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스포츠 세단
판매량 지속적 감소
단종설, 전기차 전환설 돌아

한때 국산 스포츠 세단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제네시스 G70이 시장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고 있다. 2017년 첫 출시 당시 BMW 3시리즈를 겨냥하며 등장했던 G70은 탄탄한 주행 성능과 후륜 기반의 설계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했고 브랜드 내에서도 점차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25년 5월 기준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 판매량 가운데 G70의 점유율은 2% 미만으로, 같은 브랜드 내 G80, GV70, GV80 등 주요 차종과 비교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판매 부진에 따라 단종 가능성과 전기차 전환설이 함께 제기되면서 G70은 지금 ‘존속이냐, 전환이냐’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판매량 ‘바닥’… G70은 어디로?

제네시스 브랜드는 2025년 5월 한 달 동안 총 9517대를 판매했다. 이 중 G80은 3712대, GV70은 2435대, GV80은 2354대, G90은 736대, GV60은 111대가 팔렸다. 반면 G70의 판매량은 고작 169대에 그쳤다.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1.8%에 불과한 수치다.
G70의 연간 판매량은 해마다 하락세다. 2019년 1만6795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에는 7910대, 2022년에는 3467대로 내려앉았다. 2024년에는 2371대에 그쳤으며,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55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8.7% 감소한 수치다.
왜 안 팔릴까? 시장 흐름과 소비자 기호 변화

G70의 부진 원인에 대해 업계는 여러 요인을 지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SUV 중심의 시장 흐름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SUV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G70과 같은 스포츠 세단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G70의 차급은 실용성과 공간 활용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어필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장 4.7m, 축거 2.8m의 크기는 운전의 재미에는 적합하지만 패밀리카 용도로는 다소 부족하다. 중형급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실내 공간이 협소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도 아쉽다. G70 2.5 터보 모델의 시작가는 4,281만 원부터이며, 옵션을 더하면 5,000만 원을 넘는다. 이 가격대에서는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브랜드 가치에서 밀리는 만큼 구매층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종설 이어 전기차 전환설까지… G70의 미래는?

판매 부진이 계속되자 G70의 단종 가능성도 제기됐다. G70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에서도 단종 여부를 두고 커뮤니티상에서는 말이 많다. 차량의 상품 주기가 끝나가고 있고, 브랜드 전동화 전략에 맞춰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단종이 될 경우 큰 폭의 중고 감가는 불가피하며 향후 수리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G70의 전기차 전환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eM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 세단을 개발 중이며, G70의 후속 모델이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모델은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800km 수준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는 고성능 전동화 브랜드 ‘N’을 중심으로 다양한 롤링랩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며, 제네시스 또한 GV60 기반의 전기차, 그리고 마그마 콘셉트 등을 통해 전기 고성능차 시장을 준비 중이다. G70이 이와 같은 방향에서 새로운 전기 스포츠 세단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 “결정된 것 없다”… 향후 전략 주목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 측은 G70의 단종 여부나 전기차 전환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내부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이며 시장 반응과 전동화 전략에 따라 후속 모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도 G70의 입지는 애매하다. 고급 SUV 라인업(GV70, GV80)의 판매 호조, G90 중심의 대형 세단 강화, 그리고 전기차 전환이 브랜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G70은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으며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의 비중도 축소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