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마약과의 전쟁‥사는 자, 잡는 자, 그리고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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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과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
1970년대 초반, 마약 사범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천명하며 미국 정부가 들고 나온 용어입니다.
[리처드 닉슨/당시 미국 대통령 (1971년 6월 17일)] "미국의 공공의 적 1호는 약물 남용입니다."
이 용어가 50년 뒤 우리나라에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경찰의 날 기념식, 2022년 10월 21일)]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주십시오."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축소됐던 검찰의 마약 관련 직접 수사권이 일부 복원됐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4대 권역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설치되고 두 달도 안 돼, 서울 강남 학원가 한복판에서 누군가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주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한동훈/당시 법무부 장관 (2023년 4월 7일)] "애들 학교 보낼 때 '마약 조심해라' 부모들이 말하고 이래야 되는 나라가 되면 되겠습니까?"
정부는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이 참여하는 840명 규모의 합동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지역.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에 중독돼 '좀비'처럼 거니는 중독자들이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50년째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12살 이상 인구 중 절반은 불법 약물을 투약한 경험이 있고 2000년 이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00만 명에 달합니다.
[윤영환/경기도마약중독치료센터장] "켄싱턴 거리 가잖아요. 그러면 마약 중독자들이 주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경찰이 있어요. 그러나 제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제 그 상황을 벗어나 버린 겁니다."
'먀악과의 전쟁' 2년을 맞은 우리나라.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윤현준/중독회복연대 공동대표] "미국이나 다른 서양 국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를 해가지고 뭐 이렇게 달리 '우리 성공했다' 그런 예가 없었단 말이에요. 근데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전쟁을 선포했을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는데…"
■ "너 나랑 깐부할래?"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최근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마약의 실태와, '마약과의 전쟁' 2년을 짚어보겠습니다.
신준명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얼마 전 명문대 학생들이 포함된 유명 동아리에서 집단 마약 투약 사건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 신준명 ▶
네, 대학가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연합 동아리에서 회장이 회원들에게 마약을 권유하거나, 판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학 동아리가 마약 집단으로 변질된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의 한 리조트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수영복을 입은 젊은 남녀 수 십명이 모여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의 파티였습니다.
이 동아리는 대학가 술집을 통째로 빌려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기도 했습니다.
"하나, 둘, 셋! 깐부 파이팅!"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깐부' 홍보글.
문화 생활을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라고 돼 있습니다.
코로나19 3,4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1년 만들어졌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A] "코로나 시절에 거의 2명 이상 못 만나는 시기였거든요? 근데 그때 당시에 호텔 VIP에 있다는 게 애들이 호텔 방을 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럿이서 모일 수 있는 장소 제공을 한다는 게 중요했어서 그렇게 모였던 거였거든요.
회원이 되면 고급 호텔과 외제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B] "대학생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호텔에 놀러 간다거나, 아니면 거기 자차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거나 그때도 전국 2위 동아리라고 해서 되게 재밌겠구나 하고."
이렇게 해서 서울대, 고려대같은 이른바 명문대의 '잘 나가는' 학생들을 끌어들였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C] "외적으로 수려하거나 아니면 인플루언서라든가 되게 좀 이너서클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선택받은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홍보를 많이 했었습니다."
회원 정원은 3백 명, 거쳐간 학생은 1천 명이 넘는 큰 동아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 속에는 어두운 목적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동아리 '깐부'를 만든 사람은 염 모 씨.
정작 대학생도 아닌 30대 남성이었습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니다 제적된 상태였습니다.
한 때 이 동아리에 있었던 학생들은 염 씨가 '여성 회원을 노렸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A] "조금 개방적인 여자애들 같은 거를 알려고, 자기가 이런 이러한 경험이 있다 이런 거 걔네한테만 따로 연락을 또 돌려서 걔네한테 이제 자기네 집에 놀러 와라."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D] "이 동아리는 솔직히 동물의 왕국이다, 그래서 좀 조심을 해야 된다라고 얘기를 많이 해서 따로 폐쇄적인 공간에 들어가야 되는 그런 활동들은 거의 지양했던 것 같아요."
