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조건 돈 된다”....카카오가 SM에 진심이었던 이유

오대석 기자(ods1@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2023. 3.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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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로엔 인수 대박
‘멜론’ 음원 대거 확보하면서
해마다 1000억대 영업이익
올초 기업가치 6조로 껑충
[사진출처 = 연합뉴스]
최근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카카오는 이미 지난 2016년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 부터 음악사업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로엔 인수 당시 1조8000억원 수준이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올초 투자유치 과정서 6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인수 7년만에 기업가치가 3배 넘게 커진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SM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 되면 기업가치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 뒤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음악사업에서 올리며 올해 말까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당시 투입된 현금이 약 6000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8년만에 투자 원금 대비 2배의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음악 부문(구 로엔)의 기업가치는 6조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기업가치가 10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은 것을 감안하면, 기업가치의 절반 이상이 음악 사업에서 창출된 것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광고와 기업용 서비스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증대해왔지만, 현재 그룹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성장 동력은 콘텐츠 사업이다. 특히 음악 부문은 수년 간 그룹의 발전을 지탱해온 자금줄 역할을 하며 글로벌 진출과 미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지목된다.

카카오가 음악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 2016년 1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로엔은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고 있을뿐 아니라, 음악 유통 부문에서 국내 최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현재 카카오엔터 음악 사업 부문의 기반이 됐다. 당시 로엔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인 건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로 알려졌다.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몸값 탓에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인수를 지지하며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로엔 인수는 막대한 투자 성과로 돌아왔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7년 간 카카오가 음악 사업 분야에서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8305억원에 달한다. 인수 당시 로엔이 보유한 현금 1922억원과 올해 증권가에서 예상하고 있는 음악 부문의 영업이익 1900억원까지 더하면 8년여만에 약 1조2000억원의 현금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인수 당시 카카오가 신주발행으로 1조2000억원 규모를 충당했고 현금 지급은 600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6000억원 이상 자금을 초과 회수하는 셈이다. 인수 당시 들어간 6000억원의 현금은 이미 지난 2020년 회수가 완료됐다.

로엔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부터 수년 간 지속된 카카오의 실적 ‘암흑기’ 동안 버팀목이 됐다. 실제 지난 2018년 카카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29억원이었는데, 로엔 혼자 10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 283억원의 적자가 났음에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로엔도 카카오와 시너지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인수 직전인 2015년 로엔의 매출은 3576억원, 영업이익은 634억원이었다. 지난해 카카오 음악 부문의 매출은 8552억원, 영업이익은 1600억원에 달한다. 7년만에 두 배가 넘게 성장했다.

카카오가 최근 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당 15만원의 공개매수라는 강수를 둔 것도 이같은 전략적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SM이 경쟁사로 넘어갈 경우 수년 간 집중 육성해온 음악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 시가총액이 현재 2조7000억원~3조원을 오가는 만큼, 단순 합산으로만 전체 카카오의 음악 사업 기업가치가 10조원에 육박한다.

향후 SM과 협력 시너지까지 고려하면 음악 사업의 가치는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단순 음악 분야만 놓고봐도 K팝 아티스트와 지식재산(IP)을 대거 확보해 JYP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K팝 강자에 밀리지 않게 된다. 국내 음원 유통 산업의 강자인 카카오엔터 음악 부문과 협력할 경우 공연부터 음반까지 음악 연계 사업의 다방면에서 수익이 증대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강점인 웹툰•웹소설•영상화까지 연계될 것으로 예상돼,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손잡고 선보인 방탄소년단(BTS) 웹툰과 웹소설이 10개국 언어로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조회수 1500만건을 기록했다”며 “SM과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사업의 협업은 미국, 동남아 신규 국가에서 큰 마케팅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SM의 팬 플랫폼 ‘버블’과 카카오톡이 시너지를 낼 경우 카카오톡의 해외 진출에도 강한 동력이 생길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2016년 로엔 인수 때에도 시장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커다란 성과로 돌아온 ‘신의 한 수’가 됐다”며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음악 사업의 성장세와 미래 시너지를 고려할때 필요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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