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자동차 XM3, 역설의 재구성
르노코리아 자동차는 지난 1일 XM3의 연식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기존에는 패키지 사양에서 적용되던 고급 옵션들을 기본화한 '인스파이어'트림이 신설되었다. 풍부한 옵션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게 르노 코리아 자동차의 설명이다. 기능적인 변화 말고도 디자인적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중간 트림이라고 볼 수 있는 'RE'등급에서부터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가 적용된다. 17인치 휠은 원톤 다크그레이 컬러로 변경되었고, 실내에는 블랙 헤드 라이너 또한 기본화되었다고 한다. 보다 고급스러워진 디자인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XM3는 한국 시장의 소형 SUV 들과 경쟁하고 있다. 함께 준중형 세단으로 구분되던 SM3의 빈자리를 대체했다. 그만큼 XM3는 여타 소형 SUV 들과 대비해 '크로스오버'의 본질에 더욱 가까운 성격을 지향했다. '혼종'이다. 타 소형 SUV, 이하 CUV들은 승용차의 기술로 탄생된 유사 SUV에 가깝다. 반면 XM3는 승용차의 기술은 물론, SUV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와 쿠페를 연상시키는 C 필러 라인으로 더욱 도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심지어는 트렁크 데크가 구분된다. 그만큼 스타일리시한 제품, 내지는 세단과 SUV의 접점을 찾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XM3의 디자인을 자세히 분석해 본다.
XM3의 디자인은 명백히 르노 그룹의 패밀리룩을 따르고 있다. 다만 연혁은 없다. XM3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모듈러 플랫폼 'CMF'로 개발된 신생 차종이다. 'XM3 인스파이어'라는 신규 컨셉트 카도 공개된 바 있다. 그래도 XM3와 유사한 포지션에 있던 차량을 따져보자면 '캡처'가 아닐까 싶다. 캡처는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되었던 수입차종이었다. 실제로 캡처라는 이름으로도 잠시 판매된 시기가 있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QM3'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차종이다. 2013년부터 정식으로 판매되었던 CUV였고, 당시 한국 시장에서는 CUV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했다.
QM3는 르노 캡처의 한국 현지화 명칭이었다. 당시 르노 삼성 자동차의 SUV 라인업을 지칭하던 'QM'과 엔트리 모델의 '3'이라는 숫자를 따왔다. 차체 하부를 감싸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와 비교적 높은 지상고에 SUV의 특성이 반영된다. 'ㄷ'자 형태의 DRL과 투구를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형적인 르노의 디자인 패밀리룩이다. 차체를 장식하는 각종 몰딩과 가니시, 그리고 투톤 루프 등 개성적인 컬러 매치가 프랑스 차 특유의 미적 감각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소형 SUV'의 정석과 같은 디자인이다.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는 디자인으로, SUV의 강인함, 해치백의 실용성 등이 세일즈 포인트로 느껴진다.
르노 코리아 자동차는 르노와 한 지붕을 공유한다. 같은 패밀리룩을 활용하고, 더구나 XM3와 QM3는 'CUV'라는 포지션이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디자인에 큰 차이가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서론에서 언급했듯 XM3는 확실히 'CUV'의 본질에 집중하는 바가 더 크다. QM3에 비해 차체가 커졌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SUV의 강인함을 표현하는 스키드 플레이트는 훨씬 두꺼워졌고, 지상고 또한 높다. 한편 차체 길이가 늘어난 덕분에 측면의 높이는 좁아 보이는 경향이 생긴다. 실내 공간을 확보하면서 쿠페 스타일 C필러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늘어난 리어 오버행 덕분이다.
물론 르노 자동차의 패밀리룩 자체는 익숙하다. 헤드램프에는 'ㄷ'자 형상의 주간주행등을 채택했다. 특징이라면 하단 LED 라인의 길이가 상단에 비해 짧다. 그리고 사선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하단 LED 라인이 짧게 배치됨으로써 전폭이 넓어 보이고, 사선형의 전조등 배치도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세그먼트를 구분하면서 스포티한 감각을 더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이 주간 주행등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마감하는 가니시와도 연결된다. 전체적으로 수평보다는 수직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보통 쿠페가 추구하는 LOW&WIDE 감각을 따른다.
그만큼 스포티함을 연출하기 위한 디테일들도 다양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프레임이 상당히 얇다. 물론 상단부는 두껍게 마감되어 있지만, 그릴 패턴과 테두리를 포함하여 블랙 컬러로 마감하다 보니 그릴 사이즈가 더욱 커 보이는 효과를 지니게 된다. 이번 업데이트와 함께 일반 라인업에도 추가된 F1 블레이드 범퍼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확실시한다. 헤드램프와 면적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에어 인테이크는 그 자체로 과감하고, 하단부에 위치한 에어덕트는 상단 라디에이터 그릴보다도 면적이 크다. 이런 스타일링 기법은 기능적인 부분보다도 노골적인 멋에 치중하는 바가 크다.
와중에도 직선만을 활용한 점은 르노의 디자인 언어답다. 전체적인 프런트 마스크는 중세 시대의 기사가 쓰던 '투구'를 형상화한다고 한다. 날렵한 전면 디자인 외에도 보닛에도 복잡한 라인으로 기교가 더해져 있다. 반대로 범퍼의 맨 하단부에는 차체를 보호하기 위한 두꺼운 에이프런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SUV의 성격이다. 다양한 성격이 혼합되어 있는 '크로스오버'의 특징은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무렴 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측면이다. 높은 지상고와 반구 형태의 휠 아치, 두터운 스키드 플레이트는 전형적인 SUV의 오브제다. 반면 트렁크 데크가 명확히 존재하는 3박스형 차체는 세단의 실루엣에 가깝다. 함께 곡선형으로 뻗어나간 C필러 라인은 쿠페의 감각을 연출한다. 고정관념을 거스른다. 윤곽선 자체는 이질적이지만 균형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창의성이 돋보인다고 표현하고 싶다. 전조등과 후미등을 연결하는 벨트라인을 보면 전반적인 스탠스 자체가 뒤로 갈수록 높아진다. 덕분에 공격적이고 날렵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가 있다.
캐릭터 라인은 프런트 펜더와 도어캐치를 연결하는 직선이다. 그리고 앞뒤에서 휠 아치를 강조하는 볼륨라인이 있다. 전반적으로 화려한 라인보다는 '면'을 강조하는 형식이라서 단단한 인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휠아치가 돋보이는 부분은 강인하다면 강인하고, 역동적이라면 역동적이다. 관찰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함께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웨이스트 라인은 쿠페스타일 C필러와 조화를 이루게 된다. 다채로운 장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는 대목이다. 한편 프런트 펜더에는 에어브리더 형상의 액세서리가 부착되어 있고, 로커패널에도 음영을 강조하는 가니시가 밋밋함을 덜어준다.
뒤에서 바라보는 차체 윤곽선도 이질적이다. 하지만 흥미롭다. 쿠페스타일 SUV답게 트렁크 리드의 전고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만큼 리어 윈드실드의 각도가 완만해진다.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공격적인 실루엣이 탄생하게 된다. 숄더 라인도 최대한 넓고 완만하게 구성하여 쿠페 스타일의 감각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리어펜더와 트렁크 데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트렁크 리드의 끝 단은 마치 립 스포일러 형상으로 클래식한 쿠페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체적인 전고가 높다는 점은 크로스오버로써 한계이겠지만, SUV로써 그 어떤 차종보다도 스타일리시 하다.
후면 디자인 요소의 배치는 르노 자동차의 패밀리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애당초 전면부와 후면부의 디자인적 통일감이 높다. 이는 르노 자동차가 지향하는 부분일 수 있다. 테일램프는 사각형이고, 역시 수평선을 강조하는 직선 LED 라인이 배치된다. LED 라인은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엠블럼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후미등 디자인은 단단함과 안정감을 남겨주기에 유리하다. 보통 쿠페라면 날렵한 형상을 채택하고는 하나, 전체적인 디자인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 넘버 플레이트를 테일게이트가 아닌 범퍼에 배치한 점, 에어 인테이크 형상의 장식, 굵직한 머플러 팁은 쿠페스타일 SUV의 특징이다.
준중형 SUV인 만큼 인테리어의 소재나 형상 자체는 제한적이다.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선정한 만큼 제조원가 절감은 선행되어야 했다. 그래서 XM3의 인테리어는 '미니멀' 감각이 느껴진다. 최소한의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원가절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실내 디자인 트렌드에 따라서는 '모던' 인테리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매립형 디지털 클러스터, 운전석을 바라보는 센터 디스플레이, 몇 가지 다이얼 버튼 등 디자인 구성은 일반적이다. 대신 디지털 UI와 엠비언트 라이트의 조화로 인해 모던 인테리어의 분위기는 확실해졌다.
특히 9인치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배치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세그먼트 구분상 전폭이 좁을 수가 있는데,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배치하여 대시보드가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차량 제어 기능을 디지털 UI에 통합하여 물리 버튼을 최소화했다. 원가절감, 모던 디자인 두 가지를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어 노브와 센터 콘솔은 분리되어 있다. 드문드문 인조가죽과 스티칭 패턴을 적용한 부분도 원가는 최소화하면서도 표면적인 고급감을 전달해 준다. 전체적으로 원가 대비 만족감이 높은 인테리어로 여겨지기는 한다.
XM3는 어느 한쪽에서 확실한 정체성을 알아보기 힘든 '혼종'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소형 SUV 분유에 속한다. SUV와 승용차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에 능통적으로 대응했다. 애당초 자동차의 형식적 구분은 기술적 제약에 의해 유래된 것이다. 원래도 모든 장점을 아우를 수 있다면 반드시 자동차의 고전적인 형식을 따를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다. XM3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고, 그 비결은 역시 거부감이 들지 않는 디자인에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쿠페스타일 SUV라는 개념은 고성능 자동차를 양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부터 확대되었다. 쿠페의 감각적인 루프라인을 위해서는 SUV의 장점인 공간 활용성을 덜어내야 한다. 그래서 합리성을 내세우는 대중 브랜드에게 쿠페스타일 SUV란 계륵이었다. 합리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하는데, 멋을 위해 활용성을 포기한다는 건 역설이다. 그럼에도 멋을 위해 '약간의' 실용성을 포기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르노 코리아 자동차의 XM3는 그런 합리성과 독창성 사이의 접점을 잘 조율했다는 결론이다.
글:유현태
사진:르노 코리아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