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종합기업 형지I&C가 브랜드력 저하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익창출력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단기차입금 위주의 빚이 늘어나며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12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했음에도 차입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형지I&C는 올해 1분기 -22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적자 폭이 확대됐다. FCF가 적자라는 것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만으로는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해석한다.
형지I&C는 YEZAC(예작), BON(본), Carries Note(캐리스노트) 등 의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 사업을 바탕으로 과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창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중국사업 중단, 2019년 STEFANEL(스테파넬) 브랜드 사업 중단 등 저수익성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외형이 크게 축소됐다.
한번 꺾인 실적은 이후로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국내 의류경기 침체가 지속된 영향이다. 지난해 매출은 567억원으로 2020년 655억원보다도 13.4% 적다.
브랜드력이 저하되면서 전반적인 성장세가 꺾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백주영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정장류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 등을 감안하면 과거 대비 브랜드력이 다소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백화점과 아울렛 위주의 오프라인 판매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브랜드력 저하로 유통망 매장은 축소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저조한 현금흐름이 지속되며 재무건전성도 덩달아 나빠지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124.7%, 30.1%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p, 9%p씩 높아졌다. 가뜩이나 자본총계가 작아 재무적 변동성이 큰데, 차입금이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다.
형지I&C의 차입금은 183억원이다. 2022년까지 11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116억원, 2024년 220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63억원에서 2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158억원으로 세 배 이상 불어난 상황이다.
차입구조가 지나치게 단기화 된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형지I&C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68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이 전체 차입금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올해 상반기부터 조기상환이 가능해져 단기유동성 압박이 커진 상태다.
이에 형지I&C는 급한대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예정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초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393억원을 주주들로부터 조달하고, 이중 198억원을 채무상환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청약률은 30.66%를 기록했으며, 조달 금액도 120억원에 그쳤다. 실권주 인수자가 없는 일반 주주배정 유상증자였던 만큼, 미청약주 1976만여주가 발행되지 못했다.
업계는 근본적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차입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본다. 백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진행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일시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저하된 이익창출력으로 인해 차입부담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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