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기다림… 암과 싸우며 자연임신-분만 성공”[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임신 전 자궁내막암으로 2회 수술… 시험관 시술 직전 자연임신 성공
자궁경관 무력증 등으로 4회 입원… 27주째에 조산, 2개월 뒤 딸 퇴원
서 씨도 혈당-혈압 정상 수준 회복… “고위험 산모, 남편 지지 꼭 필요”
임신중독증도 나타났다. 임신중독증은 고혈압이 원인이 돼서 나타난다. 초기에는 단순히 혈압만 오르지만 더 진행되면 부종, 두통, 시야장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로는 경련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임신중독증이 심하면 태반이나 태아로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태아 성장이 멈추거나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서 씨는 역경을 이겨내고 아기를 출산했다. 비록 27주 만에 조산했지만, 아기는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12일에는 기다리던 퇴원도 했다. 서 씨의 진료를 담당한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러 차례 어려움이 닥쳤는데, 그때마다 모두 이겨낸 사례”라고 말했다.
● 자궁내막암과의 싸움
2021년 11월이었다. 주기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월경이 시작됐다. 다만 월경 기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출혈량도 급격하게 늘었다. 서 씨는 “피가 막 쏟아진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증세가 금방 사라질 줄 알았지만 무려 2주 동안 계속됐다. 서 씨는 혹시나 해서 동네 산부인과에 갔다. 조직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소견서를 써주며 상태가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서 씨는 암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크게 겁먹지는 않았다. 빨리 치료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서 씨는 “펑펑 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나. 정신 차리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갔다. 예상했던 대로 자궁내막암이었다. 암 크기는 약 1.2cm. 병기는 1기로 진단됐다. 암이 확실하기에 수술을 지체할 수 없었다. 외래 진료를 받고 3일 후에 곧바로 이정원 산부인과 교수가 수술에 돌입했다. 자궁내막에서 암을 긁어내는, 일명 자궁소파술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임신 가능성을 보고 자궁을 보존하기 위해 암 조직만 긁어내는 수술을 한다. 서 씨 또한 출산 계획이 있어 자궁소파술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들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다. 서 씨도 그랬다. 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면서 3개월마다 조직검사를 통해 암 추가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보통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일단 치료된 것으로 보고 임신을 허용한다. 하지만 서 씨는 그러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난 후 암이 다시 발견됐다. 아직 완전하게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서 씨는 6개월 전과 똑같은 치료를 반복해서 받아야 했다.
2022년 12월, 조직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게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1차 치료를 종결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치료를 1년 동안 진행해서 좋아지지 않으면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검토하게 된다.
● 자연 임신에 성공했지만
서 씨 부부는 아기를 원했다.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년의 치료를 견뎌내니 비로소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당장 아기가 들어서지는 않았다. 서 씨 부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까도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2024년 1월 자연 임신이 됐다. 세상이 그렇게 밝아 보일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서 씨는 오 교수의 진료를 받게 됐다.
오 교수에 따르면 서 씨는 고위험 산모에 해당한다. 일단 35세 이후인 데다 초산이다. 자궁내막암 1차 치료를 끝냈지만, 완치까지는 3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다. 여전히 암 환자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암에 걸리기 2년 전에는 당뇨병 진단까지 받았다.
임신하고 난 후에는 몸 상태가 더 나빠졌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이 먼저 생겼다. 혈압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체중도 늘어났다. 혈당도 높아졌다. 임신중독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급기야 입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임신 18주째였던 올해 5월, 서 씨는 처음 입원했다. 자궁경관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자궁경부가 약해져 열리는 병이다. 열린 자궁 입구를 통해 양막이 보이거나 일부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 유산이나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 교수는 자궁경부를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거의 매달 병원에 가야 했다. 6월에도 배에 통증이 나타나서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똑같은 병이었다. 7월에도 그랬다. 이런 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몸 상태는 임신 25주째부터 급격하게 나빠졌다. 수축기 혈압을 기준으로 140mmHg를 넘어서면 고혈압으로 보는데, 서 씨의 혈압은 180mmHg까지 올라갔다. 임신하면 없던 당뇨병도 생긴다. 이를 임신성 당뇨라고 한다. 서 씨의 경우 이 무렵 혈당이 dL당 230mm까지 올랐다. 보통 식전 혈당이 dL당 126mm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또 온몸이 부어올랐다. 몸이 부어오르면서 체중은 일주일 사이에 20kg이 늘었다. 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부종이 심했다.
● 27주 만에 조산
서 씨가 네 번째 입원하고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조기 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됐다. 임신 27주째를 맞아 새벽에 진통이 시작됐다. 서 씨는 자연분만으로 딸을 낳았다. 오 교수는 “혈압과 당뇨 등 여러 합병증이 있어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면 산모의 회복이 매우 더딜 수 있었는데, 아기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덕분에 자연분만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기의 체중은 800g이었다. 보통 27주 정도면 체중이 1kg은 돼야 한다. 태아의 발육 상태가 다소 지연된 것.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아기를 돌보기 시작했다.
아기가 정상적으로 나오면 울음을 터뜨린다. 호흡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아기 스스로 호흡하지 못한다. 이 경우 기도삽관이나 산소치료 등 여러 방법으로 호흡을 돕는다. 서 씨 아기의 경우 폐의 기능이 70∼80% 정도 작동했다. 곧바로 산소치료를 시작했다. 아기의 생명력은 강했다. 놀랍게도, 단 하루 만에 다른 장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 남편의 지지가 정말 중요
오 교수와 서 씨 모두 “과정이 힘들었지만, 결과는 해피 엔딩”이라며 웃었다. 오 교수는 “서 씨의 밝은 성격이 역경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임상에서 많은 고위험 산모를 접하는데, 덜 걱정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려는 환자일수록 결과가 좋을 때가 많다. 물론 태아에게도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서 씨는 “힘들 때 찡그리거나 꽁하고 있으면 몸이 더 아프더라. 일부러 웃고 떠들며,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랬더니 다 좋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남편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고위험 산모들은 모든 고통을 모성애로 견딘다. 그럴 때 남편의 지지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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