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박상신 DL이앤씨 부회장, 내실 다지기 정비사업 반전 기대

사진=DL이앤씨

박상신 DL이앤씨 부회장의 '내실 경영'이 올해 상반기 주택부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초엔 정비사업 신규 수주가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에 밀려 다소 주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2분기에도 굵직한 사업의 시공권을 얻어내며 박 부회장의 선별 수주 전략과 리더십이 주목 받는다.

목동·성수 등 하반기 조단위 수주 기대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뜨겁다. 그동안 정비사업 강자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GS건설, 대우건설 등이 수주 곳간을 채우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DL이앤씨는 1분기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며 수주 경쟁에서 밀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내주며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DL이앤씨가 출혈 경쟁을 피하고 철저한 '내실'을 다지는 선별수주 기조를 증명한 사례로 평가한다. 무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따내기보다 수익성이 담보된 프로젝트에만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박 부회장의 뚝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선별수주 전략은 2분기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맺으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DL이앤씨는 2월27일 1조7583억원 규모의 한남5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본계약을 맺었고 5월28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서울 증산4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1조179억원에 따냈다.

하반기 수주 전망도 밝다. 총사업비 1조2800억원 규모인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 재건축 사업은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수의계약 안건이 통과되면 수주가 확정된다.

강북권 대어로 꼽히는 공사비 1조7800억원 규모의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재개발 사업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과 치열한 맞대결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도 참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를 최전선에 내세웠다. 인근 랜드마크인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조합원들을 초청해 프리미엄 시공 능력을 직접 확인하게 하는 등 밀착 영업을 펼치며 시공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말 입찰 재공고를 거쳐 11월 시공사가 가려진다.

이와 함께 서울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장 등 핵심 입지 공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는 시범아파트와 목화아파트 등이 핵심 타깃이다. 이곳에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최상위권 건설사들과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DL이앤씨는 수익성이 확실한 단지를 선별한 뒤 아크로 브랜드의 특화 설계와 하이엔드 프리미엄을 내세워 정면 승부할 계획이다.

'부채비율 87.5%' 업계 최상위 재무 건전성

이 같은 수주 랠리와 잔고 방어는 박 부회장이 연초부터 강조한 '현금흐름 중심 경영'과 든든한 재무 체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실제 DL이앤씨는 건설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뽐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87.5%에 불과하다. 건설업계에서 부채비율 100% 미만은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극도의 건전성을 의미한다.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 역시 152.17%로 안정권이다.

수익성 지표도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9.12%를 기록해 건설업황 침체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수익성을 증명했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순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은 4.99%,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73%를 달성했다.

이처럼 1분기 기준 순현금 1조2800억원을 보유한 풍부한 유동성과 탄탄한 재무 구조 덕분에 무리한 출혈 경쟁을 피하고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앞세워 수익성이 확실한 서울 도심 핵심 사업장에만 화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DL이앤씨는 주택 부문뿐만 아니라 비주택 부문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3월17일 가산디씨제이브이 데이터센터 신축공사 변경 계약을 체결해 2283억6000만원을 확보했고, 6월5일에는 한국동서발전과 4998억7000만원 규모의 제주청정에너지 복합발전소 기자재 구매 및 설치 계약을 맺었다.

오산·효제동 등 대규모 PF 우발채무 과제

탄탄한 재무 구조 이면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는 사업장도 존재한다. 장기 지연 사업장에 물려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DL이앤씨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오산시 양산동 580번지 일원의 세마지구 공동주택 개발사업(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은 2010년 부지를 취득해 아파트 및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고 분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지다. 도시개발계획 및 후속 인허가 승인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10년 넘게 첫 삽을 뜨지 못했다. 현재 DL이앤씨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종속회사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62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한 상태다.

서울 종로구 효제동 98번지 일대 필지를 매입해 건물을 신축 및 분양하는 효제동 개발사업(효제피에프브이)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이 부지에 대규모 오피스텔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오피스 빌딩으로 용도를 변경해 간신히 사업을 재개했다.

사업 지연으로 2020년 10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금융 비용은 999억원이다. 현재 DL이앤씨가 이 사업을 위해 제공한 자금보충 한도는 5850억원에 달한다. 오피스 매각이나 임대 흥행 여부가 향후 사업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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