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삼성전자 메모리 영업익 추월하나…HBM 성과 '관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가 가공되고 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처음으로 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수요 악화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등 구형 D램 가격 하락으로 메모리 시장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어서다. 서버용 고용량 DDR5 모듈과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주력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범용 D램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연결기준 6조9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의 적자를 낸 전년동기 대비 크게 개선되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26.2% 성장이 예상된다. 전망치가 실현될 경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던 지난 2018년의 6조5000억원을 뛰어넘게 된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메모리 사업 영업이익을 5조~6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다운사이클(하강국면)이 한창이던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크게 개선됐지만, 전 분기 대비 하락이 예상된다.

3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역전된 것은 메모리 시장의 단기악재 때문이다. 견조한 서버 수요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등 소비자용 전자기기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범용 D램 가격의 약세가 부각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기존 전망 대비 영업이익이 하향 조정됐지만, 범용 D램의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에 악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D램은 서버에 들어가는 128GB(기가바이트) 이상의 고용량 DDR5 모듈과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PC용은 분위기가 다르다. 상반기 D램 가격 상승 전환에 앞서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적하려는 고객사의 움직임으로 고객 재고가 많이 늘었지만,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원활하지 못하면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대두됐다.

낸드플래시 역시 서버에 들어가는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나 홀로' 견조하다. PC용 SSD와 스마트폰용 낸드는 D램과 마찬가지로 재고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서버용 D램의 비중이 크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응용처별 매출 비중을 보면 서버용이 40% 이상, AI와 고성능컴퓨팅(HPC)에 활용되는 그래픽용 D램이 약 20%로 추산된다. 그래픽용 D램에는 최근 매출 증가세가 가파른 HBM이 포함된다. 판매 가격이 낮은 제품의 출하량을 제한하는 한편,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에 집중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하반기 범용 D램을 중심으로 발생한 악재에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상승하는 이유다.

AI를 중심으로 한 HBM과 서버용 DDR5 모듈, 범용 D램의 수요 양극화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차세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연말까지 수익성에서 우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