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전세보증금 신탁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2026. 2. 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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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가장 안전한 장치’ 불구
보증금은 임대인 직접 활용못해
가입은 선택, 운용비 낭비 초래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부작용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최근 정부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안으로 전세보증금신탁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격이 급락하며 ‘역전세’와 ‘깡통전세’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세사기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전세제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꺼낸 카드다. 전세보증금 신탁제도는 임차인이 지불한 전세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인이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제3의 기관에 예치하는 제도다.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제3의 신탁기관에 예치함으로써 임차인이 안전하게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하는 사전적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자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가입 의무가 있는 주택임대사업자를 우선으로 하며, 의무가입이 아닌 선택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상품의 설계는 HUG 등 공공 보증기관에서 신탁상품을 구체화하겠지만 이 제도가 조기에 정착 및 활성화되어야 제도의 도입에 따른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제도의 도입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제도를 폐지하는데 따른 사회적 갈등이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 신탁제도는 임차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전세보증금에 대한 가장 안전한 장치이다. 그런데 임대인의 입장에선 상당히 수용하기 어려운 제도이다. 전세제도는 기본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주택사용의 대가로 보증금을 대여하는 사적금융의 한 형태인데, 그 보증금을 제3의 기관에 신탁한다는 것은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직접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세보증금 신탁제도가 도입되면 제도운영의 문제뿐아니라 임대차시장에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전세보증금 신탁제도를 이용할 신탁건수·금액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HUG, SGI(서울보증보험), HF(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각각 운용하고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보증금액이 2024년 말 기준 약 206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가입 의무가 있는 주택임대사업자의 비중 및 제도가 도입됐을 때 가입의사가 있는 비율 등을 예측하여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효율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주택임대사업자의 의무가입이 아닌 선택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1명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의 개발 및 구축비용, 제도운용비용 등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전세금을 신탁하게 되면 신탁기관에서는 임대인에게 신탁운용수익을 배당해야 하는데 신탁운용 수익률이 월세보다 높거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전세보증금 신탁은 금전신탁이다. 말 그대로 ‘금전’을 맡기는 것이다. 수탁자는 수탁받은 전세보증금을 증권, 대출 등에 투자한 후 신탁기간이 끝났을 때 운용수익을 임대인에게 금전으로 지급하게 되는데, 수익률에 대한 믿음 또는 확정 수익률 도입여부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셋째, 전세보증금 신탁제도의 활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사업자가 전세를 월세계약으로 전환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문제이다. 주택임대사업자는 배당수익률이 불확실하거나 확정되지 않으면 월세가 보장되는 보증부 월세로 전환할 것이다. 이는 전세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월세화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비용증가로 이어져 서민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대한 문제점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세보증금신탁제도는 전세사기를 사후에 예방하는 전세금반환보증보다 임차인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사전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임대사업자만이 대상인 점, 가입 선택제인 점 등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세제도의 특수성이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신중한 접근 및 전세보증금 신탁상품에 대한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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