'깐부하우스'로 불리는 동아리방에서 염 씨가 여성 회원을 불법 촬영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B] "우연히 (클라우드에) 영상이 저장돼 있는 파일을 받아서 본 적이 있어요. 여자와 관계하는 영상이."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C] "모든 방에 CCTV가 있다고 들었어요. 동아리원들한테는 범죄 예방이라고 했는데 그 CCTV로 성관계 영상을 녹화를 했대요."
심지어 여성들에게 성노예를 뜻하는 단어를 문신으로 새기도록 강요했다는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만난 한 타투이스트는 "염 씨가 데려온 여성들은 겁에 질려 있었고, 한 여성은 시술 직전 경찰에 신고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인 2022년 말, 염 씨는 마약에도 손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A] "초창기에는 아마 마약은 하고 있었던 거는 알고 있었거든요. 마약하고 그런 방이 있었어요.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 모아놓은 무슨 00방이라고 단톡방이 있었대요."
그러다 1년 만에 꼬리가 밟혔습니다.
그런데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검거돼 재판을 받던 도중, 염 씨의 계좌에서 수상한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여러 명으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금액을 입금받은 흔적이었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E] "염00이 자기 생일 때 '마약파티 할 거다', 이렇게 막 '돈 얼마 내고 오라 그랬다, 돈 40만 원인가 50만 원 이런 식으로 내고 오라 그랬다'. 솔직히 저는 학생이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대학생들이 그러지? 근데 이게 기사가 나고 이제 사실이 된 거였어요. 이게 진짜였구나."
검찰의 수사가 확대됐고, 염 씨 등 동아리 간부들이,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인 회원들을 선별해 마약을 하자고 유혹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전 회원 E] "'이거 피어봐, 피어봐' 이렇게 했는데 그 지인은 담배를 아예 안 피워서 ' 나 담배 안 피워' 이렇게 했는데 '이거 펴봐, 좋아' 이렇게 권유를 했었대요."
염 씨가 마약 구매에 쓴 돈은 1,200만 원.
액상 대마, 합성 대마, 케타민, 필로폰 등 종류도 여러가지였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호텔에서 마약을 하고 집단 성관계를 하거나, 해외로 나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가 포착됐습니다.
[이희동/서울남부지방검찰청 1차장검사 (대학 연합 동아리 마약 사건 브리핑, 8월 5일)] "<이게 팀전이란 말이야. 나만 입 다물면 안 돼. 우리 다 같이 다물어야 해.> 방금 들으신 음성처럼 팀전 운운하며 마약 투약 사실을 부인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로 검거된 동아리 회원은 모두 14명.
염 씨와 간부 등 6명은 재판에 넘겨졌고, 단순 투약 혐의를 받는 회원 8명은 치료와 재활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조성남/서울특별시 은평병원 마약관리센터장] "젊은 층이 많이 늘어난다는 게 문제고, 그 친구들은 마약의 무서움을 몰라요. 이게 하나의 유흥 문화가 되는 거예요. 옛날에는 혼자 몰래, 몰래 혼자서 했죠. 지금은 집단으로 하는 거예요. 모여가지고. 그래서 이게 문화로 형성이 되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거죠.
■ 중독자들의 경고
◀ 이휘준 ▶
최근엔 대학가에서 마약 판매 전단지가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잖아요.
마약 수사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단체방에 대학생들이 들어가 있었다고도 하고요.
◀ 신준명 ▶
네, 마약류 사범 중 20대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 지난 21년부터 30%를 넘어섰습니다.
전연령대 중 가장 높습니다.
여기에 최근엔 10대의 비중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이휘준 ▶
마약은 중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마약을 접한다면 평생 마약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겠습니까?
◀ 신준명 ▶
네 일단 중독되면 얼마나 치명적인 대가를 치러야하는지 마약에 중독됐던 경험자들의 경고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2015년, 영화 베테랑에서 마약에 중독된 재벌 3세 역을 맡았던 배우 유아인 씨.
"어이가 없네"
1천 3백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로 유 씨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유 씨는 현실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유아인/배우(서울경찰청 출석, 2023년 3월 27일)]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그런 식의 자기합리화 속에서, 그런 잘못된 늪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1심 재판에서 유씨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병원을 돌며 수면 마취제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을 180여 차례 투약한 혐의,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수면제 1천 정 이상을 처방받아 산 혐의 대마를 흡연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유 씨가 "마약류 의존도가 심각해,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 씨.
