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했던 영웅 안중근, 사형 선고…116년째 이역만리 땅에 [뉴스속오늘]

"피고 안중근은 사형에 처한다."
1910년 2월14일 중국 랴오닝성 뤼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마나베 주조 재판장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첫 공판이 열린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이토는 30분 만에 숨졌다. 이토의 얼굴을 몰랐던 안중근은 이토와 동행한 가와카미 도시히코 하얼빈 총영사, 모리 야스지로 궁내대신 비서관, 다나카 세이지로 남만주철도 이사를 향해서도 발포했지만, 사살엔 실패했다.
안중근은 현장에 있던 러시아 헌병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큰 소리로 "코리아 우라(Koea ura)"를 세 번 외친 뒤 순순히 포승줄에 묶여 압송됐다. '코리아 우라'는 러시아어로 '대한민국 만세'라는 뜻이다.
하얼빈은 러시아 조계지로, 원칙대로라면 안중근은 러시아의 재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일본과 마찰을 우려한 러시아가 안중근에 대한 재판권을 포기했고, 안중근은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으로 넘겨졌다가 약 900㎞ 떨어진 뤼순감옥으로 호송됐다.

공판은 공개재판으로 진행됐다. 안중근은 여전히 떳떳했다. 그는 법정에서 거침없이 일제와 이토의 잘못을 고발해나갔다.
"나는 한국 의병의 참모 중장으로서 독립전쟁에 참여해 이토를 죽였고 참모 중장으로 계획한 것인데 이 법원 공판장에서 심문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안중근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묻는 말에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1905년 11월 한국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든 죄 △1907년 정미7조약을 강제로 맺게 한 죄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죄 등 15가지 죄상을 조목조목 밝혔다.

이를 접한 재판부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결국 첫 재판 1주일 만에 사형을 선고했다.
안중근은 당초 항소를 검토했다. 하지만 어머니 조마리아에게 받은 편지 한 통이 그의 마음을 바꿨다. 편지에는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제는 그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선고 한달여 만인 1910년 3월26일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일제는 또 안중근을 대한의군 참모중장이 아닌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교수형을 집행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서문, 전감(前鑑), 현상, 복선(伏線), 문답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형 집행으로 '전감'에서 집필을 멈춰야 했다. 미완성이지만 '동양평화론'은 안중근 평화사상의 핵심을 담았다. 안중근은 동양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와 만주를 침탈하려는 일본의 침략주의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침략의 야욕을 버리고 한국, 중국과 합심해 서양 침략세력을 방어할 때 동양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동양평화론'은 안중근 독립운동 철학의 정화로, 세계 평화사상으로 연결된다.
안중근은 국권이 회복되면 자신의 시신을 고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다. 1946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그의 묘역이 조성됐지만, 80년째 시신이 없는 가묘 상태로 남아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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