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자식이 취업하고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부모 곁을 떠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30대, 심지어 40대가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이 낯설지 않다.
부모 역시 처음에는 "돈 좀 모을 때까지만 같이 살자."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이 생긴다. 6070대 부모들 사이에서는 요즘 자식을 내보내고 싶어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자식이 힘든 걸 아니까 독립하라는 말을 못 한다
월세와 집값, 생활비 부담을 생각하면 부모도 자식의 사정을 이해한다. 어렵게 취업해 월급을 받더라도 집을 구하고 혼자 생활하기까지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만 더 모아서 나가라."고 말했던 것이 1년, 3년, 5년으로 길어진다. 부모는 자식의 미래가 걱정돼 자신의 불편을 계속 뒤로 미룬다.

같이 살면서 부모가 다시 자식을 돌보기 시작한다
성인이 된 자식과 함께 살지만 생활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밥을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를 하며 생활비까지 상당 부분 부담한다.
처음에는 자식을 도와주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부모는 60대, 70대에도 계속 누군가를 챙기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자식 역시 부모가 제공하는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독립해야 할 이유가 점점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도 이제 '자식 없는 자기 인생'을 살고 싶지만 죄책감을 느낀다
평생 자식을 키우느라 자신의 시간과 돈을 뒤로 미뤘던 부모에게 6070대는 비로소 자신을 위해 살아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부끼리 여행도 다니고 싶고 집도 줄이고 싶으며 때로는 아무도 챙기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다 큰 자식에게 "이제 독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어려운 자식을 내쫓는 부모가 되는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 부모들의 진짜 고민은 자식이 미워서 내보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제 자신의 남은 인생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부모로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죄책감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주거비를 나누고 집안일을 분담하며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면 오히려 합리적인 가족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한 동거가 끝없이 이어진다면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건강한 독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과 평생 대신 살아주는 것은 다르다. 부모에게도 자식을 다 키운 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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