황 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지난 2019년 클럽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처음 불거졌습니다.
버닝썬 주요 고객이었던 황 씨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한 지인이 황 씨의 과거 마약 투약 정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겁니다.
[황하나] "어 저 커튼도 막 이렇게 보이고. 이렇게 두꺼비 VIP."
[황하나 (2019년 4월 12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깊이 반성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황 씨는 과거 연인 관계였던 그룹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 씨와 마약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황하나/집행유예 선고 후 (2019년 7월 19일)] "반성하며 바르게 살겠습니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 또 마약에 손을 댔고, 이번엔 1년 8개월의 실형을 살았습니다.
출소한 뒤엔 가족과 함께 공개적으로 마약을 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마약 사건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은 직후, 황 씨는 지난 2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인터폴 적색 수배 명단에 오른 상태입니다.
이처럼 마약은 손대는 순간 헤어나오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마약류는 도파민과 같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도록 만드는 물질입니다.
일시적으로 쾌락을 느끼게 해주지만, 결국 즐거움을 느끼는 신경계가 망가져 마약을 하지 않으면 끔찍한 불안, 초조, 우울함에 시달리는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금단 증상을 부릅니다.
[조성남/서울특별시 은평병원 마약관리센터장] "중독된 사람의 뇌를 보면 보상 회로가 다 파괴돼 있어요. 평상시에 느꼈던 즐거움이나 쾌감이나 행복이나 보람을 못느끼게 돼요. 그러니까 사는 게 너무 힘들죠.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잊으려고 또 마약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스트레이트>는 실제 중독됐다가 어렵게 마약을 끊는데 성공한 '단약자'들을 만나봤습니다.
이들은 마약을 시작한 뒤부터 자기도 모르게 멈출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홍OO/마약 투약 경험자] "계속 투약을 하다 보니까 정신이 들었을 때 3일이 지나 있었는데…약을 너무 많이 투약하면 이제 눈이 잘 안 보여요. 눈이 뿌예서 잘 안 보이고 막 그런데 이제 그 찌르는 거에도 막 꽂혀서 이곳저곳 찌르고 막 아무 데나 넣고 막 이러다 보니까 그 자리가 탔어요."
어머니가 쇠약해지는 것도 모르고 마약을 끊지 못해 교도소를 들락날락해야 했습니다.
[김OO/마약 투약 경험자] "어머니가 갑자기 한 달에 한두 번씩 면회를 오시던 분이 안 오시는 거예요. (형기를) 5개월 남기고 이제 사촌을 통해서 얘기를 들었고 지금 병원에 누워 계시다라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 한 15년 동안 어머니 속을 썩인 게, 속상하게 했던 게 너무 많이 후회가 되고…"
심지어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투약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OO/마약 투약 경험자] "자수를 하게 되거나 아니면 불안에 떨거나 그래서 계속해서 또 걸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마약을 하는 기간에 한 번 경찰에 걸려서 수사를 받는 중에도) 계속하게, 멈추지 못하고, 그렇죠."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마약 사범 재범률은 32.8%에 달했고, 경찰이 2018년부터 5년간 검거한 마약 사범 2명 중 1명은 재범이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마약을 투약하게 되는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홍OO/마약 투약 경험자] "실제로 (마약을) 하는 사람을 봤는데 저 사람이 너무 멀쩡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정도로만 알아서 일단 경계가 좀 많이 무뎌졌었던 것 같고…"
마약류 사범이 된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마,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호기심과 유혹이 주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OO/마약 투약 경험자] "맨 처음에는 그냥 채팅 어플 같은 걸로 그냥 여성 만나 가지고 '한번 해볼래?' 권유 받아서 그냥 한 번 호기심에 해보게 됐어요."
■ 텔레그램과 밀수
◀ 이휘준 ▶
신 기자, '호기심'이나 '유혹'이 마약을 접촉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면 '호기심'만으로도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입니까?
◀ 신준명 ▶
네, 그렇습니다.
텔레그램같은 보안 기능이 강한 해외 메신저와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악용이 되고 있는데요.
