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드민턴 단체전 첫 우승! 결승에서 중국 완파!

이번 우승은 “안세영이 또 해냈다” 한 줄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물론 결승 1단식에서 안세영(삼성생명)이 한첸시를 2-0(21-7, 21-14)으로 눌러 기선을 잡은 장면은 가장 눈에 띄었죠. 그런데 더 중요한 건,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드디어 ‘안세영 원맨팀’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단체전 우승까지 완성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을 상대로, 그것도 결승에서 3-0 완승이라면 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시아 남녀단체선수권은 겉보기엔 “단체전 하나”지만, 실제로는 나라별 배드민턴 시스템이 드러나는 무대입니다. 개인전처럼 한 명이 미친 듯이 잘해서 끌고 가는 대회가 아니에요. 단식이든 복식이든 한 경기만 삐끗하면 흐름이 바뀌고, 그 흐름이 팀 전체를 흔듭니다. 그래서 이번 우승은 한국이 단체전 운영을 제대로 했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한국은 결승에서 중국을 3-0으로 잡았습니다. 이게 왜 크게 들리냐면, 단체전은 보통 한 번쯤은 삐걱거립니다. “첫 판 이겼으니 다음은 괜찮겠지” 하는 순간, 복식에서 흔들리거나 두 번째 단식이 길어져서 분위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 결승은 그런 틈이 거의 없었습니다.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한국이 시종일관 앞서갔습니다.

첫 경기는 역시 안세영이었습니다. 안세영은 1게임을 사실상 ‘연습하듯’ 가져갔고, 2게임에서 잠깐 흔들리는 듯하다가 다시 정리해버렸습니다. 특히 점수가 붙었을 때 더 침착해지는 게 안세영의 무서운 점입니다. 상대가 기세를 올려도 “그래, 해봐” 하고 받아치다가, 어느 순간 상대만 숨이 찹니다. 결승 첫 판에서 그런 안정감을 보여주니, 팀 전체가 숨통이 트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번 우승을 더 크게 만든 건 두 번째 경기였습니다. 복식에서 백하나(인천국제공항)-김혜정(삼성생명)이 자이판-장수셴을 2-0(24-22, 21-8)으로 잡았는데, 1게임이 특히 컸습니다. 듀스 접전은 단체전에서 “멘탈 싸움” 그 자체거든요. 여기서 지면 ‘아, 오늘 쉽지 않겠구나’로 분위기가 쭉 내려갑니다. 그런데 한국이 듀스에서 버티고 따냈고, 그 다음 2게임에서 점수를 확 벌려버렸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복식 1승이 아닙니다. 한국이 “우리도 복식에서 확실히 강하다”는 걸 결승에서 박아버린 장면이에요. 단체전은 단식 한 명이 아무리 강해도 복식에서 흔들리면 우승이 멀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은 복식에서 흔들릴 구간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이게 바로 ‘완전체 우승’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경기는 김가은(삼성생명)이 쉬원징과 1시간이 넘는 접전을 치르고 2-1로 역전승한 경기였죠. 사실 결승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이 뭔지 아세요? “2-0으로 앞서고 있는데, 마지막 한 걸음이 안 떨어질 때”입니다. 그 한 경기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고, 상대가 살아나고, 우리 쪽은 ‘설마’가 ‘혹시’로 바뀝니다. 김가은은 그 위험한 구간을 정면으로 막아냈습니다.

1게임을 내주고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큰 무대에서 한 세트를 먼저 내주면, 몸이 먼저 굳어버리는 선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김가은은 2게임에서 완전히 흐름을 바꾸고, 3게임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습니다. 단체전 우승은 이런 경기에서 결정됩니다. “에이스가 시원하게 이겼다”도 필요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선수들이 끝을 본다”가 우승을 만듭니다.

이번 대회 전체 흐름을 보면,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거의 실수 없이 올라왔습니다. 싱가포르를 5-0으로 잡고, 대만을 4-1로 잡으면서 기본 체력을 아꼈고, 8강 말레이시아를 3-0으로 정리하면서 기세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준결승 인도네시아전에서 안세영을 쉬게 하는 결정을 내렸죠. 이게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팬들 입장에선 “왜 안 나와?”가 먼저 나오고, 한 경기 꼬이면 감독·코치진이 욕을 다 먹는 선택이니까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휴식이 결승을 위한 ‘딱 한 칸’이었습니다. 결승에서 안세영이 첫 판을 빠르게 끊어줬고, 팀이 전체적으로 가벼운 발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단체전에서 에이스를 쉬게 하는 건 결국 팀이 에이스 없이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번 대표팀은 그걸 실제 경기로 보여줬습니다. 이게 이번 우승의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릅니다.

중국이 홈에서 열리는 결승이라도, 단체전은 분위기 싸움이 굉장히 큽니다. 관중이 많고, 상대가 중국이면 더 긴장될 수밖에 없죠. 그런데 한국은 첫 경기부터 점수로 상대 기를 눌렀고, 복식에서 듀스를 이기며 “오늘은 우리가 가져간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던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김가은이 길고 어려운 경기를 버티며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3-0 완승이라는 결과는, 운이 좋아서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계획대로 움직인 팀이 만든 숫자입니다.

이번 우승이 의미 있는 건 “처음”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예전엔 상대 팀이 한국을 만나면 “안세영만 막으면 된다”는 계산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복식도 위험하고, 두 번째 단식도 버티고, 팀 운영도 잘한다”는 인식이 생깁니다. 단체전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 순간, 상대는 준비가 더 어려워집니다.

물론 남자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멈췄고, 동반 우승까지는 못 갔습니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이 중국을 결승에서 3-0으로 잡고, 대회 첫 정상까지 올라간 건 한국 배드민턴 전체에 큰 기세를 남깁니다. 단체전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가 아니라, “선수층과 운영”을 증명하는 트로피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 트로피를 한국이 들어 올렸습니다.

결국 오늘의 한 줄 결론은 이겁니다. 안세영이 앞장섰고, 백하나-김혜정이 밀었고, 김가은이 끝냈습니다. 이게 ‘완전체 우승’이고, 그래서 더 값진 첫 아시아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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