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생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화했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신뢰를 다졌다. 올해 지속가능한 가치창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본업 경쟁력을 더욱 키우겠다."
25일 열린 하나금융 제20기 주주총회에서 함영주 회장은 연임을 확정 짓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밸류업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금융은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 절차 개선방안 도입 △이사회의 권한 추가 및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이사회 운영위원회 폐지 등이 담긴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나금융은 "투자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2027년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함 회장이 2028년까지 연임하게 되면서 밸류업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분기배당 절차 개선방안이 주총 안건을 통과해 올해부터 분기 균등배당을 실시하는 등 밸류업 정책의 수준이 한 단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균등배당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분기별로 현금배당을 실시해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이점을 가진다.
하나금융이 이번에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면서 4대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게 됐다.
대신 하나금융은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장한다. 현금배당 총액을 고정하는 대신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 등 기업가치 측정의 핵심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하나금융의 현금배당은 1조원 수준으로 전년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을 7000억원으로 전년(397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2023년 1500억원, 2024년 3970억원으로 4대금융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올해도 자사주 매입·소각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이 현금배당과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4530억원) 규모를 정해둔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규모에 쏠린다. 이는 상반기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따라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하나금융이 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시장이 전망하는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2500억원을 넘어서는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CET1비율은 13.22%로 KB금융(13.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더욱이 지난해 말 잠정치보다 0.09%p 개선된 것으로 구조적 외환포지션 위험 가중치를 완화 적용해 0.07%p 높아졌고 결산 확정 과정에서 0.02%p가 반영됐다.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이 높을수록 자본여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에 자본여력을 투입하고 남는 여력을 주주환원에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의 올해 예상 RoRWA는 1.3~1.4% 수준으로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하지만 CET1비율 여유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을 13.0~13.5%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13.5%를 웃도는 초과자본은 모두 주주환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CET1비율은 실적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차감 항목인 주주환원 규모 및 RWA 순증액 등을 반영해 산출되는데, 금융지주사의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과 RWA 관리 노력 등을 고려할 때 양호한 수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RoRWA 중심으로 RWA를 관리하기로 했다. RoRWA는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단순자산 대비 수익률을 뜻하는 총자산이익률(ROA)보다 위험요인을 반영한 지표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은 그룹의 RoRWA를 제고하기 위해 하나자산운용을 하나금융 자회사로 격상시키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는 하나금융그룹이 출범 20년을 맞은 뜻 깊은 해“며 “지속가능한 가치창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