마약이 어떻게 해외에서 반입돼 판매되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마약류를 뜻하는 '은어'들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른바 '마약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아이디나 채팅방 링크가 나옵니다.
접속을 해서 필로폰을 살 수 있냐고 묻자, 과거 거래내역, 주사기와 주사 자국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다른 '마약방' 업자에게도 메시지를 남기자 자신이 가진 필로폰에 현재시간까지 적어 인증 사진을 보내기도 합니다.
가격은 1그램에 60만 원.
'비트코인'으로 값을 지불하면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이 대화는 불과 20분 만에 이뤄졌습니다.
[이동욱/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중독회복강사(마약 투약 경험자)] "그만큼 접근이 쉬워졌다는 거예요. 휴대전화 한 대로 모든 것들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이걸로 입금을 하고 좌표를 받아서 마약을 하고."
이런 마약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스트레이트>는 해외에서 텔레그램 마약방을 운영하면서, 직접 마약을 구매해 한국으로 보내는 윗선, 이른바 '최상선' 역할을 했던 전직 마약 밀수업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두 차례 징역을 살면서 마약 밀수에서 손을 뗐지만, 운영했던 마약방에는 지금도 구매자 100여명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동남아와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마약상들을 접촉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OO/전직 마약 밀수·판매업자] "해외에서 클럽만 가도 그냥 다가와요.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이제 그 사람을 이제 처음에 거래를 하게 되면 점점 (윗선으로) 올라가게 되죠. 그렇게 요구를 하면 자기가 이제 소개를 시켜주죠. 그렇게 몇 단계를 타고 올라가면 이제 정말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게 되죠. (필로폰) 1kg에 9백만 원 정도. 얘네 현지에서 구입가가 그랬어요."
지난해 밀반입 도중 적발된 필로폰은 총 270kg.
동남아 외에도, 미국과 독일, 중국과 남아공 등 무려 17개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마초(76kg)는 13개국, 엑스터시(30kg)는 11개국, 케타민(35kg)은 10개국에서 밀수됐습니다.
더구나 이는 적발된 수치일 뿐입니다.
여전히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버젓이 밀수가 이뤄집니다.
'최상선' 업자들은 한 번에 많게는 1천 만 원 이상 주고, 약을 지니고 국경을 넘는 일명 '지게꾼'을 동원합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필리핀 현지 한국인 마약상의 메모입니다.
한국인들이 귀국할 때 많이 사가는 커피 제품 안에 포장을 하거나 등에 매는 가방의 어깨나 바닥 부분 안에 물건을 넣고 재봉을 하는 방법이 좋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만난 또다른 전직 밀수업자도 짐가방 안에 바느질로 마약을 숨긴 뒤 검역대를 통과했지만 걸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임제훈/작가·전직 마약 판매상] "캐리어 아래쪽에 보면 빈 공간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를 뜯어서 그 안에 밀봉을 했고요. 이 캐리어 그 누구한테 그냥 주기만 하면 된다 라고 해서 이렇게 보낸 적이 많습니다. 근데 한 번도 공항에서 걸렸던 적은 없었습니다."
마약을 숨긴 박스를 세관이 뜯어보고도, 마약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최OO/전직 마약 밀수·판매업자] "한 번은 세관에서 이 박스를 찾았는데 박스 위에 스티커가 붙어 있었어요. '세관에서 개봉하였음'이라고 붙어 있던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통과가 된 경우도 있었고."
일단 한국으로 들여오기만 하면 해외에서 구한 가격보다 수십 배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밀수 과정에서 일부 물량이 걸려도 타격이 크지 않아 복잡한 방법을 쓸 필요가 없는 겁니다.
[최OO/전직 마약 밀수·판매업자] "평균 매출이 (월) 15억이요. 그리고 순이익이 12억 정도 됐어요. 뭐 걸리는 수도 있고 안 걸리는 수도 있는데 그래서 고액 알바를 쓰고 저희가 지켜보는 거죠."
새로운 수법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큰 가방을 들고 타는 외국인 남성.
가방 안엔 코카인이 담겨 있었습니다.
캐나다 마약 조직원으로 밝혀진 이 남성은 배를 통해 액상 형태의 코카인을 들여왔습니다.
액체 상태의 코카인에 특수한 물질을 섞어 특유의 냄새를 없애 적발을 피했습니다.
