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2만8천원, 오징어채가 한우급 가격이 된 이유

국민 밑반찬 오징어채가 1년 새 48.7% 급등하며 가공식품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남미 해역 수온 하락과 국내 수온 상승이 어획량 감소를 부르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가공식품 중 1위 상승률, 48.7% 급등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 결과 오징어채 가격은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8.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가공식품 평균 상승률 4.6%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조사 대상 458개 상품·서비스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심각하다. 전국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오징어채는 1kg당 2만8000원 선에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8000원이 오른 가격이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100g당 6995원에 판매되고 있어 1등급 한우와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 지구 반대편 기후변화가 부른 공급 대란

오징어채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원재료 수급 불안이다. 오징어채의 주요 원료인 훔볼트오징어는 대부분 페루, 칠레 등 남미 해역에서 어획된다.

최근 남미 해역에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섭씨 2도 이상 낮아졌고, 이로 인해 대왕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다. 외교부 라틴아메리카 협력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페루 해역 수온은 전년보다 평균 2도 이상 하락했으며, 대왕오징어 생산량은 전년 대비 67.8%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 국내 수온 상승으로 이중고 겪는 수산업계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남미와는 반대로 한국 연근해 수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이 전년 대비 42% 급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해 같은 기간 전 지구 해양 평균 대비 약 2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 폭이 1.9도로 가장 컸다.

오징어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표층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수온 등 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한 어종이다. 동해에 서식하던 오징어들이 러시아 등지로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정부, 수입선 다변화로 공급망 안정화 추진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 추진을 통해 수산물 수입 국가 편중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후변화 품목에 대한 어종·지역별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4년에는 동아프리카 수역 대상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에 24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어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01년부터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북태평양 꽁치, 대서양 오징어, 남빙양 이빨고기 등 11개의 새로운 해외어장을 개척해온 바 있다.

▶▶ 장기적 대응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물 가격 불안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징어 자원 감소는 기후변화와 과도어획의 영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총허용어획량 제도 확대와 양도성개별할당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자원관리형 어업구조 정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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