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별로 구멍난 매출을 메꾸는 고급 레스토랑의 대처법 - 밥 밥 리카드

요일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어요. 이곳에선 똑같은 메뉴를 월요일 점심에 주문하면 토요일 저녁 대비 25%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화요일 저녁에 시키면 토요일 저녁보다 15% 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식이에요. 메인 요리의 평균 가격이 25파운드(약 3만 8,000원)이고 35파운드(약 5만 3,000원) 전후의 요리도 꽤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할인 폭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죠.

가격을 할인한다고 해서 양을 줄이거나 싼 재료를 쓰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에요. 또한 한가한 시간대를 활용해서 가격을 조정하는 해피 아워 이벤트와도 달라요. 게다가 다른 메뉴와 묶어서 가격을 낮추는 세트 메뉴의 방식과도 거리가 멀어요. 그뿐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음식을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할인해서 파는 방식과는 더더욱 차이가 있고요. 요일과 식사 시간대에 따라 똑같은 음식이 가격만 달라지는 거예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를 한 곳은 런던 소호 거리에 위치한 ‘밥 밥 리카드’예요. 그렇다면 이 레스토랑은 무슨 연유로 이런 가격 체계를 도입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가격 할인에 따라 고급 레스토랑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했을까요?

브랜드도 진화합니다. 이번 런던 위크에서는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 소개했던 매장, 공간, 브랜드, 기업 등의 그동안의 변화를 업데이트 해봅니다. 참고로 밥 밥 리카드는 ‘시티 오브 런던’에 2호점을 냈고, 도쿄에 3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에요.

밥 밥 리카드 미리보기
요일마다 메뉴의 가격이 달라진 사연
#1. 체면을 살리는 ‘가격 체계’
#2. 주문을 부르는 샴페인 ‘주문 버튼’
#3. 선택을 이끄는 ‘메뉴판’
티나지 않는 의도의 전제 조건

의도를 티나지 않게 전달하면 클래스가 생깁니다. 그래서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이유있는 감동이 있었죠. 영국을 영국답게 하는 요소들을 스케일이 넘치는 스토리로 풀어낸 것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사회적 약자 혹은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들을 향한 배려의 메시지를 녹여내 더 큰 울림을 만들었어요.

개막식은 영국을 대표하는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시대를 테마로 시작해요. 이 부분에서는 공장과 노동자 등 그 당시의 풍경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여성 참정권을 외치던 여성들의 모습을 빼놓지 않고 연출하죠. 이후 영국 국가를 합창하는 부분에서는 영국 국민들을 대표하여 청각 장애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를 불러요.

국가 연주가 끝나고 나서는 환자복 차림을 한 어린이들이 퍼포먼스를 하는데요. 이를 영국의 문학가들이 상상해낸 판타지들과 연결해 보여줘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영국의 국가 보건 의료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와 어린이 자선 병원인 그레이트 올몬드 스트리트 병원(Great Ormond Street Hospital)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리 포터(Harry Potter)》, 《피터 팬(Peter Pan)》 등의 작품으로 포장해 소개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는 젊은 남녀의 러브 스토리에 맞춰 영국 대중문화를 메들리의 형식으로 선보여요. 이때 영상을 통해 다양한 키스신을 보여주면서 영국에서 최초로 동성 간 키스신을 방영한 드라마의 장면도 포함시키죠. 또한 성화 봉송 주자가 스타디움으로 들어오는 부분에서는 스타디움을 건설한 5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조명해요.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이 스타디움 입구에서 성화 봉송 주자를 맞이하는 모습이 새로워요.

사회적 약자 혹은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들까지도 무대 위로 소환한 연출자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등의 영화로 유명한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이에요. 그는 모두가 하나되는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의도를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해 개막식의 클래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어요. 의도를 세련되게 전달한 건 개막식뿐만이 아니에요. 티켓 프로그램 총괄 담당자였던 폴 윌리엄슨(Paul Williamson)이 주도한 런던 올림픽의 입장권 티켓 판매도 주목할만해요.

런던 올림픽의 티켓 가격 체계는 티켓 가격의 숫자가 메시지를 담도록 설계했어요. 우선 기본 티켓은 20.12파운드(약 3만 원)에, 가장 비싼 티켓은 2,012파운드(약 302만 원)에 판매했죠. 최저가와 최고가를 100배 차이 나게 만들어 가격 차등을 확실하게 하면서도 언뜻 봐도 런던 올림픽을 상기시키는 숫자로 가격을 매겼어요.

또한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는 ‘나이만큼 내세요(Pay your age)’라는 아이디어를 도입했어요. 청소년들의 나이가 티켓 가격이 되는 방식이에요. 이를 통해 티켓 가격을 최대 18파운드(약 2만 7,000원)로 설정하는 등 청소년들을 배려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모두가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게 가격 체계를 디자인한 거예요.

게다가 런던 올림픽에서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비인기 종목 티켓을 할인해 팔거나 인기 종목 티켓과 묶어 팔지 않았어요. 가격 고수를 통해 모든 경기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에요.

티켓 가격에 의도를 담자 수익의 클래스가 달라졌어요. 런던 올림픽의 티켓 판매 수익 목표는 3억 7,600만 파운드(약 5,640억 원)였는데,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티켓 가격 체계 덕분에 목표보다 75%가량 높은 6억 6,000만 파운드(약 9,900억 원)의 티켓 수익을 달성했거든요.

의도를 티나지 않게 전달하며 클래스를 높인 런던 올림픽을 또 한 번 경험하려면 한참이 더 걸릴지 몰라요. 2012년의 런던 올림픽도 64년만에 런던에서 다시 열렸으니까 그만큼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요. 이처럼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어요. 시티호퍼스로서 런던을 여행하는 김에 의도를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경험하고 싶다면 ‘밥 밥 리카드(Bob Bob Ricard)’ 레스토랑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요일마다 메뉴의 가격이 달라진 사연

밥 밥 리카드는 러시아인인 레오니드 슈토브(Leonid Shutov)가 2008년에 런던 소호 지역에 오픈한 고급 레스토랑이에요. 두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층의 공간은 파란색을 테마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영감을 받아 이색적으로 디자인했어요. 지하층의 공간은 빨간색을 테마로 고급스런 클럽 분위기가 나도록 감각적으로 인테리어를 꾸몄고요. 주요 메뉴는 클래식한 영국 요리를 모던하게 재해석하거나 러시아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으로 구성했어요. 고급 레스토랑이라 가격대가 높은 편이어도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을 고려하면 가성비 또한 높은 곳이죠.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