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심장에서 울려 퍼진 광주 5ㆍ18 민주화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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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주주의 승리의 날, 프랑스 심장에서 광주의 혼이 꽃 피다.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1. 한국의 민주주의 불꽃이 다시 피는 순간, 프랑스에서 울려 퍼진 광주의 심장 소리를 보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5, 4, 3, 2, 1...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발길을 서둘렀다. 프랑스 블루아에 있는 한 도서관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 전시회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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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는 프랑스 중부 지역인 상트르 발 드 루아르에 위치한 도시다. 여전히 중세시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잔다르크가 1429년 4월 25일 블루아에 도착해 오흘레엉 전투 출전 직전 자신의 군사를 위해 기도했다고 전해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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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역사적인 도시인만큼 프랑스 중심에 위치한 상트르 발 드 루아르는 '프랑스의 심장'이라고 자랑한다. 그리고 그 프랑스의 심장에 위치한 한 도서관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처절했던 울림이 잔다르크처럼 울려 퍼졌다.

#2. '소설 위해 9백여 증언 청취' 한강 작가, 문장이 현실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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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전시회가 열리는 블루아의 '아베 그레구아르' 도서관이다. 아베 그레구아르는 1750년 생으로 가톨릭 사제이자 세계 노예제 폐지 운동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그를 기념해 도서관 이름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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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포스터는 도서관 내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시회명은 '광주 아리랑, 한국의 정서'다. 5월 20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린다.

입구에는 전라도와 관련된 잡지와 책이 놓여있었다. 주요 문학과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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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대표 문학가이자 세계적인 문학가 반열에 오른 한강 작가의 소개와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웨덴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9백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 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넘어서니 한강 소설 속의 문장이 사진으로 되살아나왔다.

#3. "비상계엄 즉각 해제하라" 전남대 의과대학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사진전은 그 현장을 직접 취재한 나경택 전 기자의 사진으로 꾸려졌다. 프랑스에서 만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사진 앞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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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의 시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비상계엄 즉각 해제해라". 민주주의를 위해 울분을 토해내던 의대생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그 괴물을 2024년 12월 차갑게 다시 맞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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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시민'이었다. 그때의 광주도 그랬고, 지금의 대한민국도 그랬다.

공수부대 폭력에 자신도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으면서도 끌려가는 사람을 챙기는 그때의 심정은 무엇일까.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 앞마당에 들어오는 모습을 미디어로 목도하면서 공포가 몰려왔었다. 이 사진을 오랜 시간 보았다. 뜨거움이 올라왔다. 울컥함이 가라앉자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그때 광주는 참 외로웠겠다"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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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광주의 혼,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다.

한강 작가는 질문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전시회 장을 나오자 나가는 귀퉁이에 이에 대한 답을 조금이라도 찾아보라는 듯한 작은 전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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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봉준호 등 현재 한국 문학, 문화의 성공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지금의 문화 강국 대한민국은 과거의 광주가 만들어낸 지금의 성공이었음을 결론으로 말하고 싶은 동선인 것처럼 느껴졌다.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읽어가는 우리는 이제 페이지를 넘겼다. 페이지는 넘겨졌지만, 프랑스에서 울려 퍼진 광주의 혼은 말한다. 과거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도울 것이라고.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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