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오승환이 보인다...'만루서 돌직구 쾅!' 박영현, 10아웃 삭제 퍼펙트 투구로 KT 구했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마치 전성기 '끝판왕'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21)이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워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 몰렸던 팀을 구했다.
박영현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서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KT가 11회 말 심우준의 끝내기로 6-5 승리를 거두면서 박영현은 승리투수가 됐고, 데일리 MVP까지 차지했다.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KT는 '빅게임 피처' 윌리엄 쿠에바스(4이닝 6피안타 2피홈런 3실점)를 내세웠지만, 경기 초반 LG에 리드를 내주며 끌려갔다. 1-3으로 뒤진 4회 말 3득점 빅이닝에 성공하며 4-3으로 승부를 뒤집은 KT는 5회 말 강백호의 솔로포로 5-3까지 달아나며 승리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8회 초 1사 1루에서 고영표로(3⅓이닝 2피안타 1실점)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소형준(⅓이닝 3피안타 1실점)이 흔들리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2사 만루 역전 위기에 몰린 KT 벤치는 박영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민재를 상대로 박영현은 오로지 패스트볼만 4구 연속으로 던지는 배짱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박영현은 9회 3번 타자 오스틴 딘부터 시작하는 LG의 클린업 타선을 상대로 단 7구를 던져 뜬공, 땅볼, 뜬공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10회 선두타자 오지환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박영현은 김대원의 타석에서 투입된 대타 이영빈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아웃 이후 이날 홈런을 기록한 박해민을 상대로는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2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11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선두타자 문성주를 상대로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1-2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뒤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뺏어 우익수 뜬공을 유도해 1아웃을 잡았다. 홍창기에게는 3구 연속 패스트볼을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2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다시 만난 신민재를 상대로는 패스트볼을 3구 연속 던져 볼카운트 1-2를 만든 뒤 4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빼앗았다.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볼넷, 안타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퍼펙트 피칭이었다.
KT는 11회 말 강백호의 2루타로 무사 2루 찬스를 만든 뒤 고의4구와 상대의 야수 선택으로 무사 만루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배정대가 2루수 땅볼, 천성호가 삼진으로 물러나 찬스가 무산되는 듯싶었지만 심우준의 내야 땅볼 때 LG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충돌한 틈을 타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에 들어오면서 6-5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박영현은 최고 150km/h가 넘는 패스트볼을 앞세워 LG 타선을 압도했다. 묵직한 돌직구의 위력은 마치 전성기 시절 오승환의 그것을 보는 듯했다.
이번 가을야구 무대에서 4경기(6⅓이닝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박영현은 통산 포스트시즌(16경기 1승 1패 4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을 1점대(1.83)로 끌어내렸다. 오승환 역시 포스트시즌서 29경기 2승 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71로 매우 강했는데, '제2의 오승환'으로 불리는 박영현은 이러한 모습마저 닮아가고 있다.
올 시즌 초반 10위로 출발해 타이브레이커(5위 결정전) 경기까지 거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KT는 4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역대 최초의 와일드카드 '업셋' 역사를 만들었다.
역대 5전 3선승제의 준PO서 두 팀이 1승 1패의 균형을 이뤘을 때 3차전을 승리한 팀은 6번 모두 플레이오프 티켓을 차지한 바 있다. KT는 3차전 패배로 '100%의 확률'을 LG에 내줬지만, 4차전 승리로 다시 2승 2패 균형을 맞췄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100%' 확률을 깨는 마법을 보여줬던 KT는 철벽 마무리 박영현을 앞세워 또 한 번의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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