이후 강원도의 한 공장을 빌려 고체 형태로 가공했습니다.
압수한 코카인은 60kg.
시가 1천8백억 원어치입니다.
[소병용/중부지방해양경찰청 수사과장(8월 19일)] "압수한 코카인의 양은 그 동안 국내에서 유통·보관하다 검거된 사건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 하겠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경로로 마약이 들어오다보니 현실적으로 다 걸러낼 수가 없는 상황.
심지어 지난해 9월엔 무려 240만 명분에 달하는 74kg의 필로폰을 들여온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검거됐는데, 이 중 42kg는 운반책들이 직접 몸에 감고 인천과 김해공항으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운반책들이 경찰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의 협조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관세청은 지목당한 관세청 직원은 밀수 당일 연가로 근무하지도 않았다며 신빙성이 없는 진술이라고 반발하면서 진실 공방, 수사외압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백해룡/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8월 20일)] "세관 연루 마약사건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김찬수 서장입니다. 본인이 마약 압수 현장에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이 사건을 갑자기 이렇게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됩니다."
[김찬수/전 영등포경찰서장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8월 20일)] "세관 압수수색은 브리핑 후 진행할 예정입니다라는 보고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지휘관이 브리핑한 다음에 압수수색합니까? 다시 말씀드리면 대통령실과 전혀 무관한 얘기고요."
■ '비대면' 마약 유통
◀ 이휘준 ▶
한쪽엔 해외에서 마약을 구해 한국으로 보내는 밀수업자, 즉 '최상선'이 있고 그 반대쪽에는 국내에서 텔레그램으로 이들과 접촉해 마약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군요.
그렇다면 국내로 들어온 마약은 어떻게 구매자들에게 전달이 되는 겁니까?
◀ 신준명 ▶
네, '최상선'의 지시로 '지게꾼'이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면 이 마약은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하는 중간책이 가져갑니다.
이 중간책은 다시 배달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마약을 넘깁니다.
그런데 이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서로를 직접 접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투약자와 운반책 검거를 위주로 하는 마약 단속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또다른 마약방입니다.
'드라퍼'를 구한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조직의 말단인 '최하선', 구매자에게 마약을 전달하는 배달부를 의미합니다.
배달은 물건을 직접 건네는 게 아니라 '던지기'로 불리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 묻어두거나, 다른 사람 주소지의 우편함같은 데 숨겨두면 구매자가 이 마약을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일당 수십 만 원.
돈이 다 떨어진 마약 중독자나, 사회 초년생들이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최OO/전직 마약 밀수·판매업자] "손님 중에 이제 조금 물건은 찾되 돈이 없는 사람들. 같이 일해볼 생각 있냐, 어떤 조건에 해주겠다 이러면 이제 오케이 하면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거죠"
마약을 배달하는 장면이 곳곳의 CCTV에 포착되고, 소변과 모발 같은 증거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마약 투약자와 '드라퍼'는 손쉽게 수사망에 걸려듭니다.
[김대규/전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마약이 거래되는 주 형태가 결국은 누가 갖다 놓는 사람과 찾아가는 사람의 접점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뭔가가 흔적이 항상 남습니다."
그러나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익명성이 강한 메신저와 추적이 어려운 암호 화폐를 이용해 지시와 거래가 이뤄져 '드라퍼'에게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투약자에게 마약을 판 사람이 누구인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제훈/작가·전직 마약 판매상] "판매책이나 밀수책들은 인터넷으로밖에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얼굴을 보는 사람도 적고 만나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그 사람 인적 사항을 거의 모른다고 봐야 하거든요."
[김대규/전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가상자산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요즘 범죄자들이 대다수가 해외 거래소를 몇 번 거치면서 이렇게 그런 작업을 거쳐서. 일명 자금 세탁이죠."
중간책이나 최상선을 모르는 말단에 불과할지라도 '드라퍼'는 수사 기관 입장에서는 법적 책임이 무거운 마약 공급사범입니다.
검거를 할수록 수사실적도 올라갑니다.
