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인기를 구걸하지 않는다… 손시헌 철학이 바꿔가는 SSG 육성 분위기

김태우 기자 2024. 3. 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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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단 있는 지휘로 SSG 퓨처스팀의 문화와 분위기를 단시간에 바꿔놓은 손시헌 퓨처스팀 감독 ⓒSSG랜더스
▲ 손 감독은 2군 선수들은 1군 선수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자이(타이완), 김태우 기자] “야간 훈련, 야간 훈련이요”

SSG 퓨처스팀(2군) 선수단은 지난 2월 15일부터 대만 자이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손시헌 SSG 퓨처스팀 감독이 정식적으로 계획하고 지휘하는 사실상 첫 캠프다. 캠프 종료일(3월 10일)이 가까워지자 선수들은 손 감독을 볼 때마다 농담 삼아 “야간 훈련이요”이라고 소리친다. 첫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했으니 한 번쯤은 안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귀여운 아우성이다.

손 감독도 선수들이 힘들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손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됐다. 지금 1군 캠프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박지환도 발이 땅에 끌리는 모습이 보인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이숭용 (1군) 감독님에게도 그런 점을 참고하셔서 박지환을 봐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캠프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지금까지 야간 훈련을 취소한 적은 없다. 꼬박꼬박 하루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다 진행했다. 이제는 선수들도 포기(?) 상태다.

손 감독은 지금까지 SSG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지도자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국가대표팀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두산과 NC에서만 현역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에는 NC 코치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에서 2년간 연수를 거쳤다. 이후 지난해 11월 SSG의 부름을 받아 팀에 합류했다. 사실 부임 후 선수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많았다. 한 번쯤은 선수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야간 훈련 일정을 슬그머니 지워주는 것도 그것 중 하나다. 하지만 손 감독은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손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지도자 유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선수들이 따라오는 지도자는 실력이 있는 지도자”라고 강조한다. 인기를 구걸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 그리고 팀이 정한 원칙을 따라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무조건 자신이 진다. 그게 손 감독의 지도자 철학이다. 그렇게 선수들이 강해지고, 지도자는 그것을 보며 보람을 얻는다.

손 감독 부임 이후 SSG 퓨처스팀이 가장 달라진 건 단연 훈련량이다. 캠프에 오기 전부터 선수들의 입에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훈련량이 많아졌다. 김재현 단장 또한 퓨처스팀 선수들은 훈련량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이는 손 감독의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테면 강화SSG퓨처스필드에는 타격 훈련을 할 수 있는 곳만 8군데를 만들었다. 대기 타석에 서 있는 선수가 1명을 넘지 않은 구조다. 자연히 개인당 훈련량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4일 훈련, 하루 휴식 일정으로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손 감독은 “작년에 비해 늘어났을 뿐, 예전과 비교했을 때 이게 많은 훈련량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손 감독은 “나도 어린 시절 때는 ‘게으른 천재’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2군 선수들이 1군 선수들과 같은 훈련량을 소화해서는 앞으로 절대 1군 선수들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1군 선수들 이상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 감독 스스로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출신이라 그 과정을 너무나 잘 안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땀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사실 지난해 2군 캠프만 해도 ‘자기 주도 훈련’이라는 명목 속에 훈련이 점심 시간만 넘으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후는 자율에 맡겼다.하지만 올해 2군 캠프는 오전‧오후 훈련이 끝나면 야간 훈련까지 계속 이어진다. 자기 주도 훈련이 궁극적으로 좋기는 하겠지만, 아직 어린 선수들은 자신의 주변을 모두 살필 정도의 여유가 없다. 대신 손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어린 선수들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 6일 야간훈련에서 직접 투수가 돼 공을 던지는 등 모든 훈련에 솔선수범하고 있는 손시헌 감독 ⓒSSG랜더스
▲ 손시헌 감독과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의 헌신 속에 SSG 육성 시스템도 분위기를 전환하고 있다 ⓒSSG랜더스

그래서 손 감독은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와 미팅을 수시로 한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방향성을 찾고, 그것에 어울리는 훈련 방법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오전과 오후 공식 미팅 외에도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등 특별한 격식은 없다.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선수들과 훈련에 섞이는 경우도 있다. 6일 야간 훈련 중 진행한 주루 상황 판단 훈련에서는 손 감독이 직접 투수가 돼 실전처럼 공을 던졌다. 그것도 전력으로 했다.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이다. 미국에서 연수를 하던 시절 배웠고, 이처럼 한국 현실에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방식은 과감하게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다.

그 훈련과 방향성을 지켜준 선수들은 보상도 해준다. 1군 선수단이 대만 자이에 2차 캠프를 차리자 손 감독은 이숭용 감독을 만나 직접 ‘추천서’를 건넸다. 그 추천서에는 왜 이 선수를 추천했는지, 어떤 발전상이 담겨져 있는지, 퓨처스팀 코칭스태프가 봤을 때 1군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를 명확하게 담아두고 있었다. 이 감독도 흔쾌히 손 감독의 눈을 믿었다. 그 결과 박지환 정준재 이기순 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이들은 2024년 1군 전력에 서서히 들어가고 있을 정도로 1군 코칭스태프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분위기 전환의 효과가 단번에 드러나지는 않고 또 정착까지 다소간 진통도 있겠지만, 시스템이 정착됐을 때의 과실은 달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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