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5월 첫 주,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의 황금 연휴가 이어졌다. 여행은 늘 다른 사람들이 모두 움직이는 여름 휴가나 황금 연휴를 피해 다녔던 탓에, '황금 연휴'는 나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는데...
연휴를 2주 정도 앞둔 어느날, 갑자기 어딘가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어졌다. 제주에 살고 있으니 제주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혼자 갈까? 아니면 현지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갈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대만이 먼저 떠올랐다. 친구에게 위챗을 날리니
‘나 아직 태국이야. 내년쯤 들어갈 것 같은데.’란 답변.
‘어라, 그럼 어디로 가지?’

홍콩은 몇 년 전에 다녀왔고, 싱가포르와 일본은 썩 내키지 않고. 그러다가 중국이 올해 한시적으로 관광 비자를 면제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중국 산서성(山西省) 성도인 타이위안(太原)에서 원어민(영어) 강사를 하는 친구가 있으니 그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
‘5월 초 6일 연휴인데 너 있는 데로 여행이나 갈까?’ 그런데 친구도 연휴 기간 집에 있기는 싫은 모양이다. 중국과는 또 다른 낯선 문화가 있는 신장을 가고 싶다는데, 신장까지 가기에 5일은 너무 짧다.
‘그럼 충칭(重慶)은 어때?’
‘음... 충칭도 괜찮지.’
충칭은 중국의 4개 직할시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머물렀던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충칭을 목적지로 결정하고, 반나절 정도 충칭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검색했다.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항공권을 찾아볼 차례인데, 충칭까지는 직항이 없어 환승을 해야 하고, 경유 시간도 꽤 길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고, 제주에서의 거리도 멀다. 항공권 예매를 마치면 숙소도 예약해야 하고, 대략적인 일정도 짜야 하는데 갑자기 귀차니즘이 몰려온다.
‘사람도 많을 텐데 여행을 그냥 포기할까?’.
하지만 ‘이왕 여행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어디라도 가자’는 생각이 금세 다시 밀고 올라온다.

중국-제주 직항편은 베이징, 상하이, 난징, 항저우, 선양, 선전, 칭다오, 장가계, 광저우, 닝보 등 총 10개 지역으로 아직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거리를 보니 상하이 아래쪽에 위치한 매력적인 도시 ‘항저우’가 2시간 정도의 비행 거리다. 사실 상하이-쑤저우-항저우 코스는 20여 년 전쯤 나홀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도시별로 하루씩만 거친 데다, 세월도 꽤 흘렀으니 다시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게다가 이번엔 친구도 함께이고, 중국도 많이 바뀌었을 테니까.
항공권을 찾아보니 제주-항저우는 왕복이 약 30만원 정도. 시간대는 오전 08:00 제주 출발, 오후 18:20 항저우 출발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정이다. 5월 1일 제주→항저우 08:00, 5일 항저우→제주 18:20으로 선택하고, 항공편은 각각 편도로 끊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귀국편을 현지에서 바꾼 경우가 적지 않아 혹시나 모를 변수에 대비한 것이다. 일정을 변경할 경우가 생기면 편도가 훨씬 빠르고 쉽다.
친구도 나와 비슷한 시간대에 맞춰 항공권을 구입했는데, 중국 국내선이 제주-항저우 구간보다 훨씬 비싸다. 소요시간도 2시간 정도로 제주-항저우와 비슷한데 가격은 무려 2840위안 (약 55만원)이다. 이유가 뭘까?

항공권 구입을 마쳤으니 이제 숙소를 알아볼 차례다.
구체적인 여행 일정을 짜기 전이라 우선 항저우 시내 숙소를 알아보고 있는데, 친구가 더우인(抖音, 중국 틱톡)을 보더니 방문하고 싶은 수향마을이 있다 한다. 저장성 자싱시(嘉兴市)에 위치한 우전고진(乌镇古镇), 후저우시(湖州市)에 위치한 난쉰고진(南浔古镇) 두 곳 중 한 곳이다. 레드노트(rednote)를 검색해보니 우전고진은 이미 너무 유명하고, 난쉰고진은 아직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난쉰고진도 우전고진만큼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은 현지에 가서야 알았다). 첫날 목적지를 난쉰고진으로 정하고 보니 하룻밤 숙박도 해야 할 것 같다.
레드노트에서 항저우 여행을 키워드로 넣으니 눈에 띄는 곳이 하나 더 있다. 1078개의 섬이 있는 호수라는 ‘천도호(千岛湖)’다. 거리를 보니 항저우에서 고속철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곳이다. 난쉰에서 천도호로 가는 직행 고속철이 있으니 둘째날은 천도호로 이동해 하룻밤 묵기로 하고, 마지막 날은 공항으로 가야 하니 항저우 시내에서 묵기로 했다. 중국의 연휴는 5일이라 친구는 4일간만 같이 있고, 5일엔 나홀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20년 지기 친구와 함께 한 첫 여행은 1일 항저우 도착 후 난쉰고진 1박, 2일 난쉰고진에서 천도호로 이동 후 1박, 3일 천도호에서 항저우로 이동 후 1박, 그리고 마지막 날 항저우 나홀로 1박으로 정해졌다.
숙소가 매일 달라지면 좀 피곤할 수 있지만, 숙소도 여행의 일부이니 약간의 피곤함 정도는 나쁘지 않다. 대략적인 일정을 정하고 나서 친구는 고속철 예매를, 나는 숙소 예약을 시작했다. 황금 연휴라 고속철은 원하는 시간대에 표가 많지 않고, 숙소는 대부분 평소 가격의 4배까지 치솟아 있었다.
즉흥적으로 시작된 이번 여행은 어쩌다보니 ‘물을 끼고 있는 중국의 마을’, 즉 중국 수향마을 투어가 됐다.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쑤저우, 시인들이 사랑한 도시라는 항저우,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곳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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