[안준형/마약 전문 변호사] "마약 드라퍼들은 99% 실형을 선고를 받아요. 대부분 구치소에 있어요. 그럼 구치소에서 제가 만난 마약 드라퍼들은 열이면 열 똑같은 얘기를 해요. 변호사님, 이게 이렇게까지 처벌받는 줄 알았으면 저는 안했죠."
이렇게 '하선'으로 잡혀들어간 마약사범은 교도소를 거치며 '상선'으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비마약사범과 분리하기 위해 마약사범들만 따로 수감하는 일명 '향방'이 범행 수법을 서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제훈/작가·전직 마약 판매상] "범죄 유형에 나누지 않고 판매, 투약, 밀수, 제조, 다 한꺼번에 누범방, 초범방이라는 두 가지 틀로만 나눠서 수용을 하다 보니까 그 안에서 모든 정보들을 공유를 하고 범죄 모의를 하고."
투약자나 '드라퍼'들이 판매책과 같은 방에 수감되면서 마약 판매나 밀수와 관련한 정보를 얻고 인맥을 쌓아 체급이 더 큰 마약사범이 되는 일이 생깁니다.
[최OO/전직 마약 밀수·판매업자] "유통에 관해서나 판매에 관해서나 모든 정보를 다 얻게 됐죠, 수감 중에. 단순 투약자가 치료를 받아야 되는 목적으로 구속이든 수감이 되든 뭐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뭐 무조건 구속이 목적이니까 더 많은 것을 배워서 나가는 경우가 생기죠."
실적에 대한 갈증때문에 수사 기관은 '공적 조서'를 통해 마약 사범을 정보원으로 쓰려는 욕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상선이나 하선을 밀고하는 등 수사에 도움을 주면, 재판부가 형량을 감경하는 데 감안을 하도록 피의자의 공적을 인정하는 조서를 작성해주는 관행입니다.
일종의 양형 거래, '플리 바게닝' 역할을 합니다.
이는 자칫하면 마약 사범과의 밀월 관계를 낳습니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 강력팀에서 마약수사를 담당했던 이 모 경위.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마약사범 A씨를 자신의 정보원으로 삼기 위해, 허위로 '공적 조서'를 작성했다가 최근 파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신의 친구를 마약 수사에서 빼달라는 A씨의 청탁을 받고, 이미 붙잡힌 또 다른 마약사범 B씨에게 형량이 줄어들도록 공적 조서를 써주는 대가로 A씨 친구는 관계없다는 취지의 허위 자백을 하게 한 겁니다.
[배상훈/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활용은 하고 있죠. 문제는 그거를 검증을 안 할 뿐이죠. 영악하게 얘네들이 빠져나가는 그런 구조를 합법적으로 만들어 주는 거예요. 마약 범죄가 잡아도 잡아도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그런 거예요."
■ 처벌과 치료
◀ 이휘준 ▶
이른바 '몸통'을 잡아야 공급선이 끊길 텐데 수사 기관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 신준명 ▶
지난달 프랑스 검찰이 텔레그램 창업자를 체포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혐의는 마약 밀매, 성착취물 배포 등을 방조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수사기관들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휘준 ▶
당장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장애물이 있다면 접근 방법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 신준명 ▶
네, 결국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재생산되는 구조를 끊어야 합니다.
<스트레이트>가 인터뷰한 전직 마약밀수업자 임제훈 씨는 '최상선'에 속하는 공급책이었습니다.
4년형을 선고받고 중독자들과 같은 방에 막 수감됐을 땐, 출소하면 마약 사업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임제훈/작가·전직 마약 판매상] "저 사람들 보면 이거 마약 장사는 영원하겠구나, 이 사람들은 마약을 끊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내가 왜 잡혔는지 이제 알았기 때문에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나가서 다시 팔아야겠다."
하지만 교도소 안에서 마약 때문에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임제훈/작가·전직 마약 판매상] "쇠창살을 붙잡고 하루종일 밖을 보면서 제자리에서 방방방 이렇게 뛰는 사람도 있었고요. <스스로를 자살 인도자라고 표현하신 것 같아요.> 내가 저질렀던 짓이 얼마나 악질스러운 것이었는지, 내가 판 물건 때문에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유명 일간지 기자였던 허재현 씨.
