이 강한 아파트 문화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본질을 갖기보단 그저 수단으로서 인식되기 쉽다. 전인호 소장은 강연을 통해 ‘참주거’에 대한 개념을 한 번 더 고민하고 주거가 지녀야 할 요소들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주거의 본질로 가기 위한 여정에서 비어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어있는 공간에 채워지는 비실재적 행위와 사건들이 건축을 이루는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공간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행위들이 채워지고, 그 행위들로 인해 건축에는 역사성이 부여된다. 역사성이 만들어진 공간은 곧 장소가 되고, 기억을 담게 된다. ‘주거 공간은 인간에게 그런 기억의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화두를 던진 대목이었다.전 소장은 비어있는 공간이라는 개념과 함께 안과 밖이 소통하는 ‘전위의 공간’에 대해 설명했다. 실내외는 구분되지 않는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내부와 비어있는 공간으로서 외부 공간이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심도가 결정된다.외부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땅,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내가 만들어가는 ‘공간건축’으로의 집을 위해서는 땅과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땅과의 교감을 위해서는 걷는 행위에 집중해야 하고 걷기 위해서는 다시 비어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축의 재료보다 건축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행위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는 ‘건축은 시와 기술로 이루어진다’는 문장을 통해 집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시는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보고 이에 비추어 세상에 대한 무궁무진한 메타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집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가지는지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르게 즐길 수 있다. 자신이 건축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전 소장은 집이 지닌 생명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집은 생명이 있는 하나의 가치이자 나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와 같이 허물어져 갈 수도 있는 동반자가 바로 집이라는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디를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보길 제안했다. 집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과감하게 비운다면 외부 공간이 굉장히 소중해진다며, 비어있으면서 불편한 건축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를 권했다.
구성_ 조재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2월호 / Vol.310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