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 도입하자 볼넷 급증…‘미트질’도 안 통했다

메이저리그(MLB)가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영향으로 볼넷 비율이 7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심판의 재량이 사라지면서 투수들의 유인구와 포수의 ‘미트질’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시즌 MLB의 타석당 볼넷 비율은 9.5%로 집계됐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십 년간 8.5% 내외를 유지하던 볼넷 비율이 ABS 도입 6주 만에 급등한 것이다.
● 스트라이크 존 ‘1인치 오차’도 없다

과거에는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 경계 부근에 공을 던지면 포수가 미트(글러브)를 살짝 움직여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프레이밍(Framing)’ 기술을 구사했다. 이른바 ‘미트질’이다. 심판의 시각과 경험, 재량이 일부 작동했던 영역이다.
하지만 ABS 도입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ABS는 공이 홈플레이트 중간 지점을 통과할 때를 기준으로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데, 이 때문에 포수가 수를 쓰기도 전에 판정이 내려진다.
스트라이크 존 자체가 이전보다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ABS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타자 키의 53.5% 지점으로 정밀하게 설정하는데, 이 때문에 존 상단 부분이 더 좁아졌다는 것이다.
● 공 더 까다롭게 고르는 타자들…투수는 “왜 우리만” 불만

실제로 올해 타자들의 스윙 비율은 46.6%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의 비율도 47.3%로 전년 대비 3%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투수 잭 리텔은 “타자들이 애매한 공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투수들의 고충은 깊어만 간다.
뉴욕 메츠의 구원 투수 AJ 민터는 “언제나 불이익을 받는 쪽은 투수들”이라며 “예전에는 표적에 정확히 던지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뉴욕 양키스의 제이크 버드 역시 마이너리그 시절 이 시스템에 상당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 볼넷 늘자 ‘평균 득점·경기 시간’도↑

경기 시간도 길어졌다. 올해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41분으로, 피치 클락(투수와 타자의 준비 동작에 두는 제한 시간)이 도입된 2023년 이후 가장 길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LB 사무국은 볼넷 비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시즌이 진행될수록 볼넷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9%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뉴욕 메츠의 클레이 홈스는 “모두가 공정함을 원하지만 관건은 그 기준선이 어디에 그어지느냐다”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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