마약 사건으로 해고되고 형사처벌도 받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자책감, 그리고 '마약 투약 기자'라는 낙인은 지금도 본인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허재현/기자(마약 투약 경험자)] "내가 무엇을 해도 계속 손가락질 받고 저의 커리어는 마약 투약 기자로 끝나 있고, 나머지 20~30년의 나머지 인생은 그렇게 아무리 내가 발버둥치고 모범 시민으로 살아가도 다시 사회적 갱생의 기회가 없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마약을 참아야 하나? 이럴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낫지 않나?"
외부와 단절돼도 견디기 힘든 끔찍한 중독성과 단약에 성공했더라도 다시 흔들리게 만드는 외부의 시선.
마약에서 헤어나오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조성남/서울특별시 은평병원 마약관리센터장] "우리나라는 그동안 치료 재활 쪽보다는 엄벌에 처하는 주의로만 갔거든요. 그런데 이게 이제 성공적으로 줄어들어야 되는데 또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모든 부서에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재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지금 고심하고 있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호기라고 보죠. 그래서 골든타임이라고 봅니다."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
지난 7월 마약 중독자 치료를 위해 문을 연 국내 하나 뿐인 공공 의료 시설입니다.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 입원 환자] "처음에는 이제 많이 생각도 나고 했는데요. 그래도 한 일주일 넘어가니까 많이 괜찮아지더라고요. <퇴원하면 뭘 제일 하고 싶으세요?> 그냥 일 열심히 하고 그냥 일반인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전용 병상은 아직 10개가 전부.
여성 병동도 없습니다.
[윤영환/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장] "과장이 2년 동안 저희가 공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없는 상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요. 여러 인프라들이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마약을 치료하려면 간호사도 있어야 되고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없다 보니까…"
정부는 마약 중독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의료시설도 25곳에서 31곳으로 늘리고, 지원 예산도 4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증액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치료기관 25곳의 실적을 보니, 15곳은 단 한 건도 치료실적이 없었고, 나머지 10곳 중에서도 단 두 곳의 실적이 86%를 차지했습니다.
마약 치료 기관으로 지정하고 예산을 배정해도, 치료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OO/마약 투약 경험자] "입원 같은 건 되게 오래 걸린다는 데도 많고, 한 몇달씩 걸린다고 하는 것도 많고, 무료로 (입원)하려고 알아보니까 그냥 세 달 있다 상담을 받아라 이런 식으로…"
치료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도 재활 환경이 열악합니다.
경남 김해에 있는 리본하우스.
한 때 마약에 중독됐던 한부식 씨가 직접 설립한 약물중독재활공동체, '다르크' 입니다.
입소자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 규칙적인 단체 생활을 하는 것 만으로도 단약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재용/리본하우스(다르크) 입소자] "나만 끊는 게 아니고 옆에 다른 사람들도 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서로서로 끊으려고 이렇게 으쌰으쌰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박세혁/리본하우스(다르크) 입소자] "제 인생 자체를 포기해버렸었어요. 그런데 이제 교육을 통하고 회복자가 있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니까 이게 되는 거구나."
실제로 90여 곳의 '다르크'가 있는 일본에선, 단약 성공률이 88%에 이를 만큼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섯 곳이었던 우리나라의 '다르크'는 지금은 리본하우스 한 곳만 남았습니다.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의 민원과 재정난 등에 시달리며 문을 닫았습니다.
[한부식/리본하우스(다르크) 원장] "(다르크 운영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나, 정신건강 간호사 뭐 임상심리사 이런 직군이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자격증 가지신 분들이이걸 안 하려고 하조. 왜냐하면 병원이나 센터가면 여기보다 편하게 버는데 잘먹고 잘 사는데 뭐 하려고 굳이 힘들게 하겠어요."
[안준형/마약 전문 변호사] "물론 마약을 투약하는 것 자체가 범죄이기는 하지만, 범죄자이기 이전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조금 더 많이 해보면, 우리가 흔히 쓰는 그 중독이 가진 그 말의 무게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본다면, 마약의 중독으로부터 벗어난 사람들, 우리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이휘준 ▶
'약'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지만, 마약은 치료제가 아닙니다.
전쟁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마약과의 전쟁'은 승전 그 자체보다는 전쟁을 다시 벌일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적이 돼야 할 겁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신준명 기자(surf@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639071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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