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두 개의 상반된 얼굴을 가지고 있어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상징한다. 야누스 사고 기법(Janusian thinking)은 이러한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고려하여 새로운 관점과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법론으로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앨버트 로젠버그(Albert Rothenberg) 박사가 1970년대에 소개하여 널리 알려졌다.

야누스 기법은 특히,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에 유용하게 활용되며,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유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TV 진행자로 유명했던 고(故) 래리 킹(Larry King)은 최고의 방송 인터뷰어로서 40,000번의 인터뷰를 이끈 대화의 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2017년 현대자동차 광고에 출연하였다. 구매하지 말고 리스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Bye BUY, hello LEASE: 잘가 구매야, 반가워 리스’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는데, ‘구매’와 ‘리스’를 각각 ‘잘가’와 ‘반가워’라는 상반된 단어의 쌍으로 대비시켜 짧지만 강렬한 홍보 문안이 탄생하였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리스 신청 건수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31가지 맛’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베스킨라빈스(Baskin-Robbins)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몸에 좋지 않다는 상반된 인식을 야누스 기법으로 극복했다. ‘악마처럼(devilishly) 달콤하게 성스러운(saintly) 90 칼로리로…’라는 문구인데, ‘악마처럼’과 ‘성스러운’을 대비시켰다.

“악마처럼 달콤한”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높은 칼로리와 죄책감을 연상시키지만, “성스러운 90 칼로리”의 표현은 저칼로리이면서도 맛있고 건강에 좋은 아이스크림을 강조한다. 2014년 시작된 이 캠페인은 천사와 악마의 달콤한 균형을 맞추듯, 소비자들이 건강과 맛 사이에서 갈등할 필요 없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는데 기여하였다.

이보다 앞선 2009년 시작된 ‘get more for less: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이 드려요’는 가성비를 강조한 마케팅 전략으로 ‘less(더 저렴한 가격)’과 ‘more(더 많은 양)’을 대비시켜, 국내에 많은 응용 광고 문안을 탄생시켰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트륨 줄이 Go, 건강 올리 Go’와 ‘소금 줄이 Go, 건강 올리 Go’는 국민건강관리공단에서 자주 사용하는 캠페인 문안이다. 베스킨라빈스는 저출산 저성장 시대에도 국내만 1,7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아이스크림 프렌차이즈 시장의 선두에 있다.

1989년 개봉한 유명 여배우 소피 마르소 주연의 불치병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나의 밤(nights)은 당신의 낮(days)보다 아름답다’는 영화의 제목과 감성적인 주제가 어우러져 다양한 서비스 산업의 마케팅 캠페인에 영감을 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와 ‘밤이 낮보다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세요’는 특별한 감동을 주는 메시지로 응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비(또는 비유)를 사용하여 마케팅 효과성을 높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호통 크고 소통 작고 분통 터지고’, ‘훌륭한 패자가 될 수 없다면, 훌륭한 승자도 될 수 없다’, ‘위에서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 대책이 있다’, ‘우리만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도 우리를 찾고 있다’, ‘내가 할 땐 정과 의리, 남이 할 땐 부정과 비리’, ‘가장 큰 것이 가장 작은 것까지 돌아볼 때 거대함이 위대함이 된다’, ‘순한 세정, 깊은 보습(비누광고)’, ‘강력한 성능, 슬림한 디자인(노트북)’. 추가적으로 ‘예수와 악마’, 불교 용어인 해탈과 열반을 뜻하는 ‘너바나(Nirvana)’와 ‘삼사라(Samsara)’, 그리고 태극(Taoism)의 ‘음과 양(Yin/Yang)’등은 대비를 이룰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평생학습의 시대에 야누스 생각 훈련을 통해 누구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송해근 <전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미네르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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