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장미 정원이 매력적인 용인 전원주택
장미 향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는 집 : 고기동 로사우니카
여행을 즐기는 부부는 인생 제2막을 올리며 집을 지었다. 어느 곳도 소외되지 않는, 정원으로 풍성한 삶을 원했던 부부의 집은 단 하나의 장미를 뜻하는 이름처럼, 장미들 사이에서 고요히 빛난다.
설계 전 집이 들어설 대지에 있는 작은 경량철골 집에서 건축주 초대로 저녁 식사를 했다. 건축주 부부는 주말이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나이 들면서부터 시간이 날 때면 세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다는 부부의 집에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이 벽에 가득 걸려 있었다. 책상 아래로 역시 취미로 하는 관악기가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겨울나기를 위해 정리에 들어간 장미 정원이 보였다. 건축주 부부는 새로 지을 집은 무엇보다 친해진 이웃들과 공연도 하고,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장미를 가꿀 수 있는 정원, 그리고 그것과 이어지는 건물 1층에는 사람들과 함께 술 한잔할 수 있는 취미 공간이자, 아지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대지면적 : 265㎡(80.16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68.31㎡(20.66평)
연면적 : 128.43㎡(38.85평)
건폐율 : 25.78%
용적률 : 48.46%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11.0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 기초 / 지상 –벽,지붕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50~220㎜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터코플렉스 외단열시스템 / 지붕 –컬러강판
담장재 : 노출콘크리트 면보수
창호재 : 아키페이스 65㎜ 알루미늄 3중 창호
에너지원 : 가스보일러
전기·기계·설비 : 정연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델타구조
시공 : 건축주 직영공사 + 리원건축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나우랩
PLAN & SECTION
공사가 들어갈 때쯤 건축주가 ‘로사우니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감리 계약 날 조곤조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로사우니카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왕자가 고향별인 소혹성 B-612호에서 키우던 장미꽃 이름이다. 어린왕자가 별을 떠나 지구 정원에서 발견한 수많은 장미꽃보다 고향별에 두고 온 단 한 송이의 장미꽃(Rosa Unica)을 더 소중히 생각했던 것처럼 건축주도 세상에 더 비싸고 좋은 집들이 많겠지만, 당신이 선택한 세상에 하나뿐인 이 집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로사우니카 디자인 목표는 외부공간을 안과 밖의 중간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실내처럼 폐쇄적이지 않으면서도 실외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을 없애는 모호한 공간. 단순히 땅에 집을 짓고 나면 나머지는 마당. 이런 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수성페인트 도장(에드워드 던), 노출콘크리트 면보수 / 바닥 –이건마루 / 천장 – 수성페인트 도장(에드워드 던)
욕실·주방 타일 : 판교 바스디포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붙박이장 : 건축주 지정 가구업체
조명 : 필립스 LED, 인터넷 직구
계단재·난간 : 화이트오크 집성목 + 강화유리 난간
현관문 : 금샘도어
방문 : 영림도어 + 필름지
이를 위해서 담장을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다. 나의 공간을 만드는 경계이자 동시에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담장. 이를 위해서 3층 집에서 시작된 가벽이 대지를 돌아가면서 점차 낮아져 거리 쪽에서는 1층 높이로 마무리된다. 동시에 벽에는 많은 개구부를 두어 폐쇄적이지 않게 하여 사람들이 개구부를 통해서 마당으로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또한 이 벽은 식물로 가득한 정원과 사람들이 모이는 마당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로사우니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수평적인 경계 외에도 수직적인 경계를 만든 것인데, 마당 상부에 금속으로 집 형태의 프레임을 만들었다. 실내보다 실외 활동이 주요한 라이프스타일인 점을 감안해 마당에서도 따뜻한 위요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건폐율 20%라는 제한으로 금속 프레임을 사용했는데, 금속 뼈대가 만드는 그림자가 시간과 함께 마당을 훑으면서 지나간다.
공사가 끝나갈 때 남편분은 전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조경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올봄에 아내분한테 메시지를 받았다. 마을 음악회가 열리니 시간 되면 오라는 내용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가지 못했는데 다음날 동영상을 보내오셨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에 꽃이 가득한 정원이 있고, 그 너머로 벽 사이에 쳐놓은 타프 조명 밑에는 서른 명 가까이 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반바지 차림의 연주자가 색소폰을 신나게 불고 사람들이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영상이었다. 내가 디자인한 집이 누군가에게 이런 환대의 장소로 사용되는 걸 본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이런 특권을 갖게 해준 건축주에게 감사드린다.
건축가 최준석, 차현호 : 나우랩 건축사사무소(NAAULAB ARCHITECTS)
글 차현호 | 기획 신기영 | 사진 최진보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0월호 / Vol.308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