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레바논 국경 넘었다…‘지상전’ 개시에 美 추가 파병    

이혜영 기자 2024. 10. 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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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헤즈볼라 겨냥 제한적·국지적 지상 습격 시작”
본격 침공 나설 경우 2006년 이후 18년만…전면전 위기
지상전 통보 받은 美, 공군력 두 배 늘려…바이든 “휴전 원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스라엘군이 9월30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 ⓒ AFP=연합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지상 작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 급습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선이 확대될 경우 18년 만에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수천 명의 미군을 중동 지역에 추가 파병키로 했다.  

이스라엘군은 1일(현지 시각) 오전 1시50분께 성명을 통해 "군은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습격'(ground raids)을 시작했다"며 지상전을 공식화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목표물은 국경 근처 마을에 위치했으며, 이스라엘 북부의 지역사회에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군과 포병대가 레바논 남부의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며 지상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향해 선포한 '북쪽의 화살' 군사작전을 거론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은 상황 평가에 따라 계속될 것이며 가자 등 다른 전장에서의 교전과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북쪽의 화살' 작전을 천명한 직후 레바논 각지를 수일간 고강도로 폭격했고, 지난달 27일에는 베이루트를 공습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왔다. 

예루살렘포스트, 와이넷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오후 레바논 침공 형태를 두고 수시간 논의한 끝에 레바논에 대한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급습을 앞두고 메툴라, 미스가브암, 크파르길라디 등 레바논 국경에 접한 지역을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군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비해 접경지 여러 지점에서 병력을 철수했고, 최소 5㎞ 후방으로 부대를 이동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레바논 피란민은 최대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이 10월1일(현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에 위치한 마을을 공습하면서 폭격을 맞은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 AP=연합

지상전 총성을 울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지역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붓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전차포 발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마을 3곳의 주민들에게 대피를 경고한 후 강한 폭음이 여러 차례 관측됐다.

미 CNN에 따르면, 레바논 국경 인근 마을에서는 포격에 따른 폭발과 섬광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알자지라 등 아랍 매체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레바논 국경 인근 마을 여러 곳에 진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촬영한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 근처로 탱크와 장갑차 등을 최소 120대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2006년 때처럼 국경 침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침공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당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납치된 군인 2명을 구출하기 위해 국경 '블루라인'을 넘어 레바논에 군을 투입해 전면전을 벌였지만, 병력 121명을 잃고 34일 만에 교전을 마무리했다.

CNN은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작전을 '제한적 범위'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간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공격 수위와 작전 기간이 안갯속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추가 파병 미, 중동 주둔 병력 4만3000명으로 

이스라엘로부터 제한적인 지상전 돌입을 통보받은 미국은 자국 군인을 중동 지역으로 추가 파병할 방침이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 

병력이 추가 투입되면 중동 지역 내 미군 규모는 최대 4만3000명이 된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현재는 4만 명 가량이 주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병력에는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의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도 포함된다. 미군은 추가 파견 비행 대대에 맞춰 기존 병력을 철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 공군력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역내 주둔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연장 기간을 한 달 가량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주 버지니아에서 유럽으로 출발한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도 지중해로 이동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중동 지역 내 2개의 항모전단이 위치하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제한적 지상전 계획을 알고 있는지와 그에 대해 '안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그들이 교전을 중단해야 안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헤즈볼라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전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겠다는 '애매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지난 27일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공습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데 대해서는 "정의의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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