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설문을 보라. 왱구님들을 상대로 이번 추석에 가족에게 줄 용돈 얼마가 적당한지 물었는데, 10만 원 미만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10만~30만 원이었고, 아예 용돈을 드리거나 줄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르니까, 추석 명절에 가족끼리 용돈을 주고받는 것도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양. 각자 처지와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정답은 없겠지만, 2025년 추석 용돈 도대체 얼마가 적당한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라서, 참고를 위해 각종 조사부터 살펴봤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설문을 해봤더니, 올해 추석에 부모님 용돈과 선물비로 지출 예정인 돈은 38만 원 정도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선 24만 원 가량이었는데, 10만 원 넘게 금액이 늘어난 거다. 이번 연휴가 유독 긴 여파도 있겠지만, 물가 오르는 속도가 진짜 무섭긴 한 것 같다.

요 단체에 직접 물어봤는데 연령별로 나눴을 때 특히 40대의 부담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유가 뭘까.

[안혜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국장]
40대의 부담이 가장 컸던 이유는 이제 우리 부모님이 아니고 시부모님 그리고 이제 처가댁까지도 이제 다 챙겨야 되는 입장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보통 이제 20만 원 정도의 용돈을 생각을 했더라면은 이게 내 부모님만 드릴 수는 없고 시가와 친정을 또 이제 같이 챙겨야 되는 것들 때문에...

사실 40대만 그런 건 아니고, 결혼을 하면 챙길 부모가 더 늘어나니까 자연스럽게 명절 용돈이나 선물 비용이 증가한다는 상식적인 얘기.

또 다른 조사 하나. 2023년 KB국민카드 등이 설문을 했는데, 응답자 가운데 74%가 부모님 1명당 10만~30만 원 미만의 용돈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받고 싶은 용돈 금액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10만~30만 원을 꼽았다. 하긴 요새는 초등학생한테도 최소 5만 원은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연학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가가호호 다 다를 텐데 중산층을 기준으로 한다고 그러면 최소한 요즘은 초등학생들은 5만 원 주더라고요. 중학생이나 얘네들은 또 차별을 안 두면 좀 이상하잖아 그렇죠. 거기에다가 대학생들 있으면 조금 더 줘야 되고...

물가가 오른 만큼 일단 초등학생에게 5만 원은 주고, 그 위로 갈수록 조금씩 금액을 올리는 게 합당하다는 논리다.

손자 손녀가 줄줄인 상황에서, 1만 원을 내밀자니 왠지 눈치가 보인다. 그렇다고 5만 원권을 내밀자니 좀 부담스럽다. 명절 때마다 3만 원권 지폐를 발행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이 애매함 때문일 거다.

그래도 올해 설 명절을 기점으로 동전 교환 건수는 아예 사라졌고 5만 원권 교환량은 작년보다 10억 원 가량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담되지만 그래도 가족에게 적지 않은 용돈을 주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

그래서 추석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앞서 언급된 조사와 왱구님들의 설문,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평균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부모님에게 1인당 10만~30만 원 사이, 초·중·고등학생에겐 3만~10만 원 사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겐 10만~20만 원 정도를 명절 용돈 명목으로 주고 있다.

물론 소득·양육비·결혼 준비 등 자녀의 경제 상황과 부모님의 연금 수령 여부, 형제자매 유무 등 개별마다 다를 테니 역시 정답은 아니다. 이런 통계를 참고하면서 각자 경제적 여건에 맞게 판단하면 되겠다.

사실 명절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돈을 드려야 한다는 의식은 사실상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정연학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산업화 시대가 오고 또 월급이라는 거를 받고 이러다 보니 그간에 키워준 부모님한테 감사하다는 의미로 그분들이 또 나이를 먹어서 경제활동도 안 하고 막 그러는 분들이 있으면 그래도 약간 대갚음, 어릴 때 받았던 그런 의미로 하는데...

명절 용돈 문화가 굳어진 것은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집단주의 성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용돈을 관계 유지 비용으로 여긴다는 것.

또 남들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의 문화도 한몫했다는 관측도 있다. 하긴 ‘옆집 아들은 부모한테 얼마를 줬다더라’ 하는 얘기, 낯설지가 않다.

[안혜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국장]
기본적으로는 남들이 하는데 나만 안 할 수도 없고 항상 부모 자식 간에는 약간 그런 비교의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나이가 더 들고나서도 벗어나기 힘들고…

한 해의 수확을 돌아보고 가족과 풍요를 나누는 추석 명절. 가족끼리 서로에게 건강히 잘 지내라는 뜻으로 주는 용돈 금액을 두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액수 자체보단 서로 간의 사랑과 정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하고, 이번 추석 왱구